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SS 보고서’·‘100억 사기’ 파문

퇴임하는 어윤대 “30억 성과급 날라갈라”

2013-07-08     이범희 기자

중징계 땐 ‘스톡 그랜드’ 취소될 수도 //  내·외부 악재 탓에 임원 문책 이어질까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말로가 순탄치 않다. 오는 12일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물론 검찰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의 100억 위조수표 사기 사건으로 도의적 책임마저 통감해할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금융가에선 “터질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사측도 우왕좌왕이다. 임기를 다 마친 어 회장인 만큼 화려하진 못해도 성과에 대한 박수를 보내야하지만 주변 분위기상 박수를 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임기와 관련해 연임 이야기가 나오던 초반 버텼다. 3월 총회를 앞두고 한 사외이사가 “어 회장이 연임 관련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회추위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당시 그는 회추위 구성에 맞춰 후보군을 선정해야 하는데 어 회장의 의사 표명이 없어 후보군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고도 전했다.

“연임에 뜻이 있느냐”는 일부 금융기자들의 질문에도 어 회장은 “사외이사들이 (회추위를 통해) 결정할 일”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회추위가 구성되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때로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듯한 인상을 비췄다.
 
하지만 결국 그는 지난 4월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의 변을 통해 “제가 다음에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연임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고대 총장을 한 사람이 자리에 연연해하는 기분을 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봐서 좋지 않을 거 같아서 그런 뜻에서 (연임 포기를) 미리 말씀드립니다”고 밝혔다.

비록 어 회장은 ‘뿌리부터 금융인’은 아니었어도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했고, 퇴임 날짜도 임기를 다 끝맺는 오는 12일이다.


사의 표명 후 주변의 평가도 긍정반 부정반이었지만 그래도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이라 굳이 큰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들이었지만 이마저도 잠깐이었다.
그의 발목을 붙잡을 만한 일이 있다는 소문이 금융가에 퍼졌다. 그것

도 어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 때문에 퇴임 후가 순탄치 못할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내용인 즉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터진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 ISS(Institut 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보고서 파문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ISS는 주총을 10여 일 앞두고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정부와 커넥션이 있는 이경재·배재욱·김영과 이사의 선임 반대를 권고한다”며 “KB금융의 ING생명 인수에 반대해 리더십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이 지난해 ING생명 인수를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실패한 걸 지적한 것이다. 이사회와 어 회장은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감정 대립을 노출했지만 이사회 3명이 선임되면서 일단락됐다. 내부에서도 외부보고서라 크게 여의치 않는 듯 했지만 그 후일담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충돌이 발생했다.

배경을 조사해보니 어 회장의 측근인 박 부사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 보고서의 작성과 발표 배경에 박 부사장이 내부 자료를 넘겨주며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지 못한 것이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 때문이라는 정보를 흘려, ISS가 일부 사외 이사 선임에 반대하도록 유도한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 회장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외이사들을 교체해, 연임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6월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앞두고 어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쳐내기 위한 공작이라는 말이 함께 돌기도 했다.

결국 어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등에 떠밀려 박 부사장을 해임했고 내부 경영 정보 유출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어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것이 밝혀지면 어 회장도 금감원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KB금융 안팎에서는 박 부사장이 보직 해임된 후에도 서울 여의도의 국민은행 입주 건물로 출근하고, 기사가 딸린 차량을 이용한 것을 두고 “어 회장이 계속 뒤를 봐준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더욱 예의주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의적 책임 통감 기업 이미지 실추 우려

내부적으로도 100억 위조수표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또한 어 회장 임기에 발생한 일이라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 이미지 실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KB국민은행 차장 김모(4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에서 주범 나 모(51)씨의 공범이 현금으로 찾아간 100억 원짜리 수표를 변조하는 데 재료로 사용된 1억1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부정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나씨와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로 어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되면, 최소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퇴임 후 1년이 지나면 3년에 걸쳐 받을 수 있는 ‘스톡그랜트’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12월 ‘국민은행’ 이사회는 금감원의 징계를 받은 강정원 전 행장에게 부여했던 스톡옵션을 취소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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