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서청원…여권은 분화 중

정몽준 측근, “서청원 등장은 MS 견제용”

2013-10-21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6선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국회 입성을 앞두고 여권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을 얻고 출마한 서 전 대표이기에 당내 힘쏠림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서 전 대표의 등장으로 여권은 친박 반박 구도가 무너지고 주류 친박과 비주류 친박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무엇보다 잠룡들의 경우 대권과 거리가 먼 서 전 대표의 등장이 싫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당권이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려는 인사들의 경우에는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출마자들은 공천권 때문에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격의 거인처럼 돌아온 서 전 대표.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무성 측, “지금은 안 싸운다. 언젠가 붙겠지만…”
- 서청원 공천반대 4인방 러브콜에 남경필 ‘노’(No)

10월 30일 재보선이 경기도 화성에 출마한 서청원으로 시작해 서청원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공식 선거가 막이 올랐지만 국정감사와 겹쳐 선거 분위기가 살지 않고 있다. 당초 민주당 손학규 고문의 출마가 점쳐졌지만 내부적으로 ‘여론이 안 좋다’는 평가로 출마를 접었다는 후문이 돌 정도로 여권이 모두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는 서 전 대표의 출현을 두고 복잡한 정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당장 서 전 대표의 등장으로 친박 반박 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정병국 의원은 “이제 여권은 친이 친박 구도가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에 들어간 주류 친박 인사들과 그렇지 않은 비주류 친박 인사로 나뉘는 구도다”라며 “서 후보가 주류, 비주류와 친이계까지 두루 포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서 전 대표 사무실 개소식에서 밝힐 정도다.

실제로 여권은 친이 친박 전선이 주축이었다. 또한 친박 내에서 선친박, 후친박, 복박, 탈박, 원조친박 등 다양하게 분류됐다. 하지만 서 전 대표의 등장으로 김무성, 유승민, 이한구, 진영, 이혜훈 등 원박들이 비박 전선에 합류하면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유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논의와 관련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국군통수권자가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은 안 좋다”고도 말했다. 비박 전선의 선봉에 서 있는 김 의원의 경우 지난 7월 14일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0.6%로 1위를 차지해 당내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권, 주류 친박과 비주류 친박 분화 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도 지사 등은 서 전 대표의 등장이 오히려 차기 대권가도에 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자리에서 “서 전 대표의 등장이 정몽준 의원에게 나쁠 게 없다”면서 “서 전 대표가 대권 도전을하는 것도 아니고 김무성 전 의원이 견제카드 성격이 강해서 둘이 당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김 의원이 상처를 입는다면 정 의원의 대권가도에 짐을 더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사 역시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어 강력한 경쟁자인 김 의원의 독주를 서 전 대표가 견제하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을 중심으로 비박전선에 함께했던 이재오·정몽준·김문수 라인업도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내 주 관심은 5년이나 남은 대권보다 당장 내년에 치러질 당권 도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 전당대회가 지방선거 전에 치러질 경우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다 7월 30일 치러질 재보선까지 관여한다는 점에서 선거 출마자들로선 당대표 선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한 서 전 대표의 등장이 김 의원에게 반가울 리 없는 상황이다.

당장 김 의원에게 맞서 대권과 당권에 도전하려는 인사들의 경우 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황우여,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으로 이어지는 신주류 라인업이다. 서 전 대표가 공천받는데 일조를 담당한 황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이 서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반 신주류 인사들은 서 전 대표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눈도장을 찍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내심 바라는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표적으로 심재철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영우, 정병국, 원유철 의원 등 친이계 인사도 많이 참석했다. 여기에 특히 정몽준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염동열 의원도 개소식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친박계와 비박계까지 서 전 대표에게 줄을 서면서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청원·김무성, ‘당권 도전 안 한다지만…’
하지만 서 전 대표는 “배지를 달아도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을 얻고 공천을 받은 서 전 대표가 국회의장보다는 당권에 도전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황우여 대표가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 서 전 대표를 앞장서 지지하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서청원 공천 반대 성명서를 낸 친이계 4인방은 몸을 잔뜩 수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박민식 의원과 경남 밀양·창녕의 조해진 의원 그리고 강서을의 김성태, 대전 동구 이장우 의원 등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10월 1일 “최근 30일 재보궐선거 공천에 흐르는 일각의 분위기나 사정을 지켜보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4인방은 “성범죄, 뇌물, 불법정치자금수수, 경선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한 엄정한 원칙”이라며 서 전 대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친박연대 공천 헌금 사건’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서 전 대표의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특히 경기도 수원의 남경필 의원 역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5선의 남 의원으로선 과거 이상득 전 의원 공천을 반대한 ‘55인 선상반란’의 후유증으로 MB정권에 찍혀 사찰을 받은 경험이 있다. 서 전 대표 공천에 대해 남 의원이 침묵하는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서 전 대표의 등장으로 친박계 친이계의 분화가 시작되고 있고 그 정점은 내년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데 여권은 토를 달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침묵’하는 배경 역시 이런 여권의 정치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서 전 대표와 맞서는 것은 곧, 청와대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의원실에서도 “서 전 대표와 여권 주류의 견제를 받으면서까지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비주류 당대표였던 안상수, 정몽준, 박희태, 홍준표 등이 임기를 못 채우고 단명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김무성 측 인사는 “그러나 언젠가는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며 말끝을 흐려 혈투도 예고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