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냐 보물단지냐’ 국정원 국정조사 대장정
새누리, 핵심 증인 불출석 예고속 김빼기 전략
민주,“원세훈 김용판 둘 중 하나만 나와라”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야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국정조사 기간을 2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14일, 19일, 21일 3일간 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로써 국정원 국정조사 23일까지 ‘12일 간 대장정’에 들어갔다. 국정조사 최대 분수령은 14일이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대에 선다. 김-원 이 외에도 증인 27명과 참고인 6명을 포함해 총 35명 첨석한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이 됐지만 출석 여부가 불투명한 핵심 증인들 때문에 국정조사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한명만 제대로 걸리면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내심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원세훈·김용판 안 나오면 국정조사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김용판 원세훈 출석 여부 변수
원세훈 전 원장의 경우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댓글 등의 작업으로 정부·여당에 유리하도록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한 혐의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차장·국장급이 참여하는 주·월례 회의를 통해 ‘대선을 앞둔 인터넷상 종북 세력에 대한 대응’ 등 지시를 내렸던 것.
김용판 전 청장의 경우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과정에서 축소·은폐를 지시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지난달 열린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김용판 전 청장은 ‘댓글 작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 분석 과정에서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의뢰한 키워드 78개를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여 분석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두 사람의 참석 여부가 국정조사 성과를 판가름한다.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참석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관계자는 “김용판 전 청장은 재판 등을 핑계로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원세훈 전 원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이 어디냐”며 “남재준 국정원장을 낙마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김한길 대표가 청와대에 단독회담을 요청한 것도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액션으로 보일 수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민주당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을 변호하는 이동명 변호사는 언론사와 통화에서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최근 면담에서 안 나갈 것 같다”며 “(원 전 원장) 자신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큰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국정조사의 핵심인물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총장이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해 1차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 2차에도 불출석하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과 김 전 총장이 재판과정 중에 있다는 점이다. 청문회 출석 불응시 강제 구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핵심 인사 한명만 참석한다면 ‘정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혹시 나’하는 분위기다.
국조, 파행되거나 난타전 예고
우선 국정조사 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2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기간을 연장한 이후 14일 1차 청문회, 19일 2차 청문회, 21일 미합의·미출석 증인 재소환을 하고 23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기로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첫날 청문회 증인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총장이 국회에 출석한다. 하지만 국회에 출석, 증언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조특위는 지난 7일 증인명단 확정과 동시에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다. 개인 비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원 전 원장에게는 교도관의 협조를, 김 전 청장에게는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청문회에 출석하더라도 실제 증언을 할지도 불투명하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는 진술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어 청문회장으로 데려오더라도 증언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민주당 특위위원은 박범계 의원은 “강제로 입을 벌릴 수는 없겠지만 나오게 되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안하면 안하는대로 국민이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4일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인으로 채택을 위한 협상 최종일이다. 1주일 전에 출석요구를 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14일이 지나면 사실상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석에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14일에 원 전 원장과 김 전 총장이 안나오거나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김 의원과 권 대사 증인채택이 실패할 경우 국정조사가 파행하거나 파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날인 19일 청문회에서는 나머지 27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시간상 증인 1명당 질의응답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고인 6명까지 감안하면 시간은 더 짧아질 공산이 크다.
이날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및 매관매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강기정 의원과 김상욱씨 등에게 집중적으로 물고 넘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및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과 관련해 박원동 전 국장과 최현락 전 부장, 권은희 전 과장 등을 정조준 할 계획이다. 결국 둘째날은 특정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여러 증인을 상대로 여야간의 난타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셋째날인 21일에는 미출석한 인사들을 증인으로 내세운 뒤 23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국정조사를 마무리한다.
국정조사 증인 및 참고인 명단
증인(29명)
원세훈 이종명 박원동 민병주 최형탁 김하영 김용판
최현락 이병하 김병찬 이광석 권은희 박정재 장병덕
김보규 김하철 임판준 한동섭 김수미 박진호 최동희
장기식 강기정 정기성 김상욱 백종철 유대영 조재현
선승진
참고인(6명)
김유식 김흥광 유동렬 표창원 안병진 박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