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주택담보대출 불만 1위…연체이자 제도
한 달 밀렸다고 이자 폭탄 “해도 너무해”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장기불황으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연체가 늘어나면서 이자 폭탄을 맞는 피해도 늘어났다. 약정이자를 한 달 연체하면 밀린 금액에만 연체이자가 붙지만 두 달이 넘어가면 대출 잔액에 대해서도 연체이자율로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약정서에 어려운 내용으로 대출자들이 알아보기 힘들게 적혀져 있을 뿐 연체이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과도한 연체이자 계산법을 개선하도록 금융당국에 건의할 방침을 내세웠다.
지난 5월까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16조6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출이자나 상환금 연체 시 ‘기한의 이익 상실 기간’이 너무 짧고, 그에 따른 연체이자 급증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한의 이익 상실이란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가계용) 제7조에 의거 채무자가 이자를 지급하여야 할 때부터 1개월간 이자 지급을 지체한 때 그리고 분할상환금 또는 분할상환원리금의 지급을 2회 이상 연속하여 지체할 경우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 늘어나는데도 금융권 정보제공 “나몰라라”
#사례1. 서울시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는 2년 전 은행에서 3억7000만 원 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A씨는 매달 200만 원씩 내던 이자가 6개월 밀리자 은행으로부터 이자만 3000만 원을 청구 받았다. 이에 놀라 은행에 문의했지만 “3개월 이하는 원래 금액의 7%로 가산되고, 6개월 이하는 8%가 가산 된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대출 시에는 상세히 전달받지 못한 부분이 약정 내용으로 포함 돼 있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대출 이자가 빚의 빚을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사례2. 제주시에 거주하는 B씨는 2010년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거치기간 2년이 경과해 4개월 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한 원리금균등분할로 상환 중인 상황에서 2개월 연체를 하게 됐다. B씨가 대출받을 당시 약정의 정상이자는 4.9%, 연체이자는 12.9%였기 때문에 “우선 한 달치 이자를 납입하면 원금잔액에 연체이자가 붙느냐”고 문의했고 은행으로부터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보름 후 은행으로부터 다시 연체이자 납입시기를 묻는 전화가 오면서 이자 납부 후에도 원금잔액에 연체이자가 부과됐음을 알았다. B씨는 “은행이 정보를 제대로 알려줬다면 연체이자 금액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은행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게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민원 절반 정도가 연체이자와 관련된 민원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연체이자 외에도 이자율 설명 미흡, 변동금리에 따른 이자 과다 인상, 약정금리 미준수 등이 뒤따랐다.
이처럼 대출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연체이자’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것은 대출이자나 분할상환원리금 등(이하 상환원리금)을 연체일로부터 1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연체이자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연체일로부터 단 1개월 경과만으로도 ‘기한의 이익 상실’ 규정이 적용되고, 은행은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3일 전까지만 통지하면 대출 잔액에 대해 연체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 때문에 연체 둘째 달부터는 이자가 아닌 ‘원금’에 연체 금리가 적용돼 이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연체 금리는 일반 금리의 2~3배에 이르는 10~13%이다. 1억 원을 10년 만기일 시 상환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받았을 때, 한 달 연체 시에는 이자가 79만 원이지만 둘째 달에는 177만 원, 셋째 달에는 284만 원으로 늘어나 6개월 뒤엔 이자만 600만 원이 넘게 된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연체이자를 적용하는 것에 비해 연체이자 계산방법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14개 시중은행 국민, 신한, 농협, 우리, 하나, 외환, SC, 씨티 등의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시 작성하는 대출약정서의 연체이자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때에는 그 때부터 대출 잔액에 대해 곧 지연배상금(연체이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산방법은 나타나 있지 않았다.
[일요서울]이 시중은행들의 대출약정서를 살펴본 결과 지연배상금 산식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간략한 계산식이 대출약정서에 명시되어 있기는 했으나 일반 소비자가 이를 참고해 연체이자 등을 계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더 크다. 또 은행 홈페이지의 연체이자 정보제공도 미흡했다. 시중은행 14곳 중 홈페이지에 ‘기한의 이익상실로 인해 대출 잔액에 지연배상금이 부과된다’는 주의 사항과 ‘대출계산기(연체이자 프로그램)’로 지연배상금을 계산해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연체이자가 얼마만큼 부과되는지 알기 어렵고, 이자계산 방법이 바뀌어 연체이자가 과도하게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는 어렵다.
해외에선 연체금액만 이자 부여…제도 개선 필요
은행만 아는 이자 계산법 바뀌어야
일본, 호주 등의 해외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일본의 경우 ‘연체된 금액’에 대한 연체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기한의 이익 상실 예고 통지서’에 지정기일까지 납입할 것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지정기일까지 미납 시 법적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 역시 마찬가지로 연체된 금액에 대한 2% 내외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으며 3개월 연체 시 서면통보 후 법적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중의 은행에 ▲‘기한의 이익 상실에 대한 주의사항’과 ‘연체이자 계산방법’ 등에 대한 설명·고지 의무 강화 ▲현재 3일 전까지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 ‘기한의 이익 상실 예고기간’ 확대 ▲채권확보 수단이 명확하고 장기간 상환이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 기한의 이익 상실 적용기간과 연체이자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