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피해자들을 위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개소

2013-06-26     조아라 기자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국내 첫 민간 치유센터인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가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 수녀원 내 성재덕관에 문을 열였다. 

1년 6개월간 순수 민간 모금으로 문을 연 김근태 치유센터는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 공권력 남용사건 피해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외상 치유와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이외에도 ▲전문 치유·재활 프로그램 개발 ▲고문과 공권력 남용 방지와 피해보상 법제화 ▲ 국가폭력 피해자 및 유족을 위한 사회연대 기금 조성 ▲국제고문방지기구들과 협력사업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함세웅 신부 등 15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참석자 중에는 1970년대 중반 노동착취 회사와 맨몸으로 싸운 투쟁기를 수필 형식으로 기록한 '어느 돌멩이의 외침' 저자 유동우씨도 있었다. 
 
1980년 대 말부터 지난해까지 학림사건 고문 후유증으로 노숙생활을 했던 유씨는 이날 "고문이 개인과 가족 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늦게라도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게 다행"이라며 "치유센터라는 건 민간 차원이 아닌 국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하지만 민간에서 주도했다는 점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근태 치유센터의 모태가 된 인권의학연구소의 임채도 연구기획실장도 "고문 피해자들이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은폐된 삶을 살았다"며 "이들에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없이 민간에서 준비하다보니 기반확충에 어려움이 컸다"고 전했다.
 
한편 센터의 상징인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은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1985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서 이근안 등에 의해 살인적인 고문을 당했다. 이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파킨스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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