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금호그룹, 교묘한 광고 몰아주기

박삼구 회장의 극진한 여동생 사랑

2013-08-26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극한 여동생 사랑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이 금호계열사의 많은 광고물량들을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박 회장의 여동생이자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현주씨가 부회장으로 있으며, 대상그룹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문제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대상그룹의 계열사이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법망을 피한 혈연관계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자행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기업 물량 수주는 규제 대상 해당 안돼…‘꼼수’ 논란
아시아나항공·금호건설·타이어 등 20년째 ‘상암’ 독점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1993년 상암기획으로 설립된 뒤 2002년 상암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06년에는 대상그룹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오빠인 박삼구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매년 최고 매출액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가 차지하고 있는 금호그룹의 일감 비율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건설, 금호타이어, 금호고속, 에어부산 등 굵직한 계열사의 광고를 20여년 간 독점하고 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였던 대우건설, KDB생명(구 금호생명), KT금호렌터카(구 금호렌터카) 등의 광고도 수주했다.

특히 2006년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뒤 이듬해인 2007년 외국계 회사를 밀어내고 대우건설 광고대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당시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매출은 2007년 전년대비 72.8% 상승한 243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금호와 대상, 양쪽으로부터 광고물량을 수주하면서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 238억 원이던 매출은 2011년 287억 원에서 지난해 304억 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상암커뮤니케이션즈가 삼성의 제일기획이나 현대기아차의 이노션 같이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대형 광고회사와 비교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 국내 광고업계 3위 매출액을 기록했다는 점은 단연 눈에 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늘고 있는 내부거래 비중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5년간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내부거래액을 살펴보면 2008년 231억4000만 원 중 46억1000만 원(19.9%), 2009년 230억7000만 원 중 56억3000만 원(24.4%), 2010년 238억4000만 원 중 66억7000만 원(28%), 2011년 287억8000만 원 중 101억1000만 원(35.1%), 2012년 304억 원 중 142억9000만 원(47%)이다.

하지만 오너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보이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와 금호의 이와 같은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의 규제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아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은 수혜기업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분율 요건이 3%이거나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율 요건이 30% 초과일 때만 해당된다. 그러나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그룹 내 물량을 매출의 10%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이 거래한 계열사는 대상과 대상 FNF, 나드리화장품 정도다. 또한 같은 계열사가 아닌 서로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해당되지 않는다. 즉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전혀 법에 위반되지 않은채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것.

독립광고 대행사 설자리 잃어

이와 관련해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친족 회사를 등에 없고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법망을 피한 채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처럼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빽’없는 수많은 독립광고 대행사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에서는 언제든지 광고대행사를 교체할 수 있다. 보통 1년 단위로 대행 계약을 맺지만, 광고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엔 6개월만에도 대행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다시 경쟁 입찰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몇몇 대형 광고 대행사가 대기업으로 편중되면서 독립광고 대행사들은 제대로 된 경쟁 입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한 광고대행사의 관계자는 “일부 하우스 에이전시에 대한 대다수 대기업들의 광고물량 몰아주기가 국내 광고시장의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 때문에 많은 독립 광고 대행사들이 제대로 된 경쟁조차 못해보고 급속도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광고대행사 관계자도 “대기업 광고물량이 계열 하우스 에이전시로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된다면 대기업의 보호 속에서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경쟁력 있는 광고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국내 광고의 질은 시장 규모에 비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가 아닌 서로 다른 기업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로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