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겹경사 PS진출·아시아 최고 투수 자리 넘본다
14승 챙겨 올 시즌 신인 투수 다승 랭킹 2위 올라
샌프란시스코전서 완벽한 투구…포스트시즌 3선발 눈도장
류현진은 지난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동안 4피안타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4승을 챙겼다. 특히 다저스의 앙숙인 샌프란시스코의 홈에서 거둔 승리이기 때문에 더욱 짜릿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가 세운 다저스 선발투수 첫 시즌 최다승 역대 2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 올 시즌 신인투수 다승 랭킹에서도 셀비 밀러(세인트루이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류현진의 대기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MLB에서 25일 현재 아시아 투수 가운데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이와쿠마는 지난 2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 다르빗슈 유(텍사스) 역시 이날 휴스턴전에서 5.1이닝 9삼진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하지 못해 13승에 머물러 있다.
반면 류현진은 오는 30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서 시즌 15승에 도전하게 돼 최소 공동 1위를 확보하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1주일 쉬고 던졌는데 불펜피칭을 한 게 도움이 됐다”면서 “현재 몸 상태는 좋은 편”이라고 말해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데뷔젼 6이닝 3실점 패전
이미 LA다저스는 지난 20일 애리조나를 꺾고 일찌감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즌 초반 핸리 라미레스와 맷 켐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31승42패를 기록하며 지구 꼴찌에 머물렀지만 6월 23일 샌디에이고 戰 승리 이후 무섭게 승수를 쌓아갔다. 결국 팀은 원정 15연승의 구단 신기록뿐만 아니라 1942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71년 만에 48경기에서 40승을 기록하는 새 역사를 써내려 갔다. 이처럼 LA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류현진이 3선발 자리를 차지할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류현진에 대해 시즌 초반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달리기 꼴찌’ 사건, 흡연 습관 등 다른 쪽에 주목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부정적 시각을 말끔히 해소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내며 14승7패, 평균자책점 2.97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만나 6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 3실점(1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 후 세 차례 더 만났지만 1승2패 2.81의 좋은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25.2이닝 동안에 30안타를 맞고 10실점하며 고전해야 했다.
그러나 5번째 대결에서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5회 1사에 토니 아브레유에게 내준 1실점을 제외하고는 2루 베이스를 밟아본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또 류현진에게 위협적이었던 4번 버스터 포지, 5번 헌터 펜스, 6번 파블로 산도발을 9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꽁꽁 묶어버려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다.
LA타임스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류현진이 모두를 추종자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ESPN은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첫 시리즈 3차전에 류현진이 나서게 될 것”이라며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바뀐다거나 다저스가 놀라스코를 선택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후스포츠도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3선발이 누가 될지 명확하지 않은 듯했지만 이번 등판 이후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팀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리키 놀라스코가 지난 26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5.2이닝 동안 8피안타 7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류현진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포스트시즌 3선발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30일 콜로라도전을 통해 류현진을 최종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안 몬스터 새로운 도전 15승
이미 14승 달성으로 자신의 몸값을 입증한 류현진이 15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류현진은 시즌 마지막 등판인 콜로라도전에서 15승에 도전한다. 그가 15승 190이닝,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모두 챙긴다면 다저스가 LA로 연고를 옮긴 이후 첫 번째 나오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1984년 뉴욕 메츠의 드와이트 구든(17승 218이닝 평균자책점 2.60) 이후 29년 만에 나오는 진기록이다.
이 밖에 다저스 역대 신인투수 최다승 단독 2위, 시즌 아시아 투수 최다승 1위 등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특히 류현진은 지난 25일까지 188이닝을 소화해내 190이닝을 넘기게 되면 올해 연봉(330만 달러)의 23%에 가까운 인센티브 75만 달러(약 8억1000만 원)를 챙기게 돼 주머니도 두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류현진은 그간 멀어 보였던 내셔널리그(NL) 신인왕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올해 NL에는 유독 훌륭한 신인들이 많은 가운데 다승과 투구이닝을 제외하고 가장 빼어난 성적을 보이는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와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에 이어 류현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15승 달성이라는 변수를 갖고 있다. 이에 류현진의 진화된 도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류현진의 인기도 급상승해 류현진의 유니폼을 사려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유니폼은 후반기 공식 집계에서도 MLB 전체 1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7월 순위에서는 전체 11위에 올라 높은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전체 1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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