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그룹 정·관계 로비 수사 ‘막전막후’

철거업 대부 이금열 회장 ‘뒷 배경’ 주목

2013-07-29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정·관계 인사들과 재계가 얽힌 대형 로비 사건이 또 한 번 터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철거업체를 운영하며 1000억 원대 회사 돈을 횡령한 뒤 달아났던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25일 발부됐다. 이를 담당한 수원지법 오상용 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사안이 중대하며 기록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횡령이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이 회장을 비호해온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추적해온 만큼 후폭풍이 몰아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철거 공사 80% 차지하기도
횡령 1000억 원 고위층 뒷주머니로 들어갔나

수원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지난 14일 횡령·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이 회장을 비롯해 자금담당자 김모(41)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동생 이표열(40)씨 등 3명에 대해선 전국수배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이 회장이 건설·골프장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횡령 등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회장이 자금을 횡령하는 바람에 개발 사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빌려준 2700억 원을 돌려받을 길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농협 컨소시엄은 다원그룹의 경기 김포신곡6지구 도시개발사업 대출금 65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 남광토건과 신동아건설은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 회장이 372억 원을 빼돌린 건설업체 ㈜ 청구 역시 파산이 목전이다.

동생 등 친·인척 고용 회사 자금 빼돌려

다원그룹은 한 때 국내 철거 시장의 80%를 장악할 만큼 막강한 철거 전문 회사였다. 이 회장은 자신의 20대 초반인 1980년대 후반 철거 전문업체에 입사한 이후 27세에 한 철거용역회사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이 회장은 이미 서울지역 철거지 34곳 중 17곳에서 철거사업을 따냈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또 이 회장은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개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역 확장과 동시에 동생, 처남, 육촌형 등 친·인척 등을 자금 담당자로 고용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아울러 그는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재개발 조합 및 건설사, 정치권 등에 로비를 한 혐의로 2006년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당시 특별한 혐의점을 잡지 못하고 이 회장을 풀어준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다시 지난해 말 해당 사건을 수사하다 이 회장의 횡령 사실 등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이번 검찰의 수사는 핵심인물인 이 회장의 검거로 인해 빼돌린 돈의 사용처와 각종 공사를 따낸 배경에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회장은 과거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각종 사회 단체들 역시 이 소식을 듣고 “이 회장의 횡령과 비리는 개발커넥션의 실체”라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선형 철거용역 북아현뉴타운 1-3구역 철거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 서울시, 경찰, 법원 등은 더 이상 방관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공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원천적으로 철거용역들이 판을 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스기사]

다원그룹, 비리·횡령이 전부가 아니다  피해사례 잇따라…폭력철거의 온상

철거업체 도급 1순위인 다원그룹(회장 이금열)의 범죄는 비리·횡령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가 폭력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 다원그룹은 1990년대 철거 현장에서 악명을 떨쳤던 (주)적준의 계보를 잇는 회사로 밝혀져 놀라움을 안겼다.

강제퇴거금지법제정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전국철거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다원그룹에 의한 피해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재개발현장을 전부 차지한 뒤 폭력·살인 철거로 악명이 높던 적준은 처벌은 고사하고 다원건설로 이름을 바꾼 이후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며 “현재 개발현장에 나타나는 철거용역업체들은 대부분 과거 적준 출신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거용역들의 폭력이 법의 보호 아래 이뤄지고 있다”며 “이주를 시키기 위해 폭력과 협박이 난무하지만 이주할 수 있는 대책이 너무나도 부실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적준에 대해서는 도시빈민여성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등 12개 업체가 모인 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998년 발간한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에도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이에 따르면 적준의 사원은 10여 명 안팎이지만 상시 동원 능력은 100여 명에 달했고, 선봉대와 기습조로 편성된 인원들이 30∼50명씩 몰려다니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밖에도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적준이 서울 등 철거현장 31곳에서 저지른 폭력 사례는 밝혀진 것만 83건이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졌고 490여 명이 부상당했다. 주거침입, 성폭행, 성추행, 재산손괴, 방화 등은 90여 차례 저지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어떤 철거업체라도 개발사업 과정에서 인권침해 대가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는 같다”며 “검찰은 다원그룹이 개입한 개발사업 전반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이미 문제가 발생한 개발사업 구역에 개입한 철거용역업체, 시공사 등에 대한 특별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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