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종묘(주)]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농업 경쟁력’ 종자 산업 한우물을 파다

2013-09-30     박수진 기자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서른한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적극적인 기술개발로 한국 종자산업을 지킨 ‘아시아종묘(주)’다.


세계 각국이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해 18세기부터 자원 확보와 보존에 열을 올려왔다. 종자를 비롯해 미생물, 가축, 곤충 등의 생물자원까지 포함한 유전자원 보존 규모를 따져보면 미국이 46만 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 중국 37만 점, 러시아 32만 점, 인도 25만 점, 일본 23만 점, 그 뒤가 한국 순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국내 기업인 ‘아시아종묘’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로 많은 성과를 일궈냈다. 이는 곧 수출 실적으로 나타났고, 해마다 눈에 띄는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
아시아종묘는 1992년 1월 아시아나종묘로 창업, 이듬해 초 아시아종묘로 개칭했다. 창업자 류경오 대표는 ‘종자사업은 CEO의 농업에 대한 철학이 뚜렷해야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 꼭 이익 창출만을 고려한다면 종자업이 그리 쉬운 사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품질 좋은 종자를 육성하면서 재배 농가와 소비자를 생각하고 그래서 소비자가 찾는 안전한 먹을거리로 판매할 수 있게 채소를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농촌 현장 찾아다닌 열정 가진 청년
류 대표는 건국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채소종자 사업에만 몰두하며 종자개발에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외국에 빼앗길 수 있는 우리 종자시장을 꿋꿋이 지켜왔다. 자칫 하찮아 보일지도 모르는 종자산업에 열정과 뚝심을 가지고 임했던 것이다.
류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종자회사에 근무하면서 품종지도 등 기술 전문가로 종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무역업무를 담당한 것이 오늘의 아시아종묘를 탄생시킨 기반이 됐다.
모 종자회사에 근무할 당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대외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종자수출도 큰 도움을 받았다. 각국의 농촌현장을 찾아다니며 선도농가들과 생활을 같이하고 시험재배 농지를 확보해 수출을 대폭 늘리는 등 수출 최일선에서 일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종자 수출이 활발하던 때 류 대표는 위기를 맞이했다. 당시 국내 종자 업체들의 하청일에 만족해하고 있던 어느 날 일본 업체들이 국내에서 하나 둘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류 대표는 미리 위기를 직감하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소극적인 운영으로 일관했던 국내 종자 회사들은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류 대표는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퇴사했고, 그 후 우연히 한 종자회사와 동업을 하다 3년 만에 독립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존 종자업체들이 생산하던 종자를 사업 아이템으로 추진했지만 엄청난 투자비만 날리고 무일푼이 돼버린 것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낸 그는 자기 혼자만의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허브 채소를 발견하게 됐다.

사업상 갔던 호텔에서 식사를 하게 된 류 대표는 그때 나온 샐러드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류 대표는 속으로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장 몇몇 농가와 협력해 특수채소 종자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농가에서만 재배되다 보니 수익성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에 류 대표는 우선 허브와 쌈채소를 국내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허브와 쌈채소에 대한 책자를 잇달아 발간하고 언론매체에 각종 자료를 제공했다. 동시에 조성되는 허브농장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특수 채소 종자 국내 최고
류 대표는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각 나라에서 주로 먹는 고유 채소들을 국내에 들여와 다양한 특수채소, 희귀채소들을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서구의 경우 허브류만 해도 오팔바실, 바실, 타임, 월계수, 고수, 로켓트, 각종박하류, 챠빌, 파슬리, 퍼실자이안트, 휀넬 등 종류가 여러 가지였다. 팔리는 수량 역시 많았다. 무, 적무, 적양배추, 크레스, 고수, 브로콜리 등 새싹채소 시장도 컸다. 또한 먹는 꽃 등 다양한 채소와 꾸준한 소비가 조화를 이루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향신채소 허브류(로즈마리, 라벤더, 애플민트 등 120여 가지)를 비롯해서 치커리, 적근대, 비트, 특이한 양상추, 중국 채소, 동남아 토종채소 등은 류 대표를 통해서 국내에 보급된 채소들이다. 그가 보급한 쌈채소는 현재 300여 종에 이른다.

류 대표는 특수채소 종자에 있어 국내 최고가 됐다. 외국에서 인기 있는 특수채소 종자를 도입해 공급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품종을 자체 육성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후 아시아정묘는 품질과 취급종자의 다양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이렇듯 현재의 특수채소 육종기술을 갖추기 위해 수년간 국내외 유전자원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자체 육성을 시도해 아시아종묘가 취급하는 특수채소 종자의 종류는 300여 가지나 된다.
특히 류 대표는 샐러드용으로 이용 가능한 다양한 품종 개발에 주력함과 동시에 소비가 크게 늘 것이라 예상한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품종 개발에도 집중 투자해 이들 2개 작물 육종 품종만도 120여 종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 세계 종자시장 수출 극대화
아시아종묘는 국내에서는 쌈채소와 새싹채소 전문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해외에는 양배추와 브로콜리, 고추, 무 등의 씨앗을 수출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2007년에는 어린잎채소인 붉은색채소를 다양하게 육성해 적다채, 적설채, 적청경채, 적잎쌈배추 등의 씨앗을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 수출했다. 2008년에는 적청경채, 적소송채, 적곱슬케일 등의 신품종을 전 세계 선진국가들에게 수출했다.
허브와 쌈채소로 성공한 아시아종묘는 후속작으로 기능성 새싹채소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어린잎채소를 내놓았다. 어린잎채소 종자를 내놓자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이 같은 성과에 따라 아시아종묘는 더욱더 육종에 매진했다.

류 대표는 이 같은 수준에서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종자 수출시장은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거의 무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여서 얼마든지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하게 종자육종에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세계 종자시장에 수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아시아종묘는 국내 종묘의 국제화에 앞장서 나가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등 다양한 채소 종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종묘가 전라남도와 함께 공동개발에 참여, 전국 최초 개발한 한약을 활용한 ‘황금새싹’, ‘한방어린잎채소’의 결실을 맺었다.
그 외에 새로 개발하고 있는 품목도 다양하다. 첫째, 특이한 모양과 색깔의 과채류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검정토마토, 대추토마토, 포도송이형 토마토, 노란완숙토마토, 검정색완숙토마토, 기능성토마토 및 미니채소 등 각양각색의 특수·희귀 토마토의 시장개척 및 확대를 꾀하고 있다.

둘째, 관상용 호박류를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관상용 호박을 전 세계에서 구입해 볼거리 채소시장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도심 속 터널재배(주차장, 공원터널 볼거리 등)를 유도해 한 여름 고온기 채소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셋째, 식용화(먹는 꽃) 채소 품목 및 시장을 개발하고 있다. 미니팬지, 미니장미, 한련화, 인동초꽃, 시크라멘 등의 먹는 꽃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넷째, 수출용 기능성채소 가공농산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 어린잎채소 신품종 수출 및 어린잎채소를 건조 후 분말로 가공해 만든 ‘그린쥬스파우더-T(각종 어린잎채소 분말로 인간의 몸에 균형적인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제품)’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농업은 희망을 일구는 종합 예술
대부분 보통 사람들은 “하다가 하다가 정 할 것 없으면 농사나 짓겠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강하게 역설한다. 그냥 있는 게 아니라 ‘가득하다’고 강조한다. 류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채소 테마공원의 이름도 그래서 ‘희망채’다.

류 대표는 ‘농업은 희망을 일구는 종합 예술’ 이라고 강조한다. 1차 산업인 농업을 3차 산업으로 정립, 다시 말해서 3차 산업인 관광을 접목한 경관농업으로 수입개방 파도에 허덕이는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더 나아가 그 모든 것이 접목된 종합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류 대표의 종자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국내 종자시장을 전 세계에 알리는 큰 기대효과를 가져왔다. 죽어가던 국내 종자시장에 한줄기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70% 이상의 종묘사가 다국적기업으로 넘어가고 국내 시장이 그들의 각축장이 될 때도, 아시아종묘는 한국의 종자 기간산업을 지키는 보루가 됐다.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종묘는 여느 기업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과감하고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희귀 종자를 개발, 고부가가치의 채소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씨앗시장에서 여타 기업과 견주어 뒤지지 않을 만큼의 실력과 안주하려 하지 않으려는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 종묘의 국제화에 앞장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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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수진 기자>
<출처=대한민국 초우량 기업10
│김경준·국제경영원 지음│원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