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대화록 공개 청와대 핵심들 검찰수사 압력 정황

원세훈 전 국정원장 검찰수사 후폭풍 청와대 덮치나

2013-07-01     오병호 프리랜서

 

‘정치권의 폭탄이 될 것’이라고 예견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침내 폭발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불길이 청와대로 향하자 청와대는 급기야 NLL카드를 꺼내들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이 맞불은 오히려 검찰수사와 합체해 청와대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다. 이 때문에 NLL대화록 공개를 두고 청와대의 치명적인 실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NLL대화록 공개에 의한 파장이 확산되면서 6월 초경 불거졌던 검찰수사 외압논란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 지휘를 채동욱 검찰 총장이 아닌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말하자면 청와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황 장관을 통해 축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렇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는 검찰의 의지가 아니라 황 장관을 통한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결정이라는 소문이 검찰 주변에 파다했다. 이 때문에 원 전 원장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석렬 부장검사)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 실제로 최근에는 모 일간지에 윤 팀장이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보도가 나간 뒤 검찰 측은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뒷수습을 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로 민주당의 맞불을 놨던 청와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NLL대화록 공개 직후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일 이전에 대화록을 입수하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화록 공개 파문의 발단은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수사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원 전 원장 수사가 경우에 따라 청와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청와대 핵심 실세들의 공포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 수사는 사안이 자연스럽게 청와대로 옮겨 붙을 수 밖에 없었다. 검찰수사 다음에는 민주당이 부정선거 논란에 불을 붙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원 전 원장 수사를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녀댓글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특별수사팀(팀장 윤석렬 부장검사)까지 꾸려 수사한 끝에 두 달 만에 원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했다.
검찰은 추락한 위상을 바로잡는 절호의 기회로 삼기 위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국정원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지난해 원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검찰은 윤 전 특수1부장을 팀장으로 임명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불구속기소라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도출하고 마무리되는 듯 했다.
애초 윤 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알려진대로 조영곤 중앙지검장을 통해 채 총장에게 원 전 원장과 김 청장을 구속 수사하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결정에 황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게 정설이 돼있다. 그가 불구속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불구속지시가 떨어지자 특별수사팀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황 장관을 통해 원 전 원장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이는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원 전 원장 조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승인과 함께 최종적으로 황 장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수사팀의 총지휘자는 채 총장이지만 실제로는 황 장관이 지휘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소식통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압력을 받아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도록 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검찰 내부에서도 ‘누가 봐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라고 말할 정도로 수사에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불구속기소라는 결과가 이 사건에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 수사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흠결이 있었다”고 말해 수사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음을 시인했다.
검찰과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수사에 외압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청와대 핵심 실세가 이번 수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수사의 핵심은 결국 청와대가 될 수밖에 없다. 대선기간에 청와대가 원 전 원장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라며 “수사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 만큼 청와대가 이에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 누구도 믿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이 검찰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고 그로인해 원 전 원장에 대해 불구속기소 결정이 난 것이라면 이는 검찰 뿐 아니라 청와대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수 있는 사안임에 분명하다. 이는 과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한 불구속 지휘)사건과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에 불만을 제기,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에 청와대 핵심실세 중 허태열, 이정현, 권영세 등이 개입한 것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증폭되고 있는 의혹을 살펴보면 검찰 출신이고 국정원 출신인 권영세 주중대사 등 청와대 핵심실세들이 검찰과 당 관계자들을 만나 원 전 원장 사건을 논의하고 황 장관에게 검찰이 불구속수사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최근 NLL대화록 공개파문을 보면 이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어떤 힘이 검찰 움직였나

민주당은 “권 대사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 기간 중 NLL대화록 공개를 두고 사전 의견을 교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권 대사 등의 목소리가 녹음된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 내용을 들어보면 새누리당과 현재 청와대 핵심들은 NLL대화 파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이미 세웠다. 심지어 녹음파일에는 “정권을 잡은 뒤 이 대화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말도 담겨 있다.
검찰은 침묵하고 있지만 현재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핵심 인사가 대선 당시 이 같은 ‘작전’을 짰다면 지금 대화록 공개는 원 전 원장 사건을 덮으려는 정치 공작으로 비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누가 검찰수사 개입했나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수사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청와대 핵심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권 대사가 지목되고 있다.
권 대사는 경찰에 수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도록 종용한 의혹을 사고 있다.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12년 말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권 대사는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김 전 청장에게 수사결과발표를 서두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무게를 갖는 이유는 권 대사와 박 전 국장 그리고 김 전 청장 모두 국정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 대사와 박 전 국장은 가까운 관계이고 박 전 국장은 김 전 청장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권 대사-박 전 국장-김 전 청장 사이의 커넥션이 수사결과 발표에 상당한 작용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MB정권에서 무려 4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MB 핵심 인물이고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동향으로 지난 12월 19일 대선을 3일 남긴 12월 16일 밤 11시에 긴급하게 수사중간결과를 발표하도록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수사를 놓고 청와대의 고민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원 전 원장이 검찰진술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원 전 원장 측이 “재직기간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며 협박했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 경우 결정적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청와대의 움직임이다. 검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구속불가에 대해 합의를 했고 황 장관에게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소문과 함께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야합을 했다는 소리도 무성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수사와 관련해 황 장관의 압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실이 퍼지면서 검찰 내부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며 “황 장관 주변 소식통의 전언을 들어보면 당과 청와대 핵심들이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 수사를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실제로 당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들락거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함정에 빠진 검찰 딜레마
만약 검찰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구속수사 할 경우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검찰수사를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에 큰 위험이 된다고 새누리당은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청와대의 국정원장 수사 개입설’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이번 국정원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면서 윤 팀장을 비롯한 특별수사팀이 상당히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윤 팀장은 노골적으로 황 장관에 대한 수사지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외에도 검찰내부에서는 이번 황 장관의 ‘사실상 수사지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 핵심부서의 한 관계자는 “성균관대학교 출신 황 장관은 검찰의 비주류에 속해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정부의 핵심인 법무부장관에 발탁됐고 검찰총장까지 지휘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주류를 형성해온 서울대와 고려대출신의 검찰인사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불구속기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상당하다.
검찰은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법정구속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이렇게 되면 NLL대화록 공개와 더불어 그 파고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벌어질 국정조사에서 민주당 등 야권의 공격도 예상되고 있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편 새누리당 측에서 고발한 사건도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원녀감금사건과 국정원내부정보유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여·야의 공평성 차원에서 새누리당 측에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수사를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에 향후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