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故 이춘상 보좌관 향수병을 앓다
“있을 땐 몰랐던 빈자리, 갈수록 커져…”
교통사고 당일 검찰 개혁 페이퍼 만들 정도로 ‘꼼꼼’
인사 파동·각종 정책 오판 ‘이춘상 향수’ 자극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요즘 새누리당이 ‘이춘상 향수병’을 앓고 있다. 인사파동,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 등으로 박근혜 정권이 갈팡지팡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박정희 정권 시즌 2‘라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그 당시 사고만 발생하지 않았다면…지금 처럼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사연을 알아봤다.
정부 출범 초기임에도 박근혜 정부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7인회 멤버인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박근혜 정부의 ‘깜짝 인사’가 정점을 찍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 국면 전환차원에서 ‘깜짝 인사’ 등이 발탁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당안팎의 제대로된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과거 일화를 공개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6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 문제를 양보하면서 꽉 막힌 정국 경색을 풀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고 이춘상 보좌관이다.
박 후보에 직언했던 故 이춘상
“이 보좌관이 불의의 사고만 당하지 않았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외로운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 주변에는 ‘YES맨’들이 즐비하지만 이 보좌관은 그나마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직언’을 할 수 있던 그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다.”
여권에서만 10년 넘게 몸담아 온 새누리당 한 당직자가 고인이 된 이 보좌관을 두고 내린 평가다. 이 당직자는 이어 이 보좌관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일 당시 모든 사안을 검토한 뒤 ‘유무’를 결정했던 사람”이라며 “대외적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로 담당했지만 홍보와 후보 개인 관련 업무·후원금 등 회계 관련 업무 및 페이퍼를 작성하고 검토하는 일을 이 보좌관이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언을 하다 보니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vs 이춘상 파워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일종의 견제였다”고 덧붙였다. 보좌진 권력에 대한 비토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보좌관에 대해 극찬을 하는 경우는 분명 드문 케이스다.
이 보좌관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개월여 시간이 흘렀지만, 이 보좌관이 이름이 여의도 내에서 회자되는 것은 그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 내 중론이다. 박 대통령 ‘보좌진 권력 중 최고’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보좌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면은 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지난해 12월. 이 보좌관은 평소 박 대통령의 현장을 수행하지 않았지만 이날 검찰개혁을 발표하기로 하자 메시지 준비 차원에서 강원도 유세에 함께했다. 그리고 돌아오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이 사건을 회상한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 보좌관이 검찰 개혁에 관한 검토한 뒤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지켜보고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보좌관은 박 대통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시절 의원직 사퇴 전 기자들과 만났을 때 ‘의원직을 사퇴하면 백수가 되는 것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어쩔 수 없지 않나. 박 후보님과 끝까지 함께 해야지요”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끝까지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보좌관은 박 대통령의 그림자 보좌를 했지만 보좌진 3인방과는 달리 YES만 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고리 권력 견제
이런 점들 때문에 자연스레 여권 내에서는 ‘이춘상 향수병’에 젖어든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허태열-이재만, 이정현-정호성 경쟁 구도가 이뤄졌고, 인사파동도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벌어졌다. 그러나 이 보좌관이 있었다면 이재만-정호성을 견제하며 균형을 맞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이 보좌관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세제개편안 등으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개편안에 대해 세세하게 보고받지 못하고 발표돼, 뒤늦게 전면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바로 이런 정책을 만들 때 측근들조차 이를 바로 잡지 못했다는 것. 국민 의견수렴 등 세세한 과정이 생략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 보좌관은 꼼꼼히 검토했었는데…”라며 “이 보좌관 같은 사람이 박 대통령의 곁에 있어야 되는데, 아쉽다”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