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롯데재벌 피해자모임 을(乙) 대표 3인
다음 달 내 본격 조직 활동 “또 다른 피해자 막겠다”
“롯데가 잘못을 시인할 때까지 계속될 것”
억울함을 호소하는 을의 목소리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메아리치고 있다. 지난 4월 남양유업 파문을 시작으로 재벌 그룹들을 향한 갑을논란이 올 상반기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롯데그룹이 횡포를 일삼는 갑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25일 롯데재벌피해자모임이 발족한 이후 “롯데의 갑(甲)질로 인해 무참하게 짓밟혔다”고 주장하는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당사자들을 직접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롯데마트 납품담당 중소기업 대표 A씨. 롯데그룹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주 대표 B씨. 롯데월드 프리미엄몰 관계자 C씨. 자신들을 롯데의 을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한결같이 “유통업계의 최대 재벌 롯데그룹은 갑 중에 갑(甲)”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시킬 증거들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一問一答)이다.
-피해자 모임을 발족하게 된 배경은.
▲오죽하면 모든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피해자 모임을 발족했겠나. 롯데그룹에게 보상을 요구해봐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 하나 없었다. 이제 믿을 것은 언론과 국민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횡포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노동자들부터 입점업체,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전반적으로 만연해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구체적으로 롯데그룹에게 어떠한 피해를 받았나.
▲A씨 : 우리 업체는 1998년에 롯데마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롯데마트는 매출이 높은 매장을 골라 철수를 지시, 일방적으로 수익을 약탈했다. 또 롯데마트는 각 매장마다 2명 정도의 판촉사원을 파견해 면접, 업무지시 등 일체 사항을 관리했고, 임금이나 퇴직금만 우리 업체로 부과시켰다. 아울러 롯데상품권, 명절선물세트를 강매하는 동시에 할인행사도 강요했다. 판매수수료의 경우는 롯데마트가 계속적으로 인상을 감행, 2002년 처음 26% 였던 수수료가 2011년 35.5% 까지 올랐다. 이외에도 이중 물류비 청구 등 횡포를 부렸다.
▲C씨 : 우리는 지난해 2월 롯데 측과 롯데월드 지하3층 마르쉐 매장을 영업장소로 사용하기로 계약, 롯데월드에서 마르쉐 매장 철거공사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롯데월드는 철거를 해주지 않은 채 대표가 오픈을 독촉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비를 털어 철거공사를 진행했다. 오픈 과정에서도 롯데 측의 압력으로 인테리어를 몇 번이나 뜯어냈다. 오픈한 뒤에는 당초 약속한 영업을 지원해주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리뉴얼공사를 하겠다며 우리를 내쫓았다. 또한 우리의 영업을 방해하려 야간에 몰래 공사인력을 투입해 매장 입구를 막기도 했다.
▲B씨 : 편의점 가맹점주의 사망사건으로 최근 홍역을 치렀음에도 롯데는 사과한마디 없다. 롯데가 내놓은 전국 500점포 무위약금 폐점정책 역시 문제가 있다. 사망사건 이후 코리아세븐이 내놓은 이 대책은 매출이익 수수료만 면제해주는 정책으로, 시설위약금 및 각종장려금으로 지원받은 금액은 다 토해내야 된다. 점주들의 동의 없이 롯데손해보험과 계약을 맺고 보험금을 면제해주겠다는 정책도 보여주기일 뿐이다.
-일부 보상은 있었는가. 또한, 향후 피해자모임의 계획은.
▲A씨 : 보상은커녕 일언반구조차 없다. 롯데그룹과 어떠한 소통의 창구도 열리지 않고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가 필요하다. 현재는 각 피해사례 별로 국회와 언론을 통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다음 달을 기점으로 단체가 하나가 돼 조직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 롯데그룹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C씨 : 보상은 둘째 치고 맞고소나 안당하면 다행일 것이다. 우리는 롯데의 부도덕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보상받지 못 하더라도 또 다른 피해자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참여연대, 전국 을살리기 비상대책위 등과 연대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 누구나 믿을만한 대기업 롯데와 신동빈 회장의 실상을 파헤쳐 상생을 현실화 할 것이다.
-신동빈 회장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B씨 : 상생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더 나은 기업 문화를 이루길 바란다. 지금까지 자행한 횡포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A씨 : 이와 같은 상황까지 왔는데 경영진이 모를 리 없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갑 중의 갑 롯데는 상인들을 소모품 정도로만 여겨왔다. 더 이상 상인들의 피눈물을 쏟게 하지 말고 모든 보상과 아울러 또 다시 후안무치한 행동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야 한다.
▲C씨 : 가재는 게 편인가 싶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편을 먹고 중소기업을 죽이려 든다. 난 신격호 전 회장이 있을 때부터 일을 한 사람이다. 모든 피해자들이 공감하겠지만 많은 이익을 남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동업자로 바라봐주고 억울한 피해만 입지 않도록 해준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다. 또한 생계를 포기한 만큼 적절한 보상 역시 꼭 받아야겠다.
한편 이들의 대항에 롯데그룹은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 관계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그룹차원에서 나설 수는 없는 문제다”라며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롯데의 과실이 있다면 대화에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롯데그룹이 어떤 선택으로 이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지 앞으로도 많은 을의 시선이 고정돼 있을 전망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