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내뱉는 문재인에 김한길 ‘부글부글’
말 한마디에 ‘발끈’…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김한길-문재인 회동 후 ‘양해’ 보도에 文 ‘분노’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문재인 의원이 김한길 대표를 만나 ‘장외투쟁에 제가 나가면 여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김 대표는 ‘문 의원의 뜻을 존중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안다.” 민주당 관계자가 문 의원이 장외투쟁 불참에 대한 입장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면서 했던 말이다. 문 의원은 장외투쟁에 참석하면 새누리당에서 ‘대선 불복’이라고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을 두고 ‘겉으로는 김한길-문재인 화합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화합보다는 갈등이 봉합되기는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강하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 투쟁을 선언한 것은 10대0 완패한 꼴이다. 김한길 대표를 볼 때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치라는 것은 세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데 세가 없어 입지는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의원이 ‘갈팡질팡’하면서 ‘잽’을 날리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당이 화합해야 되는데, 오히려 김한길-문재인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외투쟁에 동력을 모두 쏟아내야 하는 시점이지만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김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한 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구나 문 의원도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너무 잦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민주당이 이 모양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김 대표와 문 의원을 겨눈 쓴소리가 당내에 자욱하게 퍼져있다.
문재인-김한길 갈등 또 다시 회자 왜?
원내외 병행 투쟁을 선언했지만 장외투쟁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바쁜 와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김 대표와 문 의원의 갈등이 난데없이 회자되고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단 말이 나온다.
원래부터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였지만 이번 장외투쟁 불참 과정에서 불거진 한 언론보도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최근 민주당 내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 내용이다. 요지는 “문재인, 김한길 만나 집회불참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이 최근 김 대표와 만나 자신은 당분간 장외투쟁에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 대표도 수긍하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말이 와전됐다는 것.
이에 문 의원 측에서 ‘분노’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양해’ 보도로 인해 문 의원 측 인사들은 김 대표 측에서 이런 단어를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권 후보였던 문 의원이 어떻게 당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느냐’고 발끈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문 의원이 김 대표를 자기보다 한 수 아래의 인물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갈등이 극심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들을 거론하며 해묵은 갈등을 표출한 것이다. 또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문 의원 측이 ‘분노’한 다음날인 18일 사건이 터졌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뒤 근 한 달 간 침묵을 이어오던 문 의원은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했던 방식이지만 진상을 밝히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며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특검을 통해 지난 대선때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과 함께 NLL 대화록 유출, 또 그로 인한 공작들, 그와 함께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부분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가만있어라” vs “결과물 보여라”
한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NLL논란’을 두고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다가 국정원 대선 개입에 초점을 맞춘 김 대표로선 문 의원의 말이 곱게 들렸을 리 없을 터. 그래서였을까.
비주류 비노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NLL대화록’ 공개 문제를 언급, “국정원 조사에 집중했어야 할 것을 대화록 공개 문제로 가져간 것은 당 의원들 및 문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 문 의원은 지금도 말을 아껴야 한다”는 말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 대표와 문 의원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고, 김 대표로서는 이를 일일이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서로의 입장차가 있다보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당 대표 이해찬-대권주자 문재인 담합’으로 인한 해묵은 갈등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갈등을 지켜본 민주당 안팎에선 김 의원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상 문 의원이 당분간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을 당 지도부가 원할 뿐 아니라 김 대표가 전면에서 진두지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10월 재보선 패배 이후 ‘김한길 교체론’을 들 수 없는 이상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말을 한다. “10월 재보선이 축소됨에 따라 큰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다. 거물급 인사들이 등장한다고 해도 섣부르게 ‘교체론’ 카드를 꺼내들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문 의원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지금으로선 문 의원이 발언을 자제하는 게 야당에 유리하다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한길 교체론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한 이상 원내 복귀에 대한 결과물을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김한길 책임론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 최고위원 차원에서 김 대표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할 수도 있다”며 “장외투쟁에 반대를 고수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 뿐 아니라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문 의원은 자제를, 김 대표에게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으로서는 사사건건 과거 갈등에 얽매이기보다는 ‘퇴로가 꽉 막힌 민주당’이 하나가 되어 ‘위기의 민주당’을 구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