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박정희 VS 노무현

노무현·박정희 떠올리며 반전 노린다

2013-07-22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노무현’ 거론, 보수대결집 통한 대선 승리 ‘재미’
친노 ‘박정희’ 겨냥, 김한길-안철수 견제 및 지지층 결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정치권에선 ‘고스트 대전’이 한창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故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거론되거나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여권은 NLL 포기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거론해왔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이 계속일자 친노가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단숨에 정치권은 ‘박정희-노무현’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그 이면에는 극명하게 찬반이 엇갈리는 ‘박정희vs노무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은 정치권에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먼저 새누리당 입장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따져보자.

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승리를 예측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안철수 의원이 중도포기하고 문재인 의원이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대선정국은 요동쳤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협상으로 인해 주도권을 뺏겼다.

급기야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노무현, 정상회담 때 NLL 포기 발언했다”며 주도권을 빼앗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권에서 DJ정부는 퍼주고, 노무현 정부는 포기했다는 등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보수층 결집 및 영남권 장악과 중도층 일부를 흡수하는데 성공해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켰다.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공방은 계속됐고,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은 NLL 포기 발언을 통해 많은 이득을 챙겼다. 김무성 의원은 ‘NLL로 인해 흥행성공’, 서상기 의원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귀태’ 박정희 누구냐

새누리당이 NLL로 흥행한 후 숨죽여 있던 친노들이 반격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들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귀태'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홍 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이어 “최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구시대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으로 홍 전 대변인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또 다시 현 정부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그 주인공이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고, 당대표를 맡았던 친노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이해찬 고문은 지난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 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늘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정원은 1997년 대선 때도 ‘북풍’을 일으켜 선거에 개입했고, 이번에도 선거에 또 개입했다”며 “4·19 혁명이 난 뒤 자유당 내무부 장관 최인규 장관은 부정선거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끊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정치권은 ‘박정희-노무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친노 측은 박 전 대통령을 겨냥, 호남과 진보세력 결집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고권력자를 공략했을 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노무현-박정희를 거론하는 것은 아직까지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친노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 인사들이 박정희를 거론하는 것은 죽었던 친노가 다시 살아남과 동시에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친노 인사들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신당을 창당하려는 안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한길 대표 힘 빼기를 통해 죽었던 친노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효과도 누렸다. 이 외에도 호남지지층, 진보진영 결집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도 있다.  

친노 위험한 승부수?

하지만 친노가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은 위험한 승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당시 이정희 대선 후보는 ‘박정희’를 거론하며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려고 나왔다’고 말하면서 이는 야권에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문 의원은 ‘박정희’를 거론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여권의 프레임에 말려, 지난 대선처럼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게 민주당 한 당직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홍 의원, 이 고문이 너무 서둘렀다. ‘노무현 NLL 포기 발언’에 대한 결론이 나온 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도 됐다. 펙트로 싸움을 걸면 야권이 여러 정황상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지난 대선 때와 같이 10월 재보선에 패배할 수도 있다”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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