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악재에 휘청거리는 금호산업

갈 길 바쁜 ‘박삼구號’ 이대로 무너지나

2013-10-21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금호산업(회장 박삼구)이 연이어 암초를 만나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7일 KB국민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피소당한 600억 원대 소송과 관련해 1차 패소를 당하더니 15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모아저축은행 외 2개사에 1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같은 날 경제개혁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과 관련해 부당지원 여부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갈 길 바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형제 경영을 이어오던 오너 일가가 부자경영으로 돌변한 후 불거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일요서울]은 금호家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와 걷어내야 할 변수들을 알아본다.

금융기관 관련 피소만 2건…손해배상금 무려 700억여 원
재계 전문가 “기업개선 걸림돌” vs 사측 “항소하겠다”

증권전문가들은 최근의 금호산업 사태를 보며 “경영 부실을 모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라고 입을 모은다.
박삼구-찬구 형제가 기업 분리 후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하고는 있지만 걷어내야 할 변수가 많아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형제간 싸움 소식이 여전히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고, 미미한 신경전이 ‘사업적 다툼’으로 전개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재계 안팎에서도 최근 불거지는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논란과 관련해 “‘권리와 도리’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국민들 눈에는 오너 일가의 잦은 싸움이 자칫 ‘막장’으로 비칠 수 있는 소지가 큰 만큼, 형제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형제간 상표권 소송이 진행 중이고, 최근 들어서는 박삼구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잇단 잡음에 시달리면서 동생의 배후설이 주목받고 있다.
“배후설은 확인되지 않고 정황이 잘못 알려진 것일 뿐, 그런 일은 없다”는 게 금호그룹과 계열사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매번 싸움과 함께 나오는 배후설을 진실인 양 믿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당 기업들도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지만 이를 쉽게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형 박삼구 회장을 겨냥한 듯한 작금의 일들이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또다시 한바탕 소동이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호텔사업 중단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KB국민은행, 광주은행, 모아저축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총 소송 청구금액은 633억 원으로 법원은 해당 금융회사에 원금을 포함해 상환 시까지 연 20%대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15일에는 서울중앙 지방법원으로부터 모아저축은행 외 2개사에 1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판결금액은 자기자본의 8.11%에 해당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주식회사 모아저축은행에 30억 원, 파산한 삼화상호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에 50억 원, 교보증권에 20억 원 등 지난 2월 8일부터 채무변제일까지 연 20% 이율로 지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금호산업은 10개 금융기관과 관련된 피소 금액 633억 원은 물론이고 3개소와 관련된 100억 원까지 무려 700억여 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잇단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도 걱정스럽다.
경제개혁연대는 같은 날 내보낸 보도자료에서 “공정위에 아시아나항공이 2009년 금호산업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조사해 제재하라”고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공정위에 보낸 공문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과 상표권 사용료 지급이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009년 12월 한 달간 16차례에 걸쳐 790억 원의 금호산업 CP를 매입했고, 특히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09년 12월 30일, 다음 날인 12월 31일 발행한 455억 원 규모의 CP를 아시아나항공(90억 원) 등 계열사가 사들인 것은 박삼구 회장 또는 그룹 전략경영본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계열사 부당지원이라는 것이다.

‘형제경영에서  부자경영’으로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채권단 등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해도 자본잠식율은 64.9%로 다시 50%를 넘어서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올해 말까지 지속되면 금호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상장폐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호산업의 주가도 전날보다 4.44% 떨어졌다.
금호산업은 항소할 계획이며, 1심 결과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연말까지만 회계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당장의 자본잠식률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항소 결과가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송에 따른 손실 충당금은 연말까지만 쌓으면 되기 때문에 현재 자본잠식률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충당금은 연말까지만 쌓고, 연말 결산에 반영하면 된다”며 “출자전환 등으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고 난 후 회계 처리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아저축은행의 소송과 관련해서도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4일 제기된 소송에 대한 1심 결과”라며 “소송대리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2심 항소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에 불거지는 형제의 난을 계기로 금호가 3세 경영의 기반을 닦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제의 난’이 벌어진 이유가 사실상 경영권 세습을 위한 것이란 의미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형제경영의 다음 순번이던 박찬구 회장이었는데 최근의 일들로 인해 다음 후계가 박삼구-세창 부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호 측은 아직 ‘3세 경영’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체제로 그룹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마당에 경영권 세습을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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