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의 불편한 기장 승격심사

국토부 합격 판정 받았는데 ‘불합격’ 처리 왜

2013-07-08     박시은 기자

노조 활동한 A씨 이력…승격심사 영향 의혹

사측 “A씨 주장 사실무근, 심사 문제 없다”

5회 연속 올해의 항공사로 뽑힌 아시아나항공(사장 윤영두)이 소속 조종사의 기장 승격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과 불법 행위로 구설에 올랐다. 아시아나 소속 조종사 A(44)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판정이 번복됐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사측의 허위보고를 증명했음에도 결과 수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A씨는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사장 윤영두)의 부기장 A(44)씨는 두 달 전 중국 칭다오에서 인천공항까지 기장 승격 심사 비행을 마친 뒤 뒷자리에 동석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심사관으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시아나 소속 심사관 B씨가 보조 장치 조작과 관련해 “기준속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의를 제기해 판정이 ‘불합격’으로 번복됐다. 국토부가 규정 속도 230노트를 초과했다는 사측의 자료만으로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A씨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 했고, 비행 정보 기록을 통해 최대 규정 속도를 넘지 않은 218.6임을 확인했다. 사측의 주장이 ‘허위 보고’로 만들어진 ‘거짓’이였던 것이다.

또 문제 사유가 된 ‘오버스피드(over speed)’로 비행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방송이 되는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 당시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으며 방송도 없었다고 했다.

A씨가 탑승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사는 한국 민간항공조종사 협회(ALPA-K)와 아시아나항공이 문의한 기준속도에 대한 의견에서도 기준속도 350노트를 적용해야 한다고 나와 판정이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이에 한국 민간조종사협회는 지난달 26일 아시아나의 검열 판정에 대한 기술적 오류를 지적하고, 제한속도 초과에 대한 어떤 경고나 표시가 없었으며 절차상의 실수나 기술적인 문제도 없었다는 의견서를 공개했다.

또 지난달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병호(민·인천 부평갑) 의원은 이번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A씨가 고양력장치인 플랩 조작 기준 속도를 초과했는가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이 자리에는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APU), ALPA-K, 대한항공 조종사, 아시아나항공 사측 전문가와 국토부 관계자 등 14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A씨가 운행한 속도 238.1노트를 두고 ALPA-K와 APU, 대한항공 조종사 측은 ‘초과가 아니다(기준속도 350노트)'는 입장을 보였고,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초과했다(기준속도 230노트)’는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나 측은 [일요서울]의 취재 과정에서 “A씨가 주장하는 ‘허위보고’는 사실무근이다”라며 불합격 처리가 된 이유에 대해 항공 용어가 ‘전문적’임을 강조하며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비행 당시 상황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경고음이 울렸었고 조종사 측과 사측이 판단하는 문제의 기준이 달라 그 부분을 합의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인정’은 해도 ‘수정’은 안돼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측이 그간 비행 심사에 있어서 ‘오버스피드’ 규정을 지속적으로 잘못 적용해온 사례들이 있어 이번 결과를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결과를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또 A씨가 ‘노조 활동’을 했다는 것이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A씨의 부인인 C씨는 “두 달이란 시간동안 노조원들과 판정의 불합리한 증거를 찾았고, 제작사 측의 비행에 문제가 없었다는 명쾌한 대답까지 들었는데도 국토부와 아시아나 모두 결과 시정 조치를 하지 않고 묵묵부답인 상황이다”라며 “간담회에서 검토해보고 사실 확인이 되면 결과를 바꿔주겠다고 말한 내용도 녹취가 돼 있는데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과정에서 아시아나측이 국토부에 보고한 정보가 심사평가 과정에 활용해서는 안 되는 ‘비행자료 분석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실제 비행 정보와도 다른 내용으로 보고서를 올렸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행자료 분석프로그램은 자료 분석 결과를 이유로 처벌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 항공 안전 확보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A씨의 가족들은 항공법 위반의 행위를 근거로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비행자료 분석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 용도로 사용했을 뿐, 법에서 금지하는 ‘분석'은 하지 않았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밖에도 A씨는 진정서를 제출한 이후 해외조종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상근무를 발령받아 노조 측이 사측에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부인 C씨에 따르면 “현재 건강상의 이유로 남편이 입원 중이며 진단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기장발령에 대한 ‘훈련거부’상태로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피력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