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자’는 검찰 ‘여기까지’라는 전두환

검찰 선공 → 전두환 방어 → 검찰 재반격

2013-08-12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자 전 전 대통령 측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 전씨 뇌물 혐의 관련 기록 일체에 대해 열람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열람 신청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명의로 작성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중 현대, 삼성 등 재벌 총수들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민정당 운영비, 대선자금 등 정치 활동비로 썼으며 남은 자금은 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 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또 측근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 민정기씨를 통해 그간 상황과 함께 1979년 10·26사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실 금고에서 9억5000만원이 발견돼 유족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박 대통령까지 걸고 넘어졌다. 비자금 환수를 둘러싸고 전·현직 대통령간의 싸움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재국씨 등 전두환 직계 가족에 대한 줄소환 불가피
일부 재산 자진 헌납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어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자마자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환수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그동안의 비판을 면하고 새로운 검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전씨 일가 및 측근들과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으며 각종 예금, 금고에 대한 압류 등을 진행했다. 이 중에는 시공사 창고에 보관됐던 미술품들과 이순자 여사의 30억 규모 개인연금보험 등도 포함됐다. 최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의 회사에 대출을 해 줬던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 계약 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적극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인터넷은 물론 과거 수사에 관여했던 인사들까지도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환영했다. 이번에야 말로 비자금환수를 완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검찰도 사기충천해 비자금 회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기업에게 받은 돈 남지 않았다”

검찰의 적극적인 행보에 전두환 전 대통령 측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220억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220억원,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 150억원 등 모두 2205억원을 받았으며 재판에서 전액 추징 선고받았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측은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 기록 열람 신청 기록 확보를 통해 기업들에게 수수한 돈은 다 썼거나 추징금으로 내 현재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25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자녀 3명과 처남 이창석씨 등이 한자리에 모여 검찰 추징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씨 일가에서는 추징금 납부 여부에 대한 명확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전씨 일가의 이러한 모습에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은 비난 일색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쯤에서 깔끔하게 미납 추징금을 완납 했으면 좋겠다. 완납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반성하는 모습과 함께 일부라도 납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그토록 지지하던 최측근들은 무엇하고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신청한 열람 신청서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비자금 환수를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지금까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최종적으로 분석해 수사팀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김양수 부부장 검사와 회계분석 요원 2명을 추가 투입해 수사인원을 총 45명으로 늘렸다.

“9억5천만 원 줬는데 받은 돈은 6억뿐”

검찰에게 대대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 6일 민정기씨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10·26사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실 금고에서 9억5000만 원이 발견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 씨는 “당시 합동수사본부가 사건 공범혐의자인 김계원 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발견해 합수부 우경윤 범죄수사단장을 비롯해 3명의 입회하에 금고를 관리하던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에게 금고를 열도록 했더니 금고 안에서는 9억5000만 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이 발견됐다”며 “이 돈이 정부 공금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인적 사용자금이라는 권 보좌관의 진술에 따라 합수부는 일절 손을 대지 않은 채 권 보좌관이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10·26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합동수사본부장에게 수사비에 보태 쓰라고 3억5000만 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비자금 환수 압박을 받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경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7월 19일 전국에 생중계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3억 원을 돌려준 일이 없다. 6억 원을 받아 아무 문제없는 줄 알고 감사히 받았다”고 말했다.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 오고간 금액이 다르다.

이 돈은 지난 대선에서도 공격 대상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대선후보 1차 토론회에서 "당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 돈을 1995년 전두환 비자금 사건을 지휘했던 수사팀 책임자는 수사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돈을 언급한 것 자체가 정치적 노림수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이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공격적으로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자 추징금 수사 자체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비자금 2205억 아닌 7천억 원 이상”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도 알려졌다. 바로 비자금의 액수다. 지금까지 검찰은 추징금 2205억원을 환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았던 비자금은 2205억이 아닌 7000억 이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실은 ‘5·18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최환 변호사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인터뷰에서 최 변호사는 5000억원은 정치자금으로 간주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이 본인을 위해 쓴 게 아니고 정치자금과 정당 운영비, 창당 자금 등으로 썼다고 얘기하며, 직접 사용 내역을 대충 적어가지고 왔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돈의 사용처를 정치자금으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고, 전씨가 개인적인 용도로 쓴 2205억원만 뇌물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뇌물로 받은 돈을 환수하기 위해 2205억원의 사용처를 캐려 했으나 최 변호사의 인사조치와 함께 수사는 중단했다.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말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추징금으로 확정된 2205억보다 많을 것이라는 말들이었다. 최 변호사의 인터뷰로 논란은 더욱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끝내고야 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는 판도라 상자다. 파고들면 들수록 얽히고설킨 새로운 사실들이 등장한다. 비자금의 규모도 천문학적이지만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방법들 또한 밝히면 밝힐수록 새롭다. 특히 부동산을 매입하고 되팔며 차익을 챙기고 자녀들에게 수익을 배분한 방식 등은 지능적이다 못해 전문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가운데 측근들 사이에서 전 전 대통령 가족들이 일부 재산을 자진헌납 형식으로 내놓는 방법으로 검찰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은 없다.

이제 검찰의 비자금 환수 수사는 정점을 치닫고 있다. 과거와 달리 수사의 강도가 강하다보니 전씨 일가 측에서는 서운한 기색도 내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의 자녀 등 직계가족에 대한 줄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전씨 일가와 날카로운 칼 끝을 겨눈 검찰, 그 끝에 국민 모두의 눈길이 쏠려 있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