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할인 상품권, 알고 보니 ‘먹튀’
결제 유도하려 과장광고 후 ‘잠적’ 예사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과거에는 상품권의 종류가 ‘종이’에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액결제 상품권 등 종류와 유통경로가 확대되면서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게다가 ‘상품권법’ 폐지로 판매자에 대한 제약도 사라져 사기판매는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지류상품권을 할인 구매한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수령하지 못하거나 유효기간 연장, 일부 환급 요구 거절 등의 피해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추석 명절을 틈타 상품권을 이용한 사기가 극성을 부린 것으로 확인돼 상품권의 무분별한 발행부터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례 1. A씨는 기존 상품권 가격보다 15% 저렴하다는 홍보 문구에 속아 돈을 입금했지만 정작 상품권은 받지 못했다. 그는 “아이 생일이어서 매장에서 바꾸려고 했는데 사용할 수 없는 기프티콘이라는 설명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A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B씨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상품권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돈만 받아 챙긴 20대 청년이었다. 심지어 2011년 같은 범행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4월에 출소한 상태였다. A씨는 “붙잡힌 B씨는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며 “상품권 같은 경우는 많이 사봤자 가계에 타격을 입힐 금액이 아닌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악질범이다”고 말했다.
#사례 2. C씨 역시 A씨와 같은 방법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9월 소셜커머스를 통해 주유 상품권 20장을 할인된 가격인 100만여 원대에 현금 구매했다. 판매 측은 “현금 구매이기 때문에 상품권 할인이 가능한 것이고, 매달 2장씩 차등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단 한 번의 지급 이후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 판매자가 잠적한 것이다. 그는 “약속 날짜가 지나도 배송이 오지 않아 결국 환불을 요구했는데, 처음에는 기다리라고 하더니 환불조치를 무기한 정지한다고 공지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제는 아예 잠적한 상태라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판매 사기 ‘기승’…함부로 클릭 금지
현금 요구·파격 할인가 제시땐…의심 해야
외식업체, 백화점, 도서, 모바일 메신저 상품 이용 등 상품권의 종류와 유형이 다양해진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상품권 관련 소비자상담이 연평균 2200여 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피해구제가 신청된 545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사업자가 대금을 지급받고도 상품권을 제공하지 않은 ‘상품권 미제공’이 324건(59.4%)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통해 높은 할인율로 소비자를 유인했다.
이 외에도 ‘유효기간 경과 후 사용 제한’이 88건(16.1%), 상품권 발행업체 폐업·가맹계약 해지 등으로 ‘상품권 사용 불가’ 60건(11.0%), ‘상품권 구입대금 환급 지연·거부’는 43건(7.9%)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유효기간이 지나도 구입 당시를 기준으로 5년 안에는 상품권 액면가의 90%를 돌려주는게 원칙임에도 이를 무시하는 곳이 많았다.
피해 상품권의 구입경로는 ‘소셜커머스’가 371건(68.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온라인쇼핑몰’이 36건(6.6%), ‘매장 구입’ 19건(3.5%), ‘선물 받은 경우’ 11건(2.0%) 등의 순이었다.
상품권의 유형은 백화점·주유·문화상품권 등 ‘종이류 상품권’이 267건(49.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온라인상품권 211건(38.7%), 모바일상품권 61건(11.2%), 카드형상품권이 6건(1.1%)이었다.
종이류 상품권의 소비자피해가 많은 것은 모바일상품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면금액이 커 소셜커머스 등을 통한 높은 할인율에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린다는 점도 피해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A씨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B씨가 진술한 범행은 150여 건인데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20여 건에 불과했다. 피해 금액이 소액일수록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귀찮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해도 보상받거나 판매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파는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한 달에서 석 달 정도로 짧아, 사용하지 못한 피해도 있었다.
이 같은 피해는 명절을 전후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추석선물로 상품권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 ‘대목’을 노린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을 전후한 2주간 발생한 상품권 사기 피해액은 약 1억4000만 원에 달한다,
관련 법 폐지 후 사기늘어…제한 필요성 대두
이렇듯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은 1999년 상품권법의 폐지 이후 기업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도 아무런 제약 없이 상품권 발행 및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한 상품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비대면 거래의 특성을 악용한 상품권 판매사기 등이 줄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에는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를 하고, 할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권 관련 법률의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상품권 시장의 발전을 통해 사업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상품권 관련 법률의 제정을 해당 부처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는 “구매 전 판매자의 신원을 잘 살피고, 소액의 피해라도 적극적인 신고를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사기피해자들을 분석한 결과 ▲저가 선호 ▲필요량보다 과잉 구매 ▲중고거래 사이트 등 직거래 이용 등의 구매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범행수법은 ▲현금결제 유도 ▲임시번호 연락처 악용 ▲과대광고 등의 특징을 보였음을 알렸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나 계좌번호 등으로 사기피해 신고 여부를 검색할 수 있는 넷두루미(www.net-durumi.go.kr)를 활용하거나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ecc.seoul.go.kr), 더치트(www.t hecheat.co.kr) 등에서 제공하는 쇼핑몰 정보를 참고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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