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성매매…빚 쌓여 ‘쪽박’

해외로 간 여성들의 비참한 생활들

2013-07-08     서준 프리랜서

[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해외로 간 성매매 여성들이 ‘죽도록 고생’만 하고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모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뉴욕에서 성매매 중인 여성들은 하루에 최소 7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으며 선금에 대한 살인적인 이자로 인해 제대로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지지 않으면 다행인 상태라고 한다. 특히 해외로 오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국에서 이미 빚이 있는 상태에서 해외로 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실제 담당자들이 이들 한인 여성들을 심층 인터뷰한 토대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뢰성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해외로 간 한국 여성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 꽤 낭만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듯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게도 해외에서의 생활은 나름 감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성매매에서는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생활을 하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고, 또 그래도 나름 ‘해외 생활’이기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현실을 어느 정도는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곳에서 낯선 ‘신사’라고 만나 자신의 인생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꿈을 꾸는 것도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해외’는 여전히 낭만적인 코드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루 7~8명의 남성과 섹스

그러나 실제 해외에서 생활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매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거의 하루 종일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에 많게는 7~8명의 남성과 성행위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히 고된 성노동이 아닐 수 없다. 하루에 7~8명과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고역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매매가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육체적으로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대개 해외로 가는 여성들은 한국에 있는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탄다. 해외에서 선금을 받으면 그것으로 한국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록 한국의 빚을 청산했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의 빚이 다시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일단 해외로 가는 과정에서부터 빚이 생긴다. 비행기 표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지에서의 체류비도 모두 빚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빚은 고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아무리 외국에서 열심히 일을 해도 여전히 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외국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옷이나 화장품, 속옷 등을 사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할 뿐만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한 식대로만 한주에 50만 원, 한 달에 200만 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여성들이 아무리 많은 성매매를 해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여성들의 소비성향과 높은 이자의 빚이 해외로 간 성매매 여성들에게 한국보다 더 헤어 나오기 힘든 수렁이 된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한 때 해외에서 성매매를 해봤다는 한 여성과 만나 직접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해외 생활 역시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최주연(가명). 그녀도 해외에 나가는 일반 성매매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거를 가졌다. 대학시절 알바를 하기 위해 룸살롱에 나가게 된 것이 화류계에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그녀의 꿈은 돈을 벌어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화류계로 들어왔던 것이다.
하루하루 힘든 생활은 그녀 스스로를 공부에서 멀어지게 했고, 결국에는 화류계 여성으로 살아가게 됐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외국’에 대한 동경이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꿈조차도 대단한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남들이 다 쌓는 외국에서의 스펙과 외국어를 공부하며 외국 대학의 캠퍼스를 누비는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화류계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해외 성매매’라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녀는 주저 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비록 몸을 팔기 위해 해외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대학 시절의 아련한 꿈도 그녀를 비행기에 싣게 했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그러한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적지 않은 빚과 고된 성노동은 장밋빛 외국 생활이 아닌, 그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매매 일상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낭만적인 외국 생활은 환상일 뿐

“막판에는 빚을 갚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한국에 오고 싶은 향수병에도 걸렸고, 이렇게 돈을 쓰다가는 영원히 한국에 돌아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먹는 것, 입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에 10명 이상의 남성들을 받으면서 빚을 갚기 시작했다. 그렇게 2~3년 죽을 고생을 하고 나니까 겨우 빚의 끝이 보였고, 그렇게 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5년간의 해외 생활에서는 거의 돈을 모으지 못했다. 그저 그 시간 동안 먹고 자는 것에 다 썼다고 표현해야 맞는 일이다.
결국 빈털터리로 돌아온 그녀는 화류계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나고 나니까 모두 다 한바탕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의 설렘과 고생, 그리고 과거 어린 시절에 화류계 생활을 할 때의 기억도 모두 ‘일장춘몽’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은 그러한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저 평화롭게 내 한 몸 제대로 건사했으면 한다. 그래도 지금은 몸은 힘들어도 빚이 없고,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로 가는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은 그녀와 같은 삶의 전철을 밟게 된다.
아무리 자신만의 계획과 시나리오가 철저해도 결국 과도한 빚과 성 노동, 그리고 해외 생활에서 화려함을 맛보려는 속성은 비슷하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 그녀들은 동일한 패턴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나마 그녀는 마지막 2~3년간을 죽을힘을 다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노력이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한국에 돌아오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생각하고 아예 포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결국 그곳에 있는 그녀들은 젊음이 다할 때까지 성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퇴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여성들 개개인이 이러한 해외 성매매의 길을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법적인 것을 통해서 그녀들을 단속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는 현지의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경찰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보니 전적으로 외국 경찰에 의존을 해야 되고, 그러다 보면 계획적이고 철저한 단속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과 한국 화류계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결합된 해외 성매매 행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은 한결같이 ‘절대로 쉽지 돌아올 수 없는 길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라.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외국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화류계 생활을 청산하지 못했으면 외국에서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