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망사’ 한상대·원세훈·박창달 3인 3색
- 한-미국행, 원-구속, 박 -자진 사퇴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KT 이석채 회장의 인사 전횡에 따른 투서와 제보가 잇따르면서 곤혹스런 처지지만 이와 유사하게 몰려 낭패를 당한 케이스가 또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박창달 전 자유총연맹 회장이다.
고대출신인 한 전 총장의 경우는 정권이 바뀐 이후 미국으로 출국한 상황이다. 한 전 총장은 취임과 함께 검찰 내부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나갔다. 그 라인의 핵심은 '고려대'와 '공안'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한 전 총장의 고대 법대 후배인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임명된 이금로 전 국회법사위 전문위원, 공안기획관으로 보임된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검사도 모두 고대 법대 후배다.
2011년 8월말 시행된 검찰 인사에서 고대 편중은 더 심해졌다. 검찰 조직중 가장 큰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지검장을 포함해 각 차장 산하에서 선임 역할을 하는 부장들이 모두 고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1차장 산하의 백방준 신임 형사1부장(46·21기), 2차장 산하의 이상호 신임 공안1부장(44·22기), 3차장 산하의 이중희 신임 특수1부장(44·23기)이 그들이다. 특히 1차장 산하 형사부장은 1~8부장 가운데 과반수(5명)가 고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찰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도 차장급 검사 인사를 할 때 지역과 학벌, 기수를 감안해 6:3:1 정도로 인사를 했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는 10:0으로 고대 출신이 독식하다시피했다”고 회고했다. 고대 출신 CJ 이재현 회장이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로 감옥에 갈 처지에 놓인 것 역시 ‘비고대 검찰 출신’의 반란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인사 전횡 역시 유명하다. 원 전 국정원장이 원장직을 끝내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객원 교수로 갈려는 계획이 법무부 출국금지로 무산된 배경에 인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의 제보 탓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돌았다. 이밖에도 원 전 원장의 부인의 ‘인사 개입설’까지 겹치면서 국정원 인사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정원에 정통한 한 인사는 “원 전 원장의 인사가 어느 정도 심했는 지를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며 “2~3급 인사를 좌천시킬 당시 하위직인 7급과 함께 책상을 쓰게해서 인간적으로 창피를 주기도 했다. 이럴 경우 좌천당한 인사들의 속이 어떻겠는가”라고 전했다. 결국 원 전 원장이 선거법이나 국정원법으로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에 개인비리로 구속수감된 배경 역시 인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의 제보로 감옥까지 가게됐다는 게 국정원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한상대 전 총장이나 감옥에 간 원 전 원장과는 입장이 다르지만 인사로 인해 곤욕을 치룬 인사가 박창달 전 자유총연맹 회장이다. 박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때 임명돼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하기 1주일전 대의원 투표로 연임됐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지만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선거를 강행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임기내 각종 구설수에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돼 결국 지난 6월말 자진사퇴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이 물러난 배경에는 자총 사무부총장을 지낸 국정원 출신 박광씨와 자총 계열사인 한전산업개발 김영한 전 대표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각종 의혹과 구설수에 휩싸였다. 언론인 출신 김 전 사장의 경우 한산개발의 연임을 원했고 박 총장은 ‘임기 3년 했으면 됐다’며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은 3월21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주주인 자총과 갈등을 빚어온 김 대표이사를 해임하기로 의결하고 신임 대표이사로 최준규(62) 한산개발 관리본부장을 선임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라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려 했으나 최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방해로 좌절됐다”고 폭로하면서 “매각 협상 결렬 후 한라그룹 책임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자유총연맹이 일방적으로 최후통첩을 보내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자총 역시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김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전문성이 없는 자원개발사업 등에 과도한 투자를 해왔고 대한광물 입찰 비리 의혹, 자회사인 한산과 원일산업의 내부자거래, 비자금 조성에도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자총의 내분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 조금씩 불거졌다. 당시 자총 주변에서는 김 대표가 한산개발 대표 연임을 위해 박 총재를 협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동시에 자총과 관련된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한 명의 측근이였다 돌아선 인사가 바로 박광 전 국정원 직원이다. 박 전 회장이 가장 힘들었던 건이 지난 3월초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자총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을 소환조사했을 때다. 박 회장 역시 조만간 경찰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 내부 분위기였다. 자총 내부 비리로 국가보조금 전용 및 횡령 의혹 등이 거론됐다.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 없이 수사가 유야무야됐지만 박 전 회장은 반강제적으로 자총을 떠나야 했다. 박 전 회장은 측근이었던 박씨와 소송을 진행중이다. 김씨와도 사이가 트러졌다. ‘인사가 망사’라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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