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최태민 목사 사위 정윤회 근황 취재

평창 땅 규모 “약 7만 평+α있다”

2013-07-01     박형남 기자

말목장 공사중단, 주민 무료로 경작…최측근 왕래
정윤회 평창 거주…“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신세 한탄

박근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가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말 목장을 운영할 것이라는 얘기가 불거지면서 그의 행적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씨와 가까운 인사들은 하나같이 ‘평창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와중에 말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 전봇대를 설치한 흔적도 발견됐다. 그러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일요서울] 취재결과 정씨는 측근을 통해 주민들이 부지를 무료로 경작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령 1000호를 맞이해 정씨가 소유하고 있는 평창 목장 실상 및 정씨의 근황을 파헤쳐봤다.

6월24일 기자는 정윤회씨가 소유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를 찾았다.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곳은 사람의 흔적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그곳은 출입통제 구역이었다. 특히 정씨 소유의 땅인 것을 알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극도로 말을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관리인 교육받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씨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극도로 경계하거나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입구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를 해 놓은 상황이다. [일요서울]이 정씨가 소유한 땅 현장을 방문하자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한 인사가 “어떻게 들어왔느냐”며 물어왔다. 기자는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오는 길”이라고 답했고, 심한 경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자의 해당 목장부지의 관리자 이름과 연락처 등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아꼈다. 특히 본지 사진기자가 촬영을 하는 내내 이를 예의주시 했고 본인 신분 조차 밝히길 꺼려했다. 

현재 이곳은 말 목장으로 운영되려다 중단됐다. 중단된 이유는 자금난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일까. 지난해 12월 전봇대만 설치해 놓은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이 전봇대 역시 무용지물 상태다. 이 관계자는 “측량과 인허가 등을 진행한 뒤에 공사를 착공했는데 자금 문제 등으로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측량비용 등을 못 받아서 가압류를 넣었다가 돈을 받고 풀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취재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마을 주민들이 부지에서 무료로 경작을 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초, 공사가 중단된 후 정씨의 최측근인 인사가 마을주민들을 만나러 왔다. 공사가 중단돼, 무료로 경작하는 대신 마을 주민들에게 관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리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연락처도 모른다” 등의 답변만 되돌아왔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자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정씨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정씨를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일부 인사들이 정씨가 해외에 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 현재는 강원도 평창에 거주하면서 서울을 오가고 있다. 민족사관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그곳에 거주하는 인사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켰기 때문에 정씨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모르쇠’로 말한다. 대신 정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자,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릴 때까지는 평창에 거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L씨를 통해 박근혜 정부와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창에 드러난 땅은 일부분이다. 7만평 이외에 땅이 더 있다”고 증언했다. 다만 박근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권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증언 하기를 꺼려했다.

정씨, 통화 시도했지만…

다만 기자는 여러 관계자를 통해 정씨의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사들을 통해 정씨의 연락처를 받았고, 하나같이 같은 번호를 기자에게 전달해줬다. 기자는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전화번호의 주인공은 “자신은 정윤회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기자에게 전화번호를 전달해 준 한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자신이 아니다고 말한다”며 “정씨가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지만 그 전화번호가 최신버전이다. 정씨의 가족 명의로 되어 있으며 이제 겨우 2개월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운전기사를 데리고 갈 수 없는 자리에 갈 때는 본인이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그것조차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정씨는 무궁화 꽃이 피었는데도 불구하고 숨어다녀야 하는 신세”라며 “미래연합 당시 정씨가 개입하려 했지만 당사에도 못나오게 했다. 정씨가 나타나는 순간 구설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그는 항상 행적을 감춰왔다. 특히 정몽준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이 한때 서로 경쟁관계가 됐던 것도 정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자신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도 언론에서 정씨의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극도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씨는 친분이 두터운 인사에게 현재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씨를 잘 안다는  이 인사는 본지 기자에게 “정씨는 언론에 안 나타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왔고, 또 다른 말이 생산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본인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아파트 관리인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고 신세한탄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