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 잔류할까 도전할까 고민 중
[일요서울 | 김종현] 거포 이대호가 일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마치며 자신의 가치를 확고히 했다. 데뷔 첫해 타점왕, 홈런 2위에 이어 올해는 타율까지 3할대로 끌어 올리면서 거의 모든 기록에서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었다. 계약 종료를 앞둔 가운데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화되면서 오릭스의 구애작전도 바빠졌다.
이대호는 지난 8일 오릭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성적은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3(521타수 158안타)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29일 열린 개막전에 2루타 2방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더니 이튿날에는 홈런까지 터뜨리며 6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방망이에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후 이대호는 5월까지 4할에서 3할대 중반의 고타율을 유지했고 올 시즌 한 번도 타율이 3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홈런과 타점은 지난해 기록과 같았지만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렸다. 또 안타, 볼넷,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는 지난해 기록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이대호는 일본 무대에서 완벽한 적응으로 좋은 성적을 만들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끝으로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나면서 잔류할지 또는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오릭스와의 재계약 교섭에 임할 예정이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오릭스의 구애도 매우 적극적이다. 오릭스는 연봉 3억5000만 엔(약 38억2000만 원)에 2년 계약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금 2억 엔에서 3억 엔 정도의 추정치를 포함하면 총액은 10억 엔(109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특히 첫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들이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변수가 남아 있다. 이에 이미 적응을 마친 일본 무대에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이대호가 진출할 수 있는 틈새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MLB에서 1루수 포지션의 장타력이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는 1루수는 흉작수준을 넘어서면서 1루수 확보에 구단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명타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루수들이 쉬어가는 자리나 야수들이 한 번씩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들어서는 포지션 정도로 바뀌어 가면서 이대호가 파고 들어갈 틈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오릭스가 제안한 연봉을 고려할 때 메이저리그서도 2년간 1000만 달러 수준이면 이대호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의지는 있지만 헐값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조건이 맞는다면 미국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편 이대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오릭스를 비롯해 일본리그 다른 팀, 메이저리그팀 등의 여러 조건들을 비교한 후 진로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오는 15일 귀국해 보름간의 개인 휴가를 가진 뒤 방송출연, CF촬영, 행사 등의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대호는 공식 일정 도중 ‘8번째 사랑의 연탄배달’, ‘제2회 빅보이토크 콘서트’, ‘제2회 이대호야구캠프’ 등의 여러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12월부터는 부산에서 개인 훈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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