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사갈등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
해고자 농성 2000일 돌파 목적 잃어버린 진흙탕 싸움
재능교육(회장 박성훈)과 재능교육 노조의 갈등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고 있다. 그동안 여타 노사갈등에서는 사측이 가해자, 노조측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재능교육의 노사대립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재능교육과 재능교육 노조 해고자들의 분쟁은 노노갈등을 시작으로 비상식적인 흑색선전, 물고 물리는 이해관계 등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대한민국 최장기 농성으로까지 몰고 온 것인지 [일요서울]에서 파헤쳐 봤다.
국내 사상 최장기 노동운동 도대체 누가 가해자인가
피해자만 늘고 있어 흑백논리로 해결될 문제 아냐…
재능교육은 사실상 노조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의 갈등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재 재능교육은 노조에 최종 타협안을 제시했고 그 안에는 ▲계약해지자 11명 전원 복직 ▲복직 후 단체교섭 즉시 시작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처벌불원탄원서 제출 ▲ 지교사 11명에게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기금 1억5000만 원 지급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등을 포함시켰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노조원 중 개인적 질병으로 사망한 이에 대한 복직문제 역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전한 상태로 단체협약 체결에 조금의 불신이라도 있다면 어떤 담보도 맡기겠다는 입장”이라며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및 처벌에 관련된 모든 사항도 취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나 길었던 6년 곪아버린 노조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예상치 못한 노노갈등까지 번져버린 탓에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재능교육과 맞서고 있는 노조는 시청파로 불리는 구집행부와 종탑파로 일컬어지는 신집행부로 갈라서 있다. 서울시청과 혜화동 종탑에서 동시에 재능교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노선을 걸으며 서로 대치중인 것이다.
두 노조는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쌓여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 재능교육과 협상을 벌일 경우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로 힘을 합칠 기미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 집행부 관계자는 “신집행부 중 몇 명은 이미 복직의사가 없는 것을 표명하고 있다”며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단지 돈을 받기 위함이 아닌데 복직의사도 없으면서 투쟁을 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복직의사도 없이 신집행부가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다면 우리는 사측과 신집행부에 대해 또 비판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집행부 관계자는 “어쨌든 협상 체결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노조에도 분명한 위계라는 것이 있다. 구집행부는 우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후 예상되는 구집행부의 반발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투쟁과는 상관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신경 쓸 수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구집행부가 수억 원대의 금액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조 통장을 손에 쥐고 있어 노노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능교육은 중간에서 두 노조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 돼버렸다. 재능교육 입장에선 한쪽과 교섭을 진행했다간 더 큰 역풍을 걱정해야 하고 노노갈등의 봉합을 기다릴수록 파렴치한 회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두 노조가 한 목소리만 내줘도 이렇게까지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힘을 합쳐 자본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야할 두 노조의 힘겨루기가 농성을 마무리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시선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처만 남은 현실 실마리는 어디에…
이렇듯 사회적 통념상 약자의 위치에 있어야 할 노조끼리의 갈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늘고 있는 동시에 노동계에도 혼란이 흐르고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무작정 회사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우리를 대변해주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런데 이들끼리 힘을 합치지 못해 오히려 우리가 더 힘든 상황에 놓였다”며 “하루라도 빨리 두 노조가 먼저 이견을 좁히고 사측과 원활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의 노조 일원은 재능교육 사태에 대해 “재능교육의 두 노조가 일치하는 목소리를 내는 부분도 있다. 재능교육을 믿지 못하겠다는 부분이다”라면서 “하지만 이미 재능교육은 언론과 정계를 통해 담보를 걸었고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 상태로 어차피 옴짝달싹 못하는 위치에 있다. 불신은 불신으로 귀결될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순수노동의 본질에서 벗어나 무작정 흑색선전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며 “업계 종사자들의 이익과 편의, 자본에 대한 감시가 노조의 목적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계에선 아직까지 재능교육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노조의 비호를 받아야 하는 종사자들이 이들로 하여금 피해를 입는 부분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재능교육이 먼저 진일보 성격의 타협안을 내놓은 가운데 두 노조의 행보가 재능교육 사태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할 공산이 클 전망이다. 양 노조 간 이해를 청산하고 한 목소리를 내기만 한다면 노사갈등 해결이 첫걸음을 맞이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이들의 갈등은 2007년 12월 노조가 수수료 제도 개편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조는 천막농성이나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내세운 요구사항은 ▲단체협약 체결 ▲계약해지자 복직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위로금 지급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사측은 “법적 근거가 없거나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없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