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습관
주식투자에도 멀티플레이가 필요하다
동시에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시간의 분배가 중요
시세판에서 멀어져 조용히 침잠하는 여유도 필요해
국민 모두의 머릿속에 여전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그 영광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남긴 것들 중엔 ‘멀티플레이어’라는 것이 있다. 그 이전 우리 축구는 각 선수 별 포지션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형태였는데 히딩크 감독은 현대축구의 뚜렷한 특징인 토탈축구를 도입했다. 토탈축구는 강력한 압박을 위해 전원공격, 전원수비라는 적극적인 형태를 보이는데 제대로 토탈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각 선수들의 강력한 체력과 높은 전술 이해도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기량이 요구됐다.
축구도 그렇지만 현대라는 이름의 이 시대는 많은 분야에서 구성원 각 개인에게 일당백의 다양한 기능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한 가지만 잘하면 족했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를 고르게 잘하는 것을 원한다. 흔히 듣는 슈퍼맘, 슈퍼대디 등의 단어는 멀티플레이어와 거의 같은 말이다.
멀티플레이어를 뭉뚱그려 정의하자면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저 일도 할 수 있는 사람,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만물박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심각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건 바로 시간적 동일성이다.
우리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멀티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이지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내는 자질이나 기능이 아니다.
멀티태스킹 역시 마찬가지로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 일을 끝내고 거의 시차 없이 다음 일을 수행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명백한 착시현상이다.
만약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추진한다면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한 가지 일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없다. 진화론적으로 따져보면 우리의 두뇌는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해 계속 주의를 환기하게 돼있다. 따라서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처리 못한 일들이 있을 경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우리의 두뇌는 자신의 처리능력을 넘는 상황에 부딪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현대인이 머리가 아프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유다.
주식투자라는 고도의 집중적인 활동에 몰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반드시 일정 시간 시세판에서 멀어져 조용히 침잠하는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샘에 물이 고이듯 여유 있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긴요하다.
그리고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두뇌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을 메모를 통해 보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메모가 일상화돼있다. 이것은 두뇌를 활용하지 못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을 나중에라도 환기시키고 보조하는 훌륭한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메모하는 사람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한 발 물러서서 뒤를 돌아볼 것 그리고 꾸준히 메모를 통해 자신을 되새김할 것. 개인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이동윤 현대증권 시화지점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