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 vs 방중 재계 수행단 포인트는?

경제분야 이슈 부각 중국 방문에 더 공들이나

2013-06-24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과 관련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방미 때와 달리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함께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달리 정부의 영향력이 크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지난 방미와 달리 어떤 경제적 성과를 가져올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교역 대상국인 만큼 경제적 성과…기대감 커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경제적 실익 잃을까 우려도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중 FTA를 비롯한 양국 간 경제 분야 현안에서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중국 방문이 미국 방문 때보다 경제 분야 이슈와 관련해 더 비중 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한국 전체 수출 물량의 30%를 차지하며, 지난해 기준으로만 교역 규모가 2151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 대상국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도 활발해 중국으로부터 거는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현재 삼성전자가 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중국 현지에 건설 중이고, 현대자동차는 제4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밖에 LG와 SK, 포스코, 롯데 등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국은 미국과 달리 정부의 영향력이 커,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간의 FTA에 관한 논의가 한층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중FTA는 1단계에서 5차 협상까지 진행됐으며 이르면 이달 말 국내에서 6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4월 말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된 한중FTA 5차 협상 당시 양국의 의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확고해,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인해 예정된 6차 협상 이후 양국의 FTA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측은 품목군별 정의와 상세 처리방안 등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상품 자유화 수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비관세장벽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하지만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최대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충돌 또한 예견된다.

조 수석은 한중FTA 협상 진행상황과 관련해 “아직 한중 FTA방향, 범위, 깊이 등에 대해 양측 간에 콘센서스를 이루지 못해 의견 차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그런 부분을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한중FTA가 상품 분야에서만 한정된다면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다. 투자, 서비스 등의 부분이 포함돼야 얻을 게 커진다”며 “결국 한중FTA 협상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미때보다 많은 경제인 참석

그렇다면 한·중FTA를 통해 우리가 얻는 득과 실은 무엇일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간한 ‘한·중FTA의 효과와 동아시아 경제통합에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3.1~ 3.2%, 후생 3.0%, 총수출 5.4~ 5.5%, 총수입 5.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FTA 발효 후 5년 내 0.95%~1.25%, 10년 내 2.28%~3.04%, 후생은 발효 후 5년 내 177억~122억 달러, 10년 내 276억~336억 달러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한·중 무역은 그동안 한국은 소재·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의 완제품을 수입하는 수직적 분업형태의 무역에서 점차 산업간 무역과 산업 내 무역 등으로 재편됨에 따라 시장세분화 및 다양성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국내 산업의 경우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향후 중국시장 선점 및 투자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농업과 공산품 등의 피해는 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해 각각 품목수 기준 동일한 자유화율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산물과 공산품을 동등하게 개방할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농업에 미치는 타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부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제주발전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중국경제와 제주경제’ 세미나에서 “한중FTA 체결이 경제적 효과는 크지만 농산물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중국과의 FTA협상단계에서부터 1차 산업을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하고 점진적 개방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벤트를 위해 무리하게 한중FTA를 추진할 경우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현재도 중국시장 점유율이 큰 만큼 정치적인 면을 제외하면 시기상조여서 천천히 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에 체결한 FTA의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현재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 총수들 위주로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절단에 참여하지 않는다. 삼성에선 중국통인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절단에 참여하는 쪽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시 주석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인들이 한·중 경제교류 확대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