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골 가뭄 해결사는 누구?

해외파 vs 국내파 브라질 본선까지 경쟁 후끈

2013-09-09     김종현 기자

아이티전으로 첫 승 기대…크로아티아전에서 해답 근접
선수들 홍심잡기에 안간힘…주전자리 놓고 전전긍긍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본격적으로 해외파가 합류한 홍명보호가 아이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통한 전력구축에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그간 국내파와 J리그 선수들을 통해 흐트러져 있던 조직력을 빠른 시간 안에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축구경기의 결과물인 득점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외파의 합류가 골 결정력을 살리는 실마리가 될지를 놓고 팬들의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이후 나흘 만에 잇달아 평가전을 치르게 되는 축구대표팀의 면모를 살펴본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A매치 감독은 지난 5일 경기를 하루 앞두고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뛰지 않았던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합류했다. 지난 2일부터 잠시 후 진행할 마지막 훈련까지 좋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잘 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혀 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고 소속팀에서 잘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대표팀에서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압박감으로 작용해 선수들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들 모두 자신감도 넘치고 편안한 상태다. 나도 내일 경기가 흥미롭다”고 말하면서 우려와 기대를 나타냈다.

홍 감독은 “아직 공격수들에게 구체적인 주문을 하진 않았다. 오늘 훈련 마치고 내일 경기 전 미팅 때 이야기할 것”이라며 “지금은 분명 과정이긴 하다. 흔들림 없이 세운 계획에 맞춰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할 때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평가전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결국 홍 감독은 이번 아이티전을 통해 실험과 결과를 동시에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더욱이 잇따라 펼쳐지는 강팀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해답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파가 처음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그간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려 왔던 대표팀에 단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치른 4차례 평가전에서 단 한골에 그쳤고 3무1패를 기록하면서 첫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교적 약팀에 속하는 아이티를 상대로 유럽파를 활용한 최적의 공격조합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4일 훈련에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제로톱 시스템을 테스트했고 지동원이 원톱으로 올라서고 김보경(카디프시티), 구자철,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등이 공격을 지원하는 조합도 선보였다. 여기에 조동건(수원), 윤일록(서울), 이근호(상주상무) 등 국내파 공격진의 활약도 기대된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더 완숙하게 하고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이번 경기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파 골잡이 역할 기대수비진도 안정감 높여

우선 아이티전을 통해 홍 감독은 이청용, 손흥민이 좌우 날개를, 김보경이 중앙에서 처진 공격수로 나오는 조합이 예상된다. 이들은 현재 소속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유럽파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또 대표팀에서 소속팀 본래 포지션을 그대로 맡을 수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드래건’ 이청용은 월드컵 예선전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완급조절에 능한 지능적 드리블, 정확한 크로스,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 등 측면공격수로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에 홍명보호에서도 이청용은 확실한 우측날개로 점쳐볼 수 있다.

막내 손흥민도 분데스리가의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면서 홍 감독의 기대감 역시 한층 높아졌다. 손흥민 특유의 폭발적인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공간침투가 인상적이다. 또 기회가 오면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보경은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박지성 못지않은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격은 물론 수비 가담 범위까지 매우 넓은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골대 없이 두 팀으로 나눠 공격을 전개하는 훈련에서 선수들은 4-2-3-1 포메이션에 맞춰 열명씩 조끼팀(노란색)과 비조끼팀으로 나눠졌다. 유독 김보경만이 흰색 조끼를 입고 전방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모든 선수와 호흡을 맞춰보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 이는 김보경이 원톱 공격수 아래 자리를 놓고 확고한 중심축이 될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톱으로는 지동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은 최종 리허설에서 지동원을 불러 1대1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 감독은 훈련 중에는 선수를 따로 불러 지시·주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동원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며 동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탠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일부터 4일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훈련에서 홍 감독은 자체 청백전에서 지동원을 원톱으로 내세우면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공격진의 부진 속에서도 합격점을 받아왔던 수비진에도 곽태휘(알 샤밥), 박주호(마인츠),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이 합류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홍 감독은 곽태휘에 대해 “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주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큰 공을 세웠고 팀의 리더로서 좋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영과 박주호도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실력을 어느 정도 입증한 상태다.

하지만 중앙수비수에는 이미 홍정호(아우쿠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이 뚜렷하게 입지를 다졌고 황석호(히로시마)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왼쪽 측면 수비에서는 윤석영과 박주호가 서로 경쟁을 벌여야 해 해외파 수비수 들이 기존보다 더욱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구분 없는 전술훈련 베스트 11 미궁 속

평가전을 앞두고 주전선수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홍 감독의 베스트 11은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홍 감독은 주전과 비주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전술훈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선수들이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펼쳐진 훈련에서도 홍 감독은 청팀에 조동건(수원), 김보경, 구차철, 이청용, 한국영(쇼난), 박종우(부산), 윤석영, 이용(울산), 황석호, 곽태휘, 김지현(세레소)을, 백팀에 지동원, 손흥민, 이근호, 고요한(서울), 하대성(서울), 이명주(포항), 박주호, 김창수(가시와), 김영권, 홍정호, 김승규(울산)를 한 조를 이루게 해 어느 한 쪽으로 선수들 실력이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이로써 선수들 간의 주전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훈련 뒤 이청용은 “연습경기에서 멋진 장면을 보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상대편이 A매치 상대만큼이나 강하기 때문”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과거 대표팀 훈련을 고려해볼 때 통상 청백전을 치를 경우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확실했다. 이에 백업요원으로 분류된 선수들은 의욕이 일찌감치 꺾이는 부작용이 있었다. 홍 감독은 이를 철저히 극복하면서 실전에 나설 때까지 모든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다잡고 있다. 또 대표팀 내에서 국내파와 유럽파의 파벌을 없애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적절한 안배로 그때그때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경기흐름에 맞게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이 추구해온 팀플레이를 구연하기 위해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선수들도 이번 2차례에 걸친 평가전을 통해 홍심 잡기에 이를 악물고 있다. 이미 홍 감독은 “이아티전과 크로아티아전을 전혀 다르게 그리고 있지 않다”면서 “아이티전에서 부족했던 점을 크로아티아전서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매 경기 발전하는 것을 원하다”고 말했다. 이는 동아시안컵 중국전처럼 선발 라인업을 파격적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선수들이 아이티전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경우 크로아티아전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들 속에서의 진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파와 비유럽파의 첫 조합인 만큼 유럽파가 그간 부진했던 홍명보호의 공격력을 만회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