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전씨 일가 압류재산 허브빌리지
총 6만평 210억 원대 추징금 자진 납부로 급선회
직원들도 모르는 비밀창고에서 30여점 물품 압류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쉬고 갔다
전씨 일가는 미납 추징금 납부를 위해 검찰에 지금까지 압류된 모든 재산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압류된 재산은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와 경기도 오산 땅, 고급 빌라, 압류 미술품 등 다 더하면 900억 원에 육박한다. 한남동 땅은 제3자가 연루돼 있어 자진납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납부금액까지 더하면 장남 재국씨 700억원, 차남 재용씨 500억원, 삼남 재만씨 200억원, 딸 효선씨가 40억원을 납부하는 셈이다. 사돈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100억 원을 대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씨 일가가 계획대로 추징금을 납부한다면 미납 추징금 1672억은 완납이 가능하다.
자진납부 형식은 세금 문제 등을 이유로 압류 이후 공매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공매에 넘길 경우 재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검찰도 고민이 많다.
전씨 일가가 미납추징금을 완납한다 해도 재용씨 등에 대한 사법처리도 문제다. 이미 전씨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한 마당에 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재용씨를 사면해 주거나 처벌수위를 낮출 경우 전 국민적인 비난여론이 높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 취재팀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전씨 일가 압류재산 중 허브빌리지를 취재했다.
건물 10여 개 객실 40개 야생화·펜션 단지로 조성
전씨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고 있는 허브빌리지는 경기도 연천에 위치해 있다. 총 6만평 규모의 야생화 단지다. 2009년부터는 펜션 단지를 조성해 현재는 목조건물 10여 개에 객실 40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야생화, 허브 등이 심겨 있어 가족, 연인 단위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재국씨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본인뿐 아니라 부인 정도경씨와 딸 명의로 이 일대 땅을 사들여 허브빌리지를 조성해 2006년 문을 열었다. 이번에 검찰에서 압류한 재산은 6만평 중 4만평 정도다.
재국씨가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할 때인 2004년 이곳의 공시지가는 3.3㎡에 3700원 선이었다. 하지만 대지로 형질변경 된 이곳의 올해 공시지가는 100배에 가까운 36만3000원이다. 압류 재산만 따져보면 약 150억 원 정도다.
지중해 스타일 고급 건물 개인 집무실·별장
취재진은 9월 5일 오후 허브빌리지를 찾았다. 서울에서는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생각보다 가깝지는 않았지만 외진 곳에 위치한 덕에 한적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허브빌리지는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매표소를 통해 들어가면 좌측에 허브샵, 티하우스, 글래스하우스, 버터플라이가든 등이 위치해 있고 오른쪽에는 다양한 허브가 심겨 있는 허브밭 무지개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무지개하우스는 허브빌리지 중앙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멀리 임진강까지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다.
이밖에 허브빌리지에는 네버랜드미술관, 한식당 초리, 허브찜질방, 펜션형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허브빌리지에는 생각보다 관람객이 적었다.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연인 1쌍과 가족 1쌍이 전부였다. 허브빌리지 내부 건물들은 지중해풍 스타일의 외관으로 만들어졌다. 곳곳에 놓여있는 조각품 하나하나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눈의 띄는 점은 허브빌리지를 둘러쌓고 있는 담벼락이 생각보다 높아 개인정원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하늘높이 자란 나무들이 담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밖에서 안을 보기는 쉽지 않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5일에는 인부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계절이 변하면서 관람객들을 위해 새로운 꽃을 옮겨 심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관람객이 적다는 취재진의 말에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평일보다 주말에 관람객이 많이 온다. 주말에는 체험학습을 하러 아이들이나 가족단위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허브빌리지 내부에는 허브찜질방, 산소방, 티하우스 등 관람객들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특히 티하우스와 찜질방에는 많은 책들이 놓여있는데 대부분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책들이었다.
취재진은 무지개하우스 위쪽에 있는 허브 찜질방에 들러봤다. 전망도 좋고 규모가 큰 건물인데 이날은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출입구에는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에 내부수리중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평일이라 운영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허브빌리지 내부에 있는 건물들 중에는 겉으로는 관람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지만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 보였다.
허브빌리지는 전씨 일가의 은밀한 호화공간으로 의심받기도 했다. 재국씨가 개인공간으로 쓰고 있는 허브샵 뒤에 있는 건물에서는 지난 7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불상, 그림, 도자기, 자수, 공예품 등 30여 점의 압류물품을 찾아냈다. 당시 압류품들은 재국씨 비밀창고에서 발견됐는데 이 비밀창고는 직원들도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또 재국씨 사무실에는 시가 5000만 원이 넘는 하이엔드급 음향기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 건물에는 재국씨 집무실 외에 침실도 꾸며져 있었다. 호화로운 욕실에 개인 건식 사우나까지 설치돼 있는데다 옥상 정원에는 벽난로와 바비큐 파티를 위한 공간까지 설치돼 있다고 알려졌다. 당시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작년에 전 대통령께서 한번 오셨나. 펜션에서 주무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관광명소로 포장돼 있는 허브빌리지가 전씨 일가의 호화로운 개인공간으로 의심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