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좀…남편이 귀찮은데…”

유부녀들의 충격 고백

2013-10-14     서준 프리랜서

누구나 신혼부부들은 자신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최소한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20년 이상 결혼을 한 부부들은 서로에 대한 불만을 넘어 때로는 ‘귀찮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고, 스타일에 따라 양상이 틀리겠지만 일부 40~50대 유부녀들은 자신들끼리는 ‘이제 남편은 귀찮고 지겹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성들이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중년 유부녀들은 자신들의 남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에 대해서 또 남성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지난 9월초, 취재진은 40대 중반 이후의 유부녀들이 수다를 떠는 술자리에 우연히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딱히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술자리’였다. 일반적인 돈 이야기, 자녀교육 이야기 등이 주요 주제였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남편과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들은 한마디로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한 남편의 성격이나 경제적인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면 이제 남편이 귀찮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녀들은 왜 그럴까. 왜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고 함께 자녀를 키웠던 남편의 존재에 대해서 그토록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젠 자유롭고 싶은 중년 여성들

“나이가 들면 이제 남편은 점점 더 애들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조금만 뭐라고 그래도 쉽게 삐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밥을 꼬박 꼬박 챙겨줘야 하니 내가 몸종도 아니고,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도대체 말을 알아먹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몸이 건강해서 부부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뻑하면 허리, 어깨, 다리가 아프다며 잠자리에서 말도 못 붙이게 한다. 그러니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길 수 있는 존재가 되겠는가?”
또 다른 한 여성은 ‘이제는 자유롭고 싶다’고 말한다. 젊은 나이에 시집을 와서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집살이에 아이들 키우는 일만 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여행도 다니고 다른 남자도 만나면서 삶을 즐기고 싶은데, 자꾸만 그걸 방해하는 것이 남편이라고 한다.
물론 서로 스타일이 맞으면 함께 여행도 다닐 수 있겠지만, 갈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짜증만 내다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나이든 여성들끼리는 ‘나이 들면 남편이 일찍 죽는 게 큰 행운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는 것.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물론 남편에게는 가혹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까지 아내에게 의존하는 남편은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서 희생했으면 나이 들어서는 서로가 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나에게 의존하려고 하니 여자로서는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고집만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가정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의논하지 않으면 화를 불같이 내고 아이들처럼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진짜로 집을 나가면 좋겠지만 걱정이나 시키려는 속셈을 보니 정말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취재진이 볼 때에는 이 여성들이 특별히 인간됨됨이가 부족하거나 그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남편들에게 지나치게 반응을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직접 함께 사는 모습을 보지 않은 이상 쉽게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부분 자녀들도 잘 성장했고, 또 회사에도 잘 다니는 것 보면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도 헌신적으로 키운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이제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한결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입장에서 아내들의 이런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남성 ‘억울하다’, ‘배신이다’

가장 많은 의견들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한 50대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사실 여성들도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유지하면서 많이 힘들었겠지만, 사회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어왔던 남성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더 힘들면 힘들지 덜 힘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도 어느 정도 키워놨으면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너무 많은 핑계를 대면서 '남편이 귀찮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것이야 말로 힘든 일들을 함께 헤쳐 나왔던 사람들 간의 배신이지 않은가.”
또 다른 한 남성은 ‘불륜을 하고 싶은 욕구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여자는 사랑받고 나이가 들어도 여자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든 남성들이 그런 것을 쉽게 못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다른 남성들에게서 그런 것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불륜을 위한 사전 포석 깔기라고나 할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남편을 귀찮아하는 모든 여성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일부 여성들은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사실 부부간의 문제는 그 누구도 풀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가 의지할 곳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 평생을 살아왔던 부부야 말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지이자 반려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분명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