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입 막는 우체국보험

가입률 고작 0.9%…차별 논란 불거질 듯

2013-10-14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준호)의 우체국보험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2009년부터 우정사업본부를 향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대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체국보험 가입 때 장애인 차별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와 장애인 단체들의 항의 목소리를 무시한 우체국보험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인권단체 “국가기관이 돈벌이에만 급급”
우정사업본부 “정해진 보험 규정대로 처리”

유승희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우체국보험에 가입한 장애인 비율은 고작 0.9%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발달장애를 이유로 보험을 거절한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이전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의 장애인 보험신청 거절 건수는 지난 5년간 5578건에 달하며 연도별로 봤을 땐 2009년에 1293건, 2010년 879건, 2011년 1517건, 2012년 1202건, 2013년(8월 기준) 687건이라는 수치를 보였다.

보험가입 거절 사유로는 신체적 위험이 40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건부 35건, 환경적 위험 24건, 불완전 판매 69건, 고지의무 위반 40건, 기타 1363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장애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 거절을 당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돈벌이에 급급해 장애인 차별에 앞장서는 것이 더 문제”라며 “국정감사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센 비난 물결

우체국보험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국정감사를 앞둔 발제로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문제였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들이 올린 수많은 진정 건에 대한 판결문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장애인을 차별하는 보험에 비판을 가했다.

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 못지않게 보험을 통해 위험을 담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계약 체결을 거부당한다”며 “보험사가 특약 가입을 배제하고, 중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자료라는 점을 떠나서도 우체국보험에 관한 진정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과 관련해 시민 단체들도 장애인이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당한 사례들은 분명한 차별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다양한 장애유형에 따른 보험 연구가 선행돼야 이와 같은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더구나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보험이 앞장서야 하는데 돈 앞에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애등급 3급으로 분류돼 있는 한 여성은 이에 대해 “나는 보험사에 폐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도 혹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보험사에서 내세우는 규정도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을 들어주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우체국보험 측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보험 판매 과정에서 판매직원의 표현이 적절치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외 규정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체국보험 관계자는 “‘가입 비율이 낮다’, ‘장애인 차별이 있다’는 지적인데, 전혀 차별한 적이 없다. 누구나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우체국보험에서만 장애인 전용보험을 판매하고 있을 만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애인 가입 거절 건수가 높은 것에 대해선 “정신적 질환을 가진 이들이 복용하는 약이 문제다. 약 복용이 끝나면 언제든 가입이 가능하다. 인권위원회에도 해명한 부분이다”라면서 “다만 보험 창구 담당자가 장애인이 방문했을 때 ‘복용이 끝나면 다시 찾아달라’는 것을 말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이라는 것은 다 같이 돈을 내고 공평하게 가져가야 하는데,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 “장애인 전용 보험을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우체국의 해명에도 반문의 여지는 많이 남아있는 터라 장애인보험 차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이 복용하는 처방약에 대해‘피보험자의 보험사고 위험성 판단을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장애유형 및 등급 이외에도 그의 장애 정도, 환경 및 조건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결정사항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우체국보험은 현재까지 ‘약 복용’을 가입 거절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체국보험은 장애유형과 등급, 정신과 처방약 복용을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했지만 정신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약 복용과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뾰족한 대책 하나 없이 차별당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우정사업본부가 이번에는 발을 벗고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