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노출의 계절 여름 “도촬이 무서워”
안경, 구두, 손목시계… ‘몰카의 진화’
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클릭 한 번에 구입 ‘완료’
스마트폰 무음 카메라 어플 이용해 ‘몰카 천국’
지난 7일 오전 0시 39분. 서울시 송파구 잠실역 8호선 지하철을 타고 성남시 모란역으로 가던 중 지하철 열차 내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의 다리와 그 사이를 몰래 촬영한 방모(35)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 전날인 6일 부산에서는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던 의대 교수 A씨가 귀가 중이던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이날 A씨는 스마트폰 무음카메라 어플을 이용해 30여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맞아 해수욕장과 같은 휴가지에서도 몰래카메라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 신체를 찍은 외국인 2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누구나 손쉽게 구입 가능
해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도촬’ 범죄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 중 하나는 몰래카메라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카메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면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도촬이 가능하기 때문.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라면 더욱 금상첨화다. ‘무음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상대방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인터넷에서 다양한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 구입이 가능하다. 포털사이트에서 ‘몰래카메라’를 검색하면 ‘초소형몰래카메라 비밀녹음 녹화’, ‘파파라치 카메라 몰래카메라 놀랄만한 착한가격 총알배송’ 등의 문구와 함께 초소형 카메라의 구입이 가능한 쇼핑몰 사이트 링크가 뜬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신상품 고성능’이라며 홍보하는 다양한 초소형 카메라들을 구경할 수 있다.
‘1280x720의 HD급 고화질 영상촬영 가능’, ‘렌즈가 안경테 표면 안쪽에 매립돼 완벽한 위장’, ‘16GB의 대용량 내장메모리로 많은 영상 저장 가능’, ‘어두운 곳에서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저조도 촬영 가능’
안경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에는 안경테 표면 안쪽에 렌즈를 매립해 노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촬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초소형 카메라는 손목시계, 명함케이스, USB메모리, 라이터, 선글라스, 자동차 리모컨, 단추 등 종류가 다양하며, 가격대 역시 최저 5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제조업체들은 ‘지갑 안에 넣은 채, 들키지 않고 간편 동영상 촬영하는 첨단 제품’, ‘패션손목시계로 사용 가능’, ‘500만 픽셀의 생생화질~ 현장의 리얼함을 그대로’ 등과 같은 문구로 호기심이 가득한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 같은 몰래카메라를 구입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인터넷에서 봤던 다양한 초소형 카메라들이 가득하다.
판매점 주인 A씨는 “주로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많이 사간다”며 “범죄 용도로 쓰이기 전에는 평범한 미니카메라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손님들에게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손님들 역시 대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몰카 가해자 20년 신상정보 공개
지난 6월 19일 시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행위가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달까지 해당 혐의로 입건된 33명의 신상정보가 등록됐다.
이들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직장소재지 등의 신상정보를 제출해야한다. 또한 경찰에서 정면 좌. 우측 상반신 전신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
이들은 6개월을 주기로 신상정보의 진위 및 변경 여부를 확인받아야 하며 1년에 한 번씩 경찰서에 출석해 전신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가 모두 몰래카메라로 쓰인다고 볼 수 없고 그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에 사전에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단속을 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 초소형 카메라들이 몰카의 용도로 쓰이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촬을 하다 경찰에 오는 경우 가해자들은 죄의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고, 대다수가 운이 없어 걸렸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법이 바뀌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후회하는 가해자도 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몰카는 비친고죄 입니다. 다음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범죄를 목격하는 즉시 경찰 신고를 부탁합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몰카에 대해 사람들의 무너진 성 도덕성과 기술의 발전이 융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잦은 사건 발생으로 인해 이제는 지하철에서 타인의 휴대전화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몰카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로인해 적발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휴대전화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카메라들은 적발하기 힘들기 때문에 범죄 예방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놓고 ‘몰래카메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를 제재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엄연한 범죄인만큼 단순한 호기심으로 몰래카메라를 구입, 촬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