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국정원 국정조사 지상중계
박범계 “MB도 증인으로 불러내야” 권성동 “증인 채택 아직 결정된 것 없다”
여야 국조특위 출발부터 설전 오고 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까지 공개되나
국정원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열리게 됐다.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7월 2일 열린 첫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했다.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오는 8월 15일까지 총 45일간의 활동 기간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비롯한 경찰의 수사 축소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범위로 상정하고 있다.
여야 특위위원 교체 놓고‘신경전’
새누리당 특위위원은 권성동, 이철우, 김재원, 정문헌, 조명철, 윤재옥, 김태흠, 김진태, 이장우 의원 등 9명으로,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이 간사를 맡는다. 상당수가 법사위와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와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수사 현안인데다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위법 논란에 휩싸인 점이 감안됐다.
민주당 특위위원은 신기남,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전해철, 정청래, 김현, 진선미 의원 등 8명으로, 정청래 의원이 간사를 맡는다. 민주당 측 위원 대부분은 법사위, 정보위, 안행위 소속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저격수’ 역할을 맡았던 의원들로 구성되었다. 여야가 번갈아 맡는 관행에 따라 이번에는 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특위위원장에 신기남 의원을 선임했다.
특위 위원 구성은 마쳤지만 양당은 지난 7월 2일 본회의에서 ‘증인 채택 가능성이 있는 의원을 특위에서 제외하라’며 정면충돌했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어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 40분 이상 회의가 정회되는 등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특위 위원 중 김현,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으로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으로부터)고발됐다”며 “제척사유에 해당하므로 교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두 의원이 참여한다면 법적 문제로 특위 구성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 특위 위원에 ‘NLL 대화록 유출 논란’의 장본인인 정문헌 의원이 포함됐다”며 “의원의 자격을 내놓아야 마땅한 정 의원을 특위에 포함시킨 것은 논란을 종식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3조의 ‘제척과 회피’ 조항을 들어 “김현, 진선미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피고발인 신분”이라며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말했고, 권성동 의원도 “두 분이 자진해 물러나는 게 국조의 원만한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동료 의원 앞에서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고소고발 당했다고 다 피의자가 되느냐. 조사범위별로 구분해 적절히 조화시켜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박영선 의원은 조사대상에 포함된 ‘비밀누설 의혹’ 부분을 들어 “(‘NLL 포기발언’ 의혹을 최초 제기한)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이철우 의원, 윤재옥 의원도 국정원, 경찰 출신이라 제척사유로, 이런 부분도 분명히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대응했다. 이에 권 의원은 “국정원 의혹 사건과 관련도 없는 위원들에 대해 그리 말하는 것은 궤변으로, 소도 웃을 일”이라고 받아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국정조사 어디까지? 증인 채택은…
정청래 의원측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특위 위원교체에 대한 논란은 예측이 어렵다. 당 대표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와 같이 국정조사의 기간에만 합의했을 뿐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평행선이다. 여야는 이 문제를 각 당 원내대표와 논의, 7월 10일까지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특위 위원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양당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쟁점은 국정조사의 조사 범위다. 일부에서는 여야의 ‘공격 포인트’가 달라 국정조사가 겉돌거나 정쟁만 벌이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사범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지시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관련 등 선거개입 의혹 일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직권남용 의혹 및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키워드 확대 등 수사 관련 의혹 일체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대선·정치개입 관련 의혹과 비밀누설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 ▲기타 필요한 사항 등이다.
조사 방법은 △보고서류 제출ㆍ열람 △각종 서류검증·감정 △기관 및 현장방문조사 △증인감정인·참고인에 대한 청문회 등으로 규정됐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전 직원의 매관매직 의혹과 여직원의 인권유린 문제에,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여부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및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한 국정원-새누리당의 연계 의혹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증인 채택 문제다. 새누리당에서는 문재인 의원과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대선 당시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김부겸 전 의원을 증인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도 증인 채택 고려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남재준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댓글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을 비롯한 대북심리전 관계자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등도 증인 채택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월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증인 채택 관련해서는 의원실마다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7월 10일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한 회의 전까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한 뒤 결정할 거다. 아직 누가 증인으로 채택될 것인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특위 간사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그건 우리가 말하기 곤란할 것 같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라는 파트너가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고려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민감한 내용이라 새누리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사안이지 않나. 그래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 특위 위원으로 활동중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7월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정문헌 의원은 가장 기본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할 대상이라고 본다. 필요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은 NLL 대화록 부분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건 이번 국정조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합의했지만
여야 간사는 7월 10일 이번 국정조사의 세부 계획을 담은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회동하며, 실시계획서가 채택되면 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특위 회의의 공개 문제도 실시계획서 합의까지 여야가 정리해야할 사안이다. 민주당은 국회법에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위의 위원장인 신기남 의원도 지난 7월 3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조사는 국민이 궁금한 것을 대신 묻는 것이므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은 국정원이 주체가 돼 업무를 보고하기 때문”이라며 “국회가 국정원을 불러 보고 받는 국정조사는 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보를 위해 공개해서는 안 되는 사안에 한해 위원들의 의결을 거쳐 비공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누설할 수 없다”면서 국회법과 국정원법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와 증인채택 문제는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 이후에도 공방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여야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국가기록원 자료제출 요구안’을 통과시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봉인돼 있던 ‘회담 전문’과 관련 자료들이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국회가 열람 공개를 요청한 대상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상회담 회의록(대화록), 녹음기록물(녹음파일 및 녹취록 포함), 회담 사전준비 및 사후 조처와 관련된 회의록과 보고서 등이다. 이것들은 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 발언’과 관련된 논란의 진위를 가려줄 자료라고 지목된 것들이다. 최근 국정원이 몇몇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만 공개한 것은 회담 당시 녹음된 내용을 국정원이 그대로 풀어 기록했다는 대화록 전문과 전문 내용과는 일부 다른 내용의 발췌본 두 가지였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열람의 방식과 공개 범위 등을 놓고 여야 사이 새로운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자료제출 요구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도 공개 방식에 대해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공개 범위도 문제다. 적법하게 열람을 했더라도 공개 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19조의 ‘비밀누설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에선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면 외교적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과 국가기록원에 있던 대화록 진본 사이의 차이점과 ‘NLL 포기발언 논란’의 진위 등 정치적 논쟁이 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제한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일요서울]의 질문에 권성동 의원 보좌관은 “글쎄. 그 부분은 우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 정보위나 국방위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박범계 의원 또한 “그건 답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범계 “여당, 건건마다 파행 시도할 것”
한편, 정몽준 의원은 지난 7월 3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기남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에서도 계속 바라던 사안”이라며 “여야 합의를 거친다는 전제 하에 이 같은 위원회 구성은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수사권이나 국내정보 수집권 등을 가진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국내 전담부서를 따로 두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에 대한 활동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의 핵심이 ‘국정원 제도개혁’이라고 밝힌 신기남 위원장의 말에 권성동 의원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 “‘제도개혁’이 국정조사의 핵심이 아니라 ‘국정조사’가 핵심”이라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 측은 “신기남 위원장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진상규명이 되어야 제도개혁을 할 수 있다”며 “이번 국정조사는 제도개혁을 위한 국정조사가 아니라 ‘진상규명’ 국정조사다. 국정조사가 끝난 뒤 다시 제도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관련 향후 전망관련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정조사 특위 최대 쟁점은 국정원이 선거개입하게 된 배경이 뭔지 배후를 밝히는 것, 2차장실 산하 국익전략실에서 작성된 반값등록금 문건과 박원순 제압 문건의 진상규명”이라며 “국정조사 특위 활동의 전망이 밝지 않다. 왜냐하면 김현, 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에서 제외 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소한 문제나 증인채택 문제 등 건건마다 새누리당이 파행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의원 측은 “이번 특위 활동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위원들과의 의견 수렴단계이니 수렴해봐야 윤곽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전망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 측은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국정원의 과거 잘못된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이번 특위 활동이)잘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