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인선 ‘비선 라인’ 움직인다

지난 6월 30일, 삼성동에서 무슨 일이…

2013-07-08     박형남 기자

‘삼성동팀’ 주목…비대위 인사·대선 캠프 구성때 역할
인사 개입설 나돌자 청와대측 “언론에서 지어낸 얘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와 지인 10명의 ‘회동’을 놓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씨와 가까운 한 지인이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6월 30일 정씨와 10명이 만났다고 말한 이후 그 진위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회동 사실에 대해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일요서울]은 정씨-10인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를 일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씨와 10인 회동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지난 6월 30일 정윤회씨와 대선 캠프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던 10인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출처는 2002년 미래연합 창당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줄곧 물밑에서 도왔던 핵심 인사다.
이 인사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에 거주하는 정씨가 대선 때 함께 했던 10인을 삼성동 자택으로 초정했고, 10인 명단에 포함됐던 한 인사가 이 관계자에게 ‘귀띔’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요서울]이 회동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0인 회동 왜?
“오더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씨가 대선 때 함께 했던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이 성사됐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정씨는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않겠느냐’라고 발언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정씨는 ‘박 대통령이 여러분들이 여태껏 고생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인사들은 정씨에게 인적자료를 전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정씨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이는 것. 더구나 ‘삼성동팀’이 배후에서 인사개입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더 나아가 10인이 모두 삼성동팀 멤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10인 명단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했지만 그 명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철저히 함구했다. 10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고, 노출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함구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정윤회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공개를 꺼려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나눴다.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KT 등의 만찬에 빠진 이유와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오더’가 내려왔. 이 때문에 정씨 자택에서 모였고,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인선을 위해 모인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를 위한 움직임도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장 물갈이 본격화
“적잖은 영향력 행사할 것”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삼성동팀’이 인사를 공공기관 인선에 개입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씨와 10인 회동은 박근혜 핵심 인사에 의해 확인됐지만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10인 회동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 진행된 국빈 만찬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일부 기업인들이 초대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들어 친이계 공공기관장들이 버티고 있다. 민영화된 KT·포스코 그룹도 최근 교체설이 나돌고 있지만 버티고 있다. 친박 공신들은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찾는 등 끌어내리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10인 회동이 있었다는 것은 박 대통령으로 ‘오더’를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인선을 할 때 ‘삼성동팀’이란 단어가 회자됐다. 여권 관계자는 “삼성동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로 이뤄진 조언 그룹은 있는 걸로 안다. 그들이 비대위 인사나 이후 경선·대선 캠프를 구성할 때도 역할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씨와 10인 회동에 주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삼성동팀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는 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인선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에서는 ‘삼성동팀’은 물론 정씨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씨는 대선 캠프 때도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언론에서 만든 것일 뿐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말한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삼성동팀 존재에 대해 인식을 하면서도 “설마~”라며 고개를 저었다. 설에 불과한 사실무근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포스코 등 개입 정황 포착
“Y씨 접촉…정씨가 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회동을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10인 멤버들이 공기업 뿐 아니라 포스코 후임 인사에 대해 정씨에 추천해, 박 대통령에 전달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을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사는 “포스코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회장이 교체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후임을 물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5·16 군사 쿠데타 당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지였다. 육사에서 교사와 제자의 관계로 만나 이후 5·16 군사 쿠데타에 참여했다. 당시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실패할 경우 자신의 가족을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로 박 전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다. 쿠데타 성공 후 박 회장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 심복’이 돼 국가 경제 건설에 나섰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박태준을 건드리면 그게 누구든지간에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종이에 글을 썼다. 정치인이나 관료의 이권 및 인사 개입 등으로부터 박 회장을 보호해줬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박 회장의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도 “최근 포스코에서 실적악화와 자금난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안타까워했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심정으로 포스코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회장 교체를 내심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포스코 회장 교체에 민감한 영남권 의원들은 포스코 인사 개입하거나 특정 인사를 내심 지원하고 있지만 비선팀에서는 재무통인 Y인사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의 경우 황경로 전 회장만이 재무통이었고, 모두 제철소 출신이 회장을 맡아왔다. 이러다 보니 제철소 인사들이 아닌 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대외적으로 L씨가 가장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10인 중 한 사람과 교감을 하고 있는 A씨는 Y씨를 추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씨를 10인 중 한 사람에 추천한 뒤 이 관계자는 정씨에게 전달,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루트인 셈이다. 

실제 지난 2일 A씨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Y씨를 만나 포스코 경영 방침, 포스코 문제점 및 해결 방안 등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확인됐다. 영남권 출신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포스코 개혁’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Y씨는 포스코 공채로 입사했으며,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장 인선에도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 설로 나돌았던 삼성동팀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Y씨가 회장으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씨는 강원도 평창과 서울을 오고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6일 정씨는 지난달 30일 삼성동 자택에서 만났던 한 인사와 함께 강원도에 위치한 A골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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