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패배의 숨겨진 진실

안철수 대선 출마 하지 않았더라면…

2013-06-24     박형남 기자

‘친노 2선 후퇴론’에 휘청… 安, 사퇴할 것이라고 결론
민주당, 안철수 흔들기 위해 박용진 대변인 노원병 출마 설득
국정원 댓글 사건 초기 대응 미흡…때늦은 반성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지금 민주당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은 6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뼈저린 반성’은 말로만 이뤄졌을 뿐 속으로는 서로 ‘네탓 공방’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은 무시당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도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특히 대선 때 불거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관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등이 갈 길 바쁜 민주당에 ‘족쇄’를 채웠다. 국정원과 검찰이 힘을 합쳐,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에 대한 대응만 잘했어도 야당이 되지 않았을텐데…”, “안 의원이 대선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당직자들이 말하는 대선 패배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18대 대통령 선거 패배는 민주당 전체의 패배다.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원인은 민주당이 선점할 수 있었던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은 대선 내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초기에 대응을 잘했더라면 2%정도 앞설 수 있었다. 그리고 안 의원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단일화 협상으로 인해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네거티브 전략은 밀리고 있을 때 톡톡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서로 맞붙었을 때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최태민 목사를 둘러싼 각종 소문과 의혹, 정수장학회와 영남대의 실질적 소유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흔들었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것이 패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식 새정치가 ‘패배’?

민주당의 구조적 모순과 안일한 스탠스가 패배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안 의원의 새 정치가 결국 민주당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사실 안 의원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를 외치며 ‘친노 2선 후퇴론’을 줄기차게 외쳤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안 의원은 민주당 입당에 반대했고, 줄곧 민주당을 해체시키려 했다.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민주당은 ‘안철수 프레임’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했다. 

문 캠프에서 일한 한 인사는 “안 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고, 민주당과 빅딜을 통해 차기 대권을 노렸다면 문 의원은 쉽게 승리할 수 있는 판이었다. 그러나 안 의원의 출마로 인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을 두고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단일화 이슈에 빨려 들어가 다른 이슈를 생산하지 못했다. 대선 공약도 단일화 협상에서 불거졌던 내용을 담았다. 결국 안 의원으로 인해 선거 전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번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기초단체 공천권 폐지 등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불 질러 놓아 어쩔 수 없이 공약을 발표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안철수 등장’이 문 의원에게나 당에 치명적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는 안 의원이 사퇴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단일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세차량, 현수막 등을 발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당직자는 “단일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유세차량, 현수막 등에 대해 발주도 하지 않았다. 협상이 끝난 이후 발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때문에 안 의원은 결국 사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안 의원은 단일화 협상을 정치적으로 이끌고 갔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 중도사퇴했다”며 “결국 문 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흘리려고 했지만 ‘맏형’ 이미지로 인해 이러한 것도 언론에 흘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안 의원은 문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후보 사퇴 이후 백의종군해서 돕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 당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 달라”고 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것보다는 “(앞으로) 새로운 정치를 진심으로 갈망한다”며 자기 정치를 계속할 것임에 더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이 박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반 민주당 정서도 이번에 더욱 확실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더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의 지원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계파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안 의원 활용도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던 것이다. 친노에서는 안 의원 지원 없이, 또는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안철수 활용론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반면, 비노에서는 안 의원의 지원으로 선거가 5 대 5의 박빙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분위기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판’에서 진 것은 ‘안철수 훼방’이 대선 패배라는 결과물이 나오는데 한몫했다는 게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았다면 대선 정국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을 흔들지 않고, 문 의원을 적극 지지했다면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 안 의원이 얻을 것은 다 얻고,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국민들 앞에서면 중도층이 표심이 여당으로 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은 문 의원을 흔든 것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4월 재보선 당시 안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려고 했다. 이동섭 위원장으로 약하다는 판단하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박용진 대변인과 노원병 출마 문제로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박 대변인이 노원병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면 민주당도 후보를 내겠다”고 말했으나 박 대변인이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안 의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무공천을 했다. 결국 어부지리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대선 때에 대한 복수(?)를 하려한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국정원 댓글녀 피해자는 ‘민주당’

‘국정원 댓글녀 사건’도 치명적이었다. 대선전 막판에 ‘네거티브 전략’ 구사, 박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호재였다. 그 당시 민주당에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했다. 때문에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사횔을 걸었다.

너무나도 ‘사활’을 걸었던 탓일까. 나가도 너무 나갔다. 민주당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이는 최근 국기를 흔든 인사들이 ‘보은성 처벌’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민주당의 호재였던 사안이 이제는 악재가 되어버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경찰이 당시 확보했던 디지털분석 결과 보고서를 제대로 발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물증은 물론 근거를 잡지 못해 이를 주도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정원과 검찰이 민주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발생할 당시 경찰과 제보자, 그리고 카메라만 대동한 채 갔어야 했다. 그러나 캠프 당직자들이 모두 몰려갔다. 이로 인해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결국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는 이야기 더 부각됐다. 진보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었지만 보수언론에서는 이를 ‘감금’으로 몰아가버렸다. 결국 호재가 악재가 되어버렸고, 민주당은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던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정원 댓글녀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지 못했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캠프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우르르 몰려간 것이 화근이라고 말한다. 어찌됐든 이는 검찰이 민주당을 정조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당장 국정원 댓글녀 사건을 제보한 국정원 전 직원 김씨와 민주당 팀장 L씨와 팀원 J씨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김씨는 현재 언론과의 접척을 일체 끊은 채 전직 캠프 인사를 만나 검찰의 수사 발표에 대해 성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검찰은 김씨와 민주당 캠프 인사들과 연결점을 찾으면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과 주거 침입 과정에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지도부에 제보한 L팀장과 J씨는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더 나아가 ‘김부겸 몸통론’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점도 여권에선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몸통론’까지…분통터질일

이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판’에서 진 것은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대한 초기대응 미흡, 안 의원의 대선 출마’가 패배를 자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국정원 댓글녀 사건도 주도면밀하게만 대응했어도 지금처럼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의 대선 출마, 국정원 댓글녀 사건 초기 대응 미흡이 대선 패배의 요인이라는 게 민주당 당직자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검찰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이유이자, 안철수와 10월 재보선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정원 사건, 웬 몸통 논란?
 야당은 ‘권영세’ 여당은 ‘김부겸’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몸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없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16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권영세 당시 실장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1일에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문제의 오피스텔 앞에서 수차례 김 전 청장과 권 당시 실장, 박 국장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국 대사를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김부겸 몸통론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에 해당 사건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이 공천을 제의받았다는데, 이 같은 공작정치의 몸통이 (지난해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김부겸 선대본부장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작 본인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권영세 대사는 주중국대사관 공보관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며 “대사로서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대선 때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물 타기 시도”라고 불쾌해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