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올해 여름휴가는?
자택서…해외로…하반기 경영구상 ‘몰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재계 총수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대부분 총수들은 휴가도 잊은 채 하반기 경영해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유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잇달아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는 대외적인 세계 경기침체와 대내적인 규제 강화의 악재 때문으로 이번 해외 방문을 통해 경영전략 수립 구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은 자택에 머무르면서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 성장세 둔화 우려 불식…신경영 총력
구본무 LG 회장, 자택 머물며 대외 악재 극복에 주력
허창수 GS 회장,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 목표 수립
조양호 한진 회장, 대한항공 성수기인 만큼 통상근무
국내 주요기업 총수들이 올해 여름휴가 대부분을 특별한 일정 없이 하반기 경영구상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들어 잦아지는 경제민주화 바람과 경기부진으로 ‘눈에 띄는 행보’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경영 해답 찾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해외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여름 일정은 경영 구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올해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귀국 예정인 이 회장은 귀국 후 삼성전자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경영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유럽순방 이후 시작되는 휴가철을 자택에서 보낼 지, 일본으로 돌아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4박 5일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을 다녀온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귀국 직후 임원 세미나를 통해 하반기 경영 슬로건으로 시장선도를 제시했다.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LG로 인해 고객의 삶이 바뀌게 된다는 의미”라며 “국내 경험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상품은 기필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주 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편입된 동부대우전자 공장을 직접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인금인상을 실시하는 등 전자사업 부문의 사기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에는 글로벌 전자산업의 심장인 미국을 방문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위해 휴가 반납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여름 일정 대신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하반기 경영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엔저로 인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약진 등 대외적으로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이 될 중국 제 4공장의 입지 선정도 정 회장이 풀어야할 난제로 꼽히고 있다. 당초 충칭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지난달 말 러우친지엔 중국 산시성 성장이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시안도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정 회장은 여름휴가를 보내기 보다는 올해 사업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역시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경영전략을 짤 계획이다.
박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과 상반기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에 나섰다. 전략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신흥시장을 새로운 타깃으로 설정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경영 구상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목표로 한 내실 경영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허 회장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GS칼텍스의 실적 개선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GS건설의 적자폭 축소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주력 계열사의 경영 내실을 다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허 회장은 다른 경제인들과 함께 ‘토론형’으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허 회장은 매년 여름휴가철에 다른 일정 없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주최하는 하계세미나에 참석해 왔다. 올해도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경영구상에 몰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름휴가 기간 동안 국제행사에 참여하거나 국내·외 출장이 없을 경우 주로 통상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은 주력 계열사가 대한항공인 만큼 여름휴가철이 성수기인 업계 특성상 휴가는 엄두를 못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되는 등 경제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며 “현재 기업이 국내·외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총수들은 기회가 있어도 휴가계획을 따로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