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칠통’(萬事七通) 사람이 몰린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7인의 숨바꼭질 중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면서 ‘7인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74세인 김 비서실장은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통수석 부의장,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김용환.최병렬 전 의원과 함께 대선직전까지 박 대통령의 막후 원로 자문그룹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이 박 정권의 명실상부한 ‘넘버2’ 자리에 오르면서 각계각층으로부터 7인회에 ‘줄대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캠프에서 몸담았던 인사들은 조직을 운영했던 현경대 부의장, 강창희 국회의장, 그리고 김용환 전 의원을 통해야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선 전후로 극명하게 달라진 7인회의 변화된 위상을 알아봤다.
- 최병렬, “밥도 골프도 안해…청와대 출입? 스타일 구겨”
- 공기업·기관장들 ‘7인회’ “실세 맞는데...줄대기 힘들어”
“(박근혜 정권에) 뺨 맞은 지는 오래고 울려고 해도 받아 줄 사람이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요직에서 일했지만 공직 입성이 미뤄져 1년 가까이 놀고 있는 전 직 캠프 인사의 한탄이다. 최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해 일부 인선 작업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들이 돌아 생기를 찾는 듯 했지만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이 인사는 “7인회가 뜬다고 하는데 줄을 누구한테 서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는 아이한테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朴캠프 백수족, “울고 싶은데...받아주는 사람 없어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양대 체제하에서 공직에 진출하지 못한 전직 캠프 인사들에겐 이번 김 비서실장의 청와대 입성은 내심 기회의 장으로 다가왔다. 이번 인사로 주목받고 있는 7인회 그중에서도 김 비서실장이 ‘넘버 2’자리에 오르면서 정부 요직에 진출하거나 잔류하는 인사들로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줄대기’로 할려하니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박근혜 캠프 공보직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연세도 많고 지난 대선 캠프에서 전면에 나선 인사가 없어서 캠프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줄대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7인회가 지난 대선초부터 ‘보이질 않는 손’, ‘막후 실세’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막상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됐을 때는 모두 2선으로 후퇴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우에도 지난 대선에서 캠프내에서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외부 활동이 부담스러워 너무나도 조용하게 지냈던 게 사실이다. 김용갑.최병렬 전 의원과 안병훈 기파랑 대표 역시 김 비서실장과 마찬가지 처지였다. 다만 박근혜 외곽 지지세력인 ‘한강포럼’과 ‘박실련’을 이끈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그나마 캠프 사람들이 줄을 댈 수 있는 여지가 높다. 또한 강창희 국회의장 역시 대선 당시 박근혜 전국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상임고문으로 활동해 인맥 활용이 가능한 편이다. 한편 김용환 전 의원의 경우 경제통으로 재무 관련 인사들을 박 정권에 추천할 수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로선 부담스럽다.
결국 ‘7인회’와 혈연, 지연, 학연을 제외한 인연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 청와대 각료 인선에 있어 학연.혈연.지연이 주가돼 ‘7인회’ 멤버가 구설수에 올랐지만 ‘측근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당시 상황이다.
7인회, ‘학연·지연·혈연’외 답 없어
당초 총리로 지명됐다 사퇴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안병훈 대표 서울고 선후배로 화제를 모았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안 대표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정원장은 모두 육사 출신으로 인해 육사 25기인 강창희 국회의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홍원 국무총리 내정자가 경남중 후배로 김 비서실장이 막후 인물로 거론됐다.
‘7인회 멤버’이자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최병렬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 전화 인터뷰에서 ‘7인회’가 주목받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8월 16일 어렵게 <일요서울>과 통화가 이뤄진 최 전 의원은 언론에서 7인회의 부상에 주목하는 것에 헛웃음으로 답했다. 한국일보 기자로 시작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와 편집국장을 지낸 최 전 의원은 “허허허 요즘 기사를 쓸게 없는 모양이다”며 “근래에는 함께 밥 먹은 적도 없다. 언젠가는 먹겠지만...허허허”라고 웃어넘겼다. 이어 최 전 의원은 “요즘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골프도 안하고 목욕탕에서 놀고 있어 사람도 안만나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또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 그는 “비서실장으로 갈 줄은 전혀 몰랐다. 사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나보다 서울대 한 학번 밑이지만 박 대통령을 잘 알고 충성도도 높고 대인관계가 좋을 뿐만아니라 머리도 좋은 양반”이라며 “강경파로 인식되고 있지만 단호할 때 단호한 것일 뿐”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나도 정치를 적잖게 해왔지만 김 실장이 나보다 우월하고 쓴소리도 잘하고 유머감각도 뛰어나다”며 “나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향후 활동을 묻는 질문에 최 전 의원은 “권력 언저리에 들락날락하는 것은 오히려 스타일만 버린다”며 “아들 딸 손자들과 만나서 먹을 거 사주며 재밌게 지내지 청와대 근처는 얼씬거리질 않는다”고 통화를 마쳤다.
정부 기관장과 공기업 인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창 공기업 사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수면아래서 움직였던 ‘7인회’에 줄대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못된 줄대기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국 7인회와 학연.혈연.지연으로 얽혀있거나 인간적 친분이 높은 고령의 인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사 민원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인회와 숨박꼭질..최필립·최외출 ‘대안’으로
대표적인 인물이 이번 박준우 정무수석 임명이다. 인사 배후로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추천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7인회 못지 않게 일부 공기업과 기관장들의 줄대기와 인사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영남대 부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새마을 운동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숨은 실세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도 같은 케이스다. 바야흐로 공기업 기관장 그리고 박근혜 캠프에 몸 담았지만 ‘놀고’ 있는 인사들이 7인회에 주목하면서도 누구한테 줄을 서야 할지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mariocap@ilyoseoul.co.kr
박대통령, 김실장 임명은 ‘견제와 균형’ 카드
‘7인회’ 김기춘 실장 對 ‘로얄패밀리’ 이정현수석 ‘상호견제’
또한 신임 홍경식 민정수석(연수원 8기)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연수원 13기)이나 채동욱 검찰 총장(연수원 14기)보다 한창 윗기수지만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 비서실장 경력에 비하면 한수 아래일 수밖에 없다. 결국 김 비서실장이 정무수석과 민정수석에 사법부를 통솔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막강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정홍원 국무총리와는 경남중 선후배관계로 청와대 사정라인과 정보라인 그리고 사법부.총리실까지 다 아우르는 폭넓은 인맥관계는 김 비서실장을 ‘왕 비서실장’으로 부르기엔 손색이 없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의 앞날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청와대 정권초기부터 로얄 패밀리로서 지위를 누려운 이정현 홍보수석을 필두로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청와대 파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내 일각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의 중도 하차가 ‘왕수석’으로 불리는 이 수석과의 인사 갈등이 한몫했다는 후문도 나돌기도 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그리고 정호성 제1비서관 그룹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그룹간 ‘인사 갈등설’마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던 허태열-이재만 그룹, 이정현-정호성 그룹 경쟁구도에서 허 실장이 물러나면서 그 빈자리에 김 비서실장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카드로 박 대통령이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혈혈단신’격으로 비서실에 입성한 김 실장으로선 세력이 로얄패밀리 그룹에 밀린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에서 근무했던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정현 수석이 왜 왕수석으로 불리겠느냐? 박 대통령의 신임이 높고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에 상당수 자기 사람들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세가 만만치 않다”며 “정치는 누가 뭐라고해도 세로 들어가야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일각에서는 빠르면 8월3째주에 비서실과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교육문화 수석실 등 비서관과 행정관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신임 비서실장이 로얄패밀리 그룹에 맞서 자기 사람들을 심기위한 본격적인 인사단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