[기획연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정의 리더십 3

남을 배려해야 존경 받을 수 있다

2013-10-28     김의식 경영학 박사


3. 배려의 리더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8월 25일 고국방문 시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를 향한 꿈과 희망’ 특강에서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혼자 가서는 안 되고, 전 세계를 아우르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만 좇아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청소년 시절부터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은 어려운 사람을 품을 줄 아는 자세”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열린 사회, 세계가 연결된 사회에서는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한 시각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반 총장은 며칠 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의 영상수상소감을 통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 지구촌 곳곳에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인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UN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낸 강영우 박사의 ‘성공 비결은 좋은 세상을 향한 헌신'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도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실력과 함께 인격의 일부로서 타인에 대한 아픔에 동참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의 성공비결을 밝혔다.

더불어 “세계화를 주도해가는 미국에서는 최고 공직자의 등용 기준을 3C, competency(실력), character(인격), commitment(헌신의 자세)로 삼고 있다”며 “특히 인격에는 정직·성실과 같은 도덕적인 인격은 물론, 자존감과 남의 아픔을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배려(配慮)란, 사전적인 의미로 사물이나 사람 등의 대상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대상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피고자 하는 성향이며, 이 대상들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배려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항상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거나 상대를 이해해 주는 모습이다. 즉 옆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베푸는 것이며, 상대가 지금 어떨까 먼저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려에 관해 ‘비바 하리다스’의 글을 인용코자 한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배려에 관한 금언도 많다. 영국 속담에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이 베풀어주는 배려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마음을 자극하는 유일한 사랑의 영약은 진심에서 오는 배려다. (메난드로스) 너의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善待)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위하여 기도하라. (누가복음) 맹자에 나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직역하면 “처지를 바꾸어서 그것을 생각하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라는 배려의 또 다른 형태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 인디언이 사는 마을만 그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도 그렇다. 어떤 일의 상황이 아무리 비슷해도 그 사람의 성격, 그 사람의 살아온 분위기, 그 사람의 마음 등 자신과는 절대로 같을 수는 없다.

반 총장 집안의 배려심은 눈길을 끈다. 그의 부친 반명환은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여려서 빚 보증을 몇 차례 서 줬는데 잘못돼 가세가 기울었다. 설상가상으로 물류창고를 관리할 때에도 이웃사람이 쌀과 밀가루 등을 퍼가서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당장 고발하여 범인을 잡으라고 종용해도 “오죽 살기 어려우면 그렇게 했느냐”며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었다.

그 넉넉한 인심은 이웃 동네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다. 베풀기를 좋아해 자녀들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지는 못했지만 이웃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유산으로 남겼다. 반 총장의 타인에 대한 배려의 리더십은 어린 시절 길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 총장의 진정한 배려의 모습은 방청소를 하는 아주머니, 운전기사, 외교부 출입기자, 외교부 직원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그의 사람됨에 있다. 또한 주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여 아무리 바쁘더라도 항상 편지에 자필로 답장을 하는 등 성의를 표했다.

한번은 그가 여러 차례 고속승진을 하게 되자 선배 및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100여통의 친필 편지를 써서 보내 오히려 주위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기까지 했다. 일반적인 인사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면서도 정성이 담기고 호소력이 있어 진정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평소 그의 멘토인 노신영 총리로부터 배운 ‘사람의 마음을 사는 비결은 정성뿐’이라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하 직원의 허물을 덮어주는 넓은 가슴을 지녔다. 문제가 생겨도 실무진 대신 본인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의 측근들은 “반 총장님은 부하 직원이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얼마 전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 타임스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 행한 인터뷰(반기문과의 대화)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한번은 반 총장이 외교부 차관직에 있을 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갑작스레 퇴진하게 된 적이 있다. 마침 그는 공교롭게도 그날 부하 여직원의 주례를 서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고, 주위로부터 인사 받기도 겸연쩍어 주례를 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혹시 그 직원과 가족이 내가 식장에 안 나타날까봐 초조해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는 오히려 결혼식장에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해 신부의 부모를 안심시키고 복잡한 마음에도 무사히 주례를 마쳤다. 이렇듯 겉치레가 아닌 매사에 정성을 다한 결과 그의 사무총장 당선에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선한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마음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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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의 가족, 친지, 학교 선ㆍ후배, 초ㆍ중ㆍ고ㆍ대학 동창, 담임선생님, 직장동료 등 광범위한 사람과 접촉했고, 이를 토대로 ‘반기문 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을 연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