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들의 연이은 이탈’ 안철수 한계론 봉착

“아~ 옛날이여~” 김종인, 법륜, 윤여준, 최장집까지

2013-08-19     박형남 기자

원내진입 이후 안철수 미묘한 변화 감지…일정 적극 홍보
대선 당시 정운찬 전 총리 찾지 않아 安 캠프 합류 불발
‘안철수-법륜 결별’ 대두…캠프 사람들 ‘신당 합류’유보적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사건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정책 연구·개발과 정치세력화를 위해 ‘영입 1호’로 공을 들인 최 교수가 중도하차한 이후 결별설이 나돌았지만 안 의원은 이를 애써 부정하고 있다.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바쁘게 움직이던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차질을 빚고 말았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왜 멘토들이 떠났고,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도는 것일까. 대선 중도 하차 이후 안 의원에 대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야에서 앞다퉈 안 의원을 깎아내리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안 의원에 대한 아쉬움이 내부에서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안철수 한계론’이 쏟아지는 것일까.

“안철수 의원이 옛날 같지 않다.”
정치권 인사들 뿐 아니라 언론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한 언론인은 “300명의 국회의원을 모두 삼킬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안 의원도 300명 중에 1명의 국회의원으로 전락했다. 원내진입한 안 의원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안철수 한계론’이 등장했을까.

‘인간 안철수’ 평가 냉혹
“사람 챙기지 않는다”

정치권 인사들은 안 의원이 원내 진입 이후 행보와 성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4개월 만에 의원실 분위기가 바뀐 ‘미세한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인은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후 안 의원은 ‘차기 대권 후보’라며 일정 등을 문의하면 가르쳐 주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고, 초선의원이 됐어도 그 전략을 그대로 유지해 나갔다. 그 이면에는 대선 후보라는 ‘타이틀’과 함께 안 의원 혼자 정국을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정을 공개하면서 대선 후보가 아닌 ‘초선의원’으로 돌아왔다. 이제 대선 후보가 아닌 원내 진입한 한 의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은 셈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안 의원은 대선시절 공평빌딩을 사용할 당시 4층에 취재기자실을 마련했다. 6층은 김성식 전 의원, 박선숙 전 의원, 송호창 의원 등 실무진이 사용했다. 그러나 실무진을 만나기 위해선 그들의 사무실이 아닌 외부나 기자실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6층 기자 출입 금지령이 내려졌고, 기자 접촉 금지령까지 더해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안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철수 신드롬’ 때문이었다.

그러나 줄곧 언론에 고자세였던 안 의원이 원내 진입 이후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18일 전주에서 열린 안철수 세미나 행사 후 막걸리 집에 안 의원이 예고 없이 나타나 취재기자들과 만났다. 또 전주의 한 공장을 방문한 일정에서 당시 행사 시간이 9시30분이었지만 기자들을 태우고 오던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자 안 의원 측은 20분이나 기다렸다가 기자들이 도착하자 그때서야 행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이 정국을 주도하기보다는 이제는 정치권 아웃사이더로 변했다는 말들이 많다. ‘안철수 왕따설’이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안 의원은 왕따를 당하는 처지다. 국회에서 (동료의원들에게) 인사도 잘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안 의원의 성격을 통해 한계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안 의원은 대선 때부터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던 정운찬 전 총리는 안 의원에게 내심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정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인 A씨가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고, 정 전 총리도 합류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안 의원이 정 전 총리를 찾아주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주변 사람만 잘 챙겼다면 ‘거물급’ 인사를 영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안 의원은 안랩 대표 시절 직원들에게 “저녁 회식을 하자”며 “소고기를 먹자”라고 말한 바 있다고. 직원들은 “무슨 소고기에요. 회 먹어요”라고 말했지만 이에 안 의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회식 장소를 삼겹살집으로 잡았다는 '속좁은'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성격이 안 의원의 ‘멘토’들이 떠나는데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같은 정황들은 이번 재보선 출마 과정에서 측근들과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장집 교수가 이사장직을 사퇴한 것, 그리고 나 홀로 결정하는 모습 등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윤여준 전 장관과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11년 안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하려 했을 때 ‘출마여부’를 논의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선 전 안 의원과 결별,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안 의원은 당시 ‘윤여준 전 장관은 안 의원의 멘토’라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말해, 둘 사이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 안 의원이 멘토인 법륜 스님과도 멀어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은 가끔 만나는 관계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나같이 ‘안철수-법륜 결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법륜 스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 의원과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 의원이 생각했던 것과 법륜 스님이 생각했던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 의원이 대선 때 ‘경제 멘토'라며 영입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대선 후에는 적극적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이 이른바 ‘번개’를 통해 서로간의 안부 및 향후 거취에 대해 열띈 토론을 나누기도 하지만 이들 내부에서도 ‘신당 창당 이후 안 의원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단번에 말하기보다는 지켜보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과 가깝게 지낸 한 인사는 “안 의원은 갑론을박하는 토론 과정을 끈질기게 지켜보지만 결국 결론은 혼자 내린다. 이게 자기 뜻대로 결정한다는 느낌을 준다. 주변에서는 이런 안 의원의 스타일을 ‘CEO 출신 특유의 성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겪는 원로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10월 재보선 축소
인재영입 지지부진

‘안철수 멘토 이탈’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 창당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말과 함께 ‘창당이 힘들 것’이라는 말이 공존하고 있다. 독자 세력화를 위한 인재영입과 동시에 신당 창당을 위한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재영입에 힘쓰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일단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 의원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인사들의 1차적인 영입대상으로, 다음 이재웅 사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은 하나 같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인물은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그만큼 신선한 인물이 없다는 것.

여권 한 인사는 “정치권에서 ‘인재영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접촉했다. 그런 만큼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신당창당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 의원이 ‘함께 할 대상’으로 꼽고 있던 인사 대부분은 신당창당과 보궐선거 출마 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정욱 정태근 김부겸 정장선 등 개혁성향의 전직의원 모임인 ‘6인회’ 멤버들은 안 의원 진영에 합류하기보다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잔류쪽에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의원과 연대설이 불거졌던 민주당 손학규 고문, 천정배 전 의원도 민주당 잔류에 마음이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 상황도 여의치 않다. 10월 재보선은 당초 예상보다 판이 작아질 공산이 크다. 안 의원이 전략적 승부처로 삼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10월 재보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확정된 곳은 ▲인천 서강화을(안덕수) ▲경기 수원권선(신장용) ▲경기 평택을(이재영) ▲충남 서산-태안(성완종) ▲경북 포항남-울릉(김형태) ▲경북 구미갑(심학봉) ▲전북 전주 완산을(이상직) 등이다. 경북 포항 남구·울릉은 지난 25일 의원직 상실 판결이 내려져 재선거가 열리게 된다. 당초 예상됐던 서울 서대문을 ▲충북 충주 ▲광주 서을 등은 재보선 포함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급한 불이 떨어진 곳은 안 의원이다. 민주당과 다른 길을 선택한 안 의원은 전북 전주 완산을 외에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여서 쉽지 않다. 때문에 안 의원 입장에서는 지지율 힘으로 10월 재보선에서 바람을 불어일으키려 했으나 다음을 기약해야 할 판이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문제는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여부다. 어쩌면 안 의원이 제2의 문국현으로 전략하느냐의 여부도 판가름난다. 인재영입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면 ‘차기 대권 후보’라는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2의 문국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멘토’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이 위기 상황에서 ‘정치 초년생’ 안 의원이 과연 견뎌낼 수 있을 지 여부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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