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숨은 꿍꿍이는?
노조 선거 비용 1억 원 육박…공약 남발
[일요서울|박수진 기자]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귀족노조로 불리며 여론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안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몽구 회장의 사업장 해외 이전 계획 발표에 오히려 강경한 자세를 취해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현대차노조가 업계의 비난 속에서도 무리하게 파업을 진행하면서까지 강성하게 나가는 이유를 동종업계의 시각을 통해 들여다봤다.
노조위원장 자리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조합비 운영 가능
막강한 노조 권력 차지 위해 노조 계파 간 과다 공약 신경전
현대차 노조는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매년 파업을 이어 왔다. 현재까지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생산손실은 13조3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는 노조가 일정한 요구를 하고 사측과 절충점을 찾아 협상을 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올해 노조 측의 요구안은 더 이상 사측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75개 조항 180개 항목에 달한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현 75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상, 정년 61세로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 취득 지원금 1000만 원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 중 기본급 인상은 노사 간의 협상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요구 사항들은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년 동안 상여금 700%를 지급했다. 그리고 2007년 노조는 임단협에서 800%로의 인상을 요구, 750% 인상을 이끌어 냈다. 6년이 지난 지금 반드시 50%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여기에 퇴직금 누진제와 정년 연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측이 모두 받아들일 경우 현대차는 연간 4조 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인 8조4396억 원의 절반 수준. 즉 현대차는 현재 생산성의 50% 이상을 끌어 올려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이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해 노조 측의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 회사들의 내수와 수출을 살펴보면 전체 판매는 지난 7월까지 261만5392대이다. 전년동기 (275만9060) 대비 5.2% 감소했으며 전년도의 감소폭(-1.0%)을 크게 넘어섰다.
진짜 속내는…권력 쟁취
그렇다면 이처럼 자동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무리하게 파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막강한 노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현대차 노조 각 계파 간의 싸움’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위원장 자리는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조합비를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및 정치권에 대해서도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 각 노조계파들이 눈독 들이는 부분이다.
특히 현재 7개 계파로 분류돼 있는 현대차 노조의 경우 계파 간의 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각 계파들은 노조집행부 선거 때마다 대의원들의 표심 공략을 위해 선명성을 부각시키거나 경쟁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임단협 협상안에 넣어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건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성향이 다른 7개 계파가 존재한다. ‘금속노동자민주연대(금속연대)’,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민주현장투쟁위원회(민주현장)’ 등 강성파와 ‘제2민주노조운동(들불)’과 ‘현장에서민주노조를사수하는노동자회(현미노)’, ‘소통과연대’ 등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노조를 이끈 이경훈 전 위원장이 속한 ‘현장노동자’는 온건·실리파에 속한다.
A 자동차의 한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뿐 아니라 A사 역시 계파 갈등이 심하다. A사의 경우 6개 계파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대차나 A사뿐 아니라 모든 대기업은 계파 갈등이 있다고 보면 된다”며 “각 계파들은 자신들이 더 낫다고 주장하며 여러 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노조위원장 선거는 현장여론을 의식해서 과도한 공약을 내놓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거 자체도 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크다. 선거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대개 1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전직 노조 관계자 역시 “현대차 노조가 20년 이상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인 건 막강한 노조 권력을 쥐기 위해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계파간의 갈등이라거나 선거를 의식한 강경 자세라는 해석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집행부 선거와 임단협은 전혀 별개”라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달 30일까지 노조의 6차례 파업으로 회사는 자동차 2만8084대를 만들지 못해 5763억 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