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부사장 성희롱 사건 진실공방
‘금융권 제2의 윤창중 사태’ 후폭풍 어디까지 부나
하나금융그룹의 부사장 조모(58)씨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난달 5일 조 부사장의 성희롱 사건이 일부 매체에 의해 보도된 후 조 부사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은 같은 달 25일 “(성희롱 사건에 대한) 확실한 반성이나 조치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것은 비도덕적 하나금융그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아울러 일각에선 “금융권의 윤창중 사건이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마저 회자되고 있어 향후 하나금융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 “부도덕적 행태의 적나라한 모습”
사측 “와전에 와전된 것, 억측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희롱 당사자로 지목된 조 부사장은 신혼생활 중이던 여직원에게 “결혼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고 물으며 점점 상대방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해당 여직원의 남편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회사에 내용 증명을 보내겠다고 나서면서 사건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내부 감사를 통해 조 부사장이 자진 사임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정리 했다.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부사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를 내놓은 상태다.
도덕 재무장 선포식 의미 논란
이번 사건을 두고 여론이 들끓어 오른 이유는 사건 이후 하나금융의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당사자인 조 부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라는 핑계로 종적을 감췄고 하나금융 역시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하나금융은 지난달 15일 도덕 재무장을 통한 건강한 책임 선포식을 개최해 “도덕을 빙자한 퍼포먼스로 해당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듣고 있다.
금소원 관계자도 이에 대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고 있긴 하지만 변명임이 뻔하지 않냐”면서 “도덕 재무장 선포 또한 단순히 사건을 덮으려는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어 “도덕 재무장 선포식 같은 데에 쓸 돈이 있다면 이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그동안 하나금융이 벌여왔던 사건들에 대해 사죄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금융소비자보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과거 김승유 회장의 잘못된 인적 시스템의 그림자를 벗어나야 할 것이고 김정태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수십억 연봉에 걸 맞는 도덕·윤리 의지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나금융 측은 “조 부사장은 이명과 하지혈전 증상으로 인해 입원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사표를 냈다”며 “성희롱 사건과는 절대 관련이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하나금융 노조 역시 “그룹과 피해당사자 모두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 다른 하나금융 관계자도 “소문에 소문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와전이 된 것”이라며 “조 부사장은 건강 상 이유로 해당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임을 검토하고 있었고 도덕 재무장 선포 역시 예전부터 계획된 것인데 너무 좋지 않는 방향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 부사장은 원래 호탕한 성격으로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또 증권가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증권가 찌라시로 불리는 정보지에 오르내린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승유 전 회장까지 불똥 튈까?
한편 금융권 제2의 윤창중 사태로 부각된 이번 사건은 당초 큰 비판의 움직임 없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금융소비자원을 비롯한 여론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행보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김승유 전 회장의 불법적 하나고 지원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을 또 다시 재점화 시킬 수도 있다”면서 “하나금융이 먼저 나서서 대대적으로 사태를 진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