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출국금지, 아들들은 지분싸움…바람 잘 날 없는 효성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의 총수 일가를 향한 칼날이 매섭다. 조석래 효성 회장 등 그룹 경영진 3명이 출국금지된 데 이어 세무조사 역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이러한 와중에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어머니 송광자씨의 지분 행보도 주목된다. 또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차남 조현준 전 부사장은 효성 계열사들을 상대로 법원에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신청을 내 불편한 심기를 은근히 표출하는 중이다.
조석래 회장 거액 탈세 혐의…강도 높은 세무조사 정조준
끊임없는 후계구도 경쟁…밀려난 아들은 법원 소송까지
효성에 대한 집중적인 세무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석래 회장이 거액의 탈세혐의로 출국금지됐다. 국세청은 지난 5일 조 회장 등 핵심 경영진 3명에 대해 차명재산을 조성하고 분식회계 등을 통해 거액을 탈세한 혐의로 이들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또한 진행 중이던 세무조사 역시 지난달부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으며 기간도 다음달까지로 연장됐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탈루한 혐의가 드러났을 때 검찰 고발 등 형사처벌을 염두에 둔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다. 이번 출국금지도 강도 높은 조세범칙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현재 조 회장은 대규모의 차명재산을 불법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출국금지된 이상운 부회장은 분식회계를 주도해 빼돌린 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했으며 다른 임원인 고모 상무는 이 차명재산을 관리하는 일명 ‘금고지기’로 알려졌다.
효성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 시점은 재계 조세피난처 리스트가 폭로될 무렵인 지난 5월부터다. 조 회장의 막내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효성에 대한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조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등 사법처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아버지의 자리 보전이 위태롭다는 것을 예감한 듯 아들들도 지분싸움에 나서 승계구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지난달 26, 29, 30일에 걸쳐 146억 원대 규모의 효성 지분 20만6804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조 사장의 지분은 8.55%에서 9.14%로 올라갔고 다시 효성의 2대주주가 됐다. 원래 2대주주를 차지하고 있던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0.38%포인트 차로 3대주주로 밀려났다.
당초 지분싸움을 먼저 시작한 것은 첫째가 아닌 셋째 쪽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 2월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직후부터 효성 지분을 사들였다. 조 부사장이 3월 초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사들인 주식은 30만2986주로 지분은 7.90%에서 8.76%로 올라갔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지분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조 사장이 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쓴 돈의 대부분이 차입금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후계구도 경쟁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조 사장은 효성 주식 40만3967주를 담보로 240억 원을 빌리는 등 다수의 주식담보 대출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부인이자 조 사장 형제의 어머니인 송광자씨의 지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송씨의 지분은 0.47%인 16만4099주로 전체 주식 대비 물량이 적다. 하지만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는 장남과 삼남 간의 지분 차가 0.38%포인트에 불과해 송씨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후계자가 바뀔 수도 있는 구도다.
한편 경영을 포기한 조 전 부사장 역시 효성 계열사 4곳을 상대로 법원에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신청을 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주주로서 경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이 후계구도로 인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효성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국세청에 회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분변동은 평소 회사 주가가 낮을 때 저가매수를 해 왔던 것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으며 경영권을 운운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