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동상이몽 ‘당해체론’소장파
2005-02-02 이인철
강경보수파의 선제공격
특히 이 의원이 밝힌 ‘발전적 해체론’은 사실상 타 계파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당내 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곧이어 국가발전연구회소속 홍준표 의원이 ‘해체에 가까운 재창당’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자민련의 통합론’을 제시했고, 수요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은 “수구적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한나라당이 해체돼야 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가 보수세력의 배제를 주장했다. 또 푸른정책연구모임의 임태희 의원은 ‘대변인 사퇴에 즈음해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강경 보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의 당명 개정은 의미가 없다”고 본질적인 당 쇄신을 촉구했다. 각 계파별로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식적으로 당 해체론이 언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박근혜 대표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대표적인 보수파의 입에서 먼저 당 해체론이 나온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 동안 당 해체설이 물밑으로만 맴돌았지만 이같은 기류가 확산되자 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먼저 치고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보수파들이 당 해체논의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서 있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냐”면서 “당의 선진화 방안을 구상중인 박 대표로선 믿었던 보수파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받게 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2월, 6월 위기설까지 맴돌아
이 때문에 당내 의원 연찬회자리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각 계파별로 입장을 조율 중이며 발언자를 조정하고 있다. 사실상 각 계파간 한판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연찬회가 자칫 당 해체의 씨앗을 잉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최근 당내에 불고 있는 2월 위기설과 6월 위기설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한 당직자는 “2월 위기설은 연찬회를 지목한 것”이라며 “여기서 촉발된 내부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노골화될 경우 차기 대권주자군을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6월 위기설은 내년 지자체와 연관돼 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지자체를 준비하는 세력들은 선거캠프를 구성하고 조직을 결성 하기 위해선 최소 1년 전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현재의 구도와 향후 대선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움직임이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늘 반복되는 설이라고 반박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당내 핵심당직자는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당 해체론이 물밑에서 돌았던 적이 있다”며 “매번 반복되는 사안일 뿐 크게 바라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당내 주된 분위기는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당 해체론을 만만히 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계파간 갈등이 잠복해있어 자칫 뇌관이 터질 경우 파장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핵심관계자는 “결국 박 대표의 지도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연찬회가 당의 위기를 수습하게 될지 아니면 결별의 자리가 될지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