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 오너부자 나란히 구속

실형선고에 풍비박산, 향후 귀추 주목

2013-09-2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LIG그룹 오너 일가가 시끄럽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지난 13일 회사의 부도 사실을 알고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2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구자원(78) LIG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구속 기소된 장남인 구본상(43)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도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차남 구본엽(41) 전 LIG건설 부사장은 분식회계와 CP 발행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오너 부자가 나란히 구속되면서 이번 정부의 ‘재벌 무관용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기성 기업 어음(CP) 발행 사실이 그룹 총수로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었던 구 회장을 실질적 주도자로 판단했다. 금융위기로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가진 상태에서 CP 발행은 구 회장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800여 명의 피해자가 3437억여 원의 피해를 입었고, 그중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2087억 원에 달한다”며 “구 회장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구 부회장에게는 LIG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을 지위에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실질적인 주도자를 구 부회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구 부회장은 “함께 기소된 오춘석(53) LIG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처리했을 뿐 대주주의 일원으로서 상징적 역할만 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모든 사항을 보고 받고 회의석상에서 LIG건설의 부진에 대한 질책과 개선 지시 등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점이 입증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부회장은 최종 결정만 하지 않았을 뿐 오 대표와 협의 하에 이 사건 범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LIG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을 지위에 있는 만큼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평가 된다”고 밝혔다.

한편, 23일 법원에 따르면 구 회장 측은 구 회장이 누나 사망으로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일시 구속집행정지 후 다시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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