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진주의료원 매각설 실체 추적
“홍준표가 친박이었다면 이렇게 했겠나”
“시가 1100억 원을 660억 원으로 헐값 매각”
야권, 진주의료원 매각에 대선자금조성 의혹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공공의료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자 했던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7월 12일 종료됐다.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국회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준표 경남지사를 고발할 것을 여야 합의로 의결하고 국조 보고서를 채택, 활동을 마무리한다.
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 11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결국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심경을 전했다. 야당 간사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같은 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홍 지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끝까지 회피를 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반면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서 홍 지사가 ‘자신이 없다’, ‘옳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특위 야당 위원인 남윤인순 의원측에서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주 최종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 홍 지사가 출석하지 않은 것 말고는 그동안 조사를 많이 했고,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했다고 보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말 보건의료노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이유가 경남도 부채 800억 원을 갚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노조는 “홍 지사는 취임 후 1조 3488억 원의 경남도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위해 산하기관 개혁 작업을 추진해왔다”며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의 부채 줄이기 작업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공약 실천을 위해 반대 여론에도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한 경남도가 두 차례에 걸쳐 명예·조기퇴직을 시행한 것도 의문을 제기했다. 명예·조기퇴직금은 그대로 부채로 남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폐업을 앞두고 시행하지 않음에도 두 차례나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경남 통합관리기금에서 융자를 받아 막대한 명예·조기퇴직금을 제공해도 진주의료원 매각으로 인한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진주의료원 자산 가치를 부지값(497억 원), 건물값(512억 원), 의료장비(131억 원) 등을 포함해 총 114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부채(279억 2천만 원), 해고수당·폐업 후 청산경비·국고장비구입 이자(16억 5천만 원), 명예·조기퇴직금(44억 2천900만 원) 등을 빼면 약 800억 원의 차익이 생긴다는 것이 노조의 계산이다.
“복합타운조성과 진주의료원은 무관”
현재 민주당에서는 현재 자산가치가 시가 1140억 원에 이르는 진주의료원을 홍준표 지사가 B병원에 660억 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 지사는 왜 자산가치에 비해 헐값에 진주의료원을 매각하려는 것일까. 민주당은 이런 배경에 리베이트 의혹과 더불어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비자금 조성 의심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윤인순 의원 측은 “‘신도심 복합타운’을 건설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진주의료원 헐값 매각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소문이라 명확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영남 언론에 ‘초전동 복합타운 조성 계획이 추진 중’이라는 기사가 났는데, 그 지역이 진주의료원까지 포함되는 지역이라 따지고 보면 알짜 부지가 된다. 때문에 결국 진주의료원 부지가 재개발에 방해되니까 서둘러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나 정치자금조성에 관련된 명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가 ‘그렇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또한 남윤인순 의원측에서는 “특위 보고서에 최종적으로 앞서 말한 의혹이 포함될 지는 잘 모르겠다. 발언이 됐어야 채택이 되는데, 위원님들이 특별히 그 내용을 발언한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남도청 나경범 서울본부장은 1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특정 회사에 매입된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청산 위원회가 이제 만들어졌다.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 결정된 것이 없는데 왜 B사, D사 특정 업체와의 매각 얘기가 나오나”라고 전했다. 이어 “문제가 됐던 곳을 헐값에 매각하면 가만있겠나.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복합타운 조성은 진주의료원 폐업과는 상관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지사가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아서 갖가지 의혹들이 더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는 “언론을 통해 (입장을)알렸고, 불출서와 사유서 등을 제출했다”며 “현재는 진주의료원 해산 후 매각을 하게 될지 그 자리에 다른 시설이 들어올지 아무런 그림이 없다. 2년 뒤에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못 박았다.
“특정회사에 매각설 사실 무근”
한편, 노조는 진주의료원의 자산가치가 주변에 조성되고 있는 4천 세대의 아파트단지와 1만 3천 세대가 입주하는 혁신도시가 완공되면 더욱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 지사가 민간에 매각하기로 한 진주의료원 일대 ‘신도심 복합타운’ 개발에 특혜의혹도 있다. 홍 지사는 지난달 3일 간부회의 때 “‘진주부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진주시 초전동에 있는 도의 시설들을 진주 신도심 중심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관련부서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홍 지사가 언급한 ‘도의 시설’은 이전이 추진되고 있던 농업기술원과 옛 종축장 부지(약 10만 평 규모)를 가리키는 것으로 경남도 서부권개발본부는 지난 1일 ‘신도심 복합타운’에 진주의료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개발본부는 “복합타운에는 행정기관과 아파트, 유통단지 등이 들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으로는 홍 지사의 공약이었던 경남도청 서부청사(제2청사)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신도심 복합타운사업은 빠르면 이달 중으로 사업규모와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주의료원이 매각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물건이 좋은데 왜 매각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매입하는 민간에 ‘신도심 복합타운’이라는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경남전역에는 진주지역의 한 대형병원이 진주의료원을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져 있다.
이번 국회의 국정조사는 단순히 진주의료원 사태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경영상태 등을 살펴보고 얼마나 공공성 있게 일을 해왔는지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공공의료의 정상화를 이루고자 함이었다. 때문에 ‘정책개발 국조’의 성격을 띠었음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공공의료원 운영 시 발생하는 적자를 사업비 개념으로 봐야하는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한편 적자 규모가 부풀려지는 현상을 해결하는 새로운 회계 제도를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와 진주의료원이 휴·폐업을 강행하면서 52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지난 2월 26일 경남도가 의료원 폐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4개월여 동안 지출한 돈이 52억 6천여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면서 “경남도가 부채 해결을 위해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 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며 “의료원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강조한바 있다.
이어 11일에는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인 21개 지방의료원 노사는 진주의료원 폐업·해산 철회와 정부 지원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특위 보고서 채택이 잘 되기 바란다. 폐업 과정의 부당함이 드러났고 폐업 원인이 노동자 때문이라고 홍 지사가 얘기했지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진주의료원 정상화가 보고서에 채택되는데 도움이 되고자 오늘(11일) 약 600명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선언을 했다”며 “보고서 채택되면 진주의료원이 다시 열릴 수 있도록 과정들을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위한 국조 특위는 활동 내내 난항을 겪었다. 지난 9일 국정조사의 핵심인물인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강제출석을 의미하는 동행명령을 내리자 ‘국회 증인동행명령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동행명령에 거부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를 대상으로 국정조사 하는 자체가 위헌으로 증인출석까지 하라는 건 더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내가 친이계라 보호받지 못하는 것”
이날 홍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 작년 도지사 경선 때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더니. 일부 친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야당과 합작해 날 이렇게 핍박하니 씁쓸하고 어이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이 친박이 아닌 친이라 보호받지 못한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야말로 당을 생각하기보다 개인 인기에만 치중해오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노조와 고질적 적자 문제에 먼저 여론을 수렴하고 당과 함께 합리적 해결안을 모색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남윤인순 의원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국조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감시기가 다가오면 상황이 되니까 좀 더 명확해지면 그때 맞춰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감에서 하든가 감사원에 특별 감사를 요구하든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며 “국정조사에서 못했다고 다음번에 국회에서 또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끝나지 않을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다짐했다.
“제2의 진주의료원 나오지 않아야…”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이 복합타운 조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진주의료원 사태로 우리나라 공공의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제2의 진주의료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폐업을 감행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홍 지사가 더 이상 가지 말고 중단해야 되는 입장”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서민정치인’ 홍준표 지사 ‘진정성’ 도마위에 “무상의료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 시절 서민정책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각종 서민입법을 주도했다. ‘진보적 보수주의자’, ‘서민의 친구’를 자처했던 홍 지사가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 2010년 7월 30일 공식 출범한 서민정책특위 활동 중 홍 지사는 서민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한 바 있고, 그의 자서전에는 “필요하면 국비로 하는 무상교육·무상의료 제도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적고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 당선 다음날 ‘무상급식·무상보육은 추진, 무상등록금·무상의료는 불가’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말을 바꾸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