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극비 검증팀’ 물밑 활동 시작
2007-06-13 김대현
한나라당 대선주자간 검증공방이 ‘묻지마식’ 폭로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오른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은 당내 공식기구가 아닌 ‘장외’에서 산발적으로 불거져 감정싸움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측 인사인 곽성문 의원은 ‘재산 8000억원 은닉설’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후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정치적 공세에 지나지 않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혀 새로운 내용의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정인봉 변호사 또한 당내 검증위원회를 비공개로 방문, ‘재탕’ 자료만을 넘기고 돌아갔다. 이에 따라, ‘속 빈 강정’ 같은 장외 검증논란은 더 이상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각종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야당 대권주자를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정권 차원에서 이 전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을 진단하는 일련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개연성은 농후해 보인다.
대선정국의 ‘네거티브’ 공세가 ‘검증’이라는 단어로 순화되긴 했지만, 17대 대선도 결국 ‘물고 뜯기는’ 네거티브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장외’ 검증이 거세지는 이유는, 내부 검증위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증위 내부에서도 검증위원과 실무위원들 사이에 입장차가 존
재하고 있어 향후 검증작업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하소연 할 정도. 실무진들은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로’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모양새다.
한나라당 검증위 실무 관계자는 “대체로 검증사안을 제출할 때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게 태반”이라며 “내부에서 각종 풍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권 차원에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정권 ‘사이드’에서 야당 후보와 관련된 모종의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추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경준 사건 관련 자료 ‘출처’
이 전시장의 대표적 공약사항인 ‘경부운하’가 정부 부처에서 비밀리에 검토됐을 뿐만 아니라, 상부에 보고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범여권 소속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야당 후보들과 관련된 의혹에 조금만 ‘팩트’가 추가되면 당사자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전시장에 대한 의혹 중 증빙자료나 진술로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에는 ▲이명박 친인척 재산형성 관련 의혹 ▲BBK(김경준) 사기 사건과의 연관성 ▲가족사와 사생활 등에 얽힌 루머 ▲선거법 위반 등이 있다.
박 전대표측도 위에서 언급한 사안의 검증을 위해 검증위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지만, 자료 제출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전시장의 ‘8000억원대 재산 은닉설’에 대한 의혹의 시발점이 정부 모 기관이었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정보기관에서 이 전시장의 재산형성 등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 1주에 두 차례 이상 보고를 했다는 내용이 정치권 주변에서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조사 결과 은닉재산의 규모는 8500억원~1조원대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전시장과 친인척의 부동산 은닉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행정자료와 누적된 데이터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정보기관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여러 정황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정보기관의 생리상, ‘윗선’의 지시 또는 요구가 없고서는 정치 관련 사안을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 전시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재산 총액은 33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변동된 공시가격을 신고하도록 했기 때문에 크게 증가했다.
이 전시장 부부는 서울 논현동 땅과 서초동, 양재동, 논현동 등지에 빌딩 4채 등 319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가회동 자택 전세금과 견지동 서흥빌딩의 안국포럼 사무실 담보금까지 합치면 전체 부동산은 325억원 규모다.
곽 의원이 주장한 재산 은닉금액인 8000억원을 맞추려면 적어도 신고 금액의 20배 이상의 자산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서초구 내곡동 등지의 부동산과 예금을 모두 합쳐 83억원대를 소유한 자산가다. 하지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처남 김재정씨 소유 재산규모
관건은 그의 처남이자 (주)다스의 대주주인 김재정씨가 어느 정도 규모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김씨는 현재 건강악화로 인해 지방에서 요양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K, LK-e뱅크 등의 사업을 추진하다가 38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주한 이른바 ‘김경준 사기사건’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도 야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해당 사건이 국내에서 계류 중인 관계로 김씨의 ‘범죄인인도요청’이 진행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법무부가 ‘어떻게 이 사안을 처리할 것인가’가 관심 사항이다.
특히, LK-e뱅크를 설립할 당시 김경준씨와 이 전시장은 동업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가까웠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근거다. 이 전시장이 줄곧 BBK와
관련, “나는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씨는 이 전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며, 언론사의 빗발치는 취재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는 지난 1월 미국 연방법원에서 한국 송환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함에 따라 송환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 이 전시장과 친분이 있는 김씨의 누나, 에리카 킴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미국내 유력 소식통은 “이명박 전시장의 연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떠나, 김경준씨가 정치적인 판단 하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이 전시장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된다면 굳이 그에게 불리한 폭로를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분석했다.
선거법 위반 관련 위증교사 등의 논란은 이미 정인봉 변호사와 이 전시장의 비서 출신인 김유찬씨에 의해 불거진 바 있지만, 파문이 증폭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친박계 인사들은 정권 차원에서 새로운 자료가 나와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일부 캠프에서는 “검증을 요하는 일련의 사안이 정확하게 규명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확인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범여권 검증 ‘동참’ 가능성 낮다”
그러나, 이 전시장측이 의혹의 대부분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 또, 정치권 일각의 관측과 달리, 참여정부가 섣불리 야당 대선후보의 ‘뒷조사’를 감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정권 차원의 ‘검증’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당내 검증위의 ‘한계’로 인해 야당 주자에 대한 ‘본질적인’ 검증에 범여권까지 가세하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7일 현재 검증위에 접수된 박 전대표의 검증 사안에는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및 비리의혹,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 장충동 등 자택과 관련된 루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