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원로 ‘서청원’ vs 돌아온 좌장‘ 김무성’ 맞짱
보폭 넓어진 김무성, 누가 견제하나?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누리당이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두고 춘추 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돌아온 박의 남자’ 김무성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여권내 정치지형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 의원은 뱃지를 단후 몸을 한껏 낮추고 있지만 ‘부산 사나이’ 특유의 ‘할말은 하는’ 김 의원 정치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의원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원조 친박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안길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에선 원내 김 의원에게 대적할 인사가 마땅히 존재하지 않다는 판단에 친박계 원로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김 의원의 견제 카드로 내세울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청와대, 서청원 서산·태안 출마 카드 ‘만지작’
최근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고문이 간접적으로 대결을 벌인 선거가 있었다. 바로 서울시당 위원장 선출을 두고서다. 서 고문은 자신의 측근인 김을동 의원을 시당 위원장으로 적극 지원했다. 반면 김무성 의원은 친이계 김용태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김용태 의원이 합의추대 형식으로 선출되면서 직접적인 세대결은 피했다. 김을동 의원은 경선까지 했다면 친박계와 여성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이 유력했다.
그러나 비주류인 김성태 의원과 친박계인 김을동 의원의 경선이 자칫 계파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선 막판 조율에 힘써왔다. 결국 6월 19일 유일호 서울시당 위원장 주재로 김성태 의원과 김을동 의원 간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 김 의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의원이 지지한 의원이 됐다는 점에서 서 고문은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김무성, 친이계 의원 단도리… 광폭행보
특히 당내에선 친박계 김 의원이 친이계 김용태 의원을 도왔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 의원이 본격적으로 당권에 도전하기전에 ‘집토끼’(친박계)보다는 ‘산토끼’(친이계)를 더 챙기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새누리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어차피 당권 경쟁을 한다면 친박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친이계와 갈등보다는 화합을 원하는 김성태 의원으로선 친이계 지원까지 받는 다면 당 대표 경선은 하나마나해 추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김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일성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친박계, 상실감을 느끼는 비박 친이계의 역량을 결집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의원들의 뜻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비민주성, 당 지도부의 무기력에 대해 쓴소리를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이 직접 나서 10월 재보선에서 같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이완구 의원과 오찬을 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당초 애매모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김 의원의 리더십이 부각됐다는 게 정치권의 평이다.
특히 김 의원은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한 안 의원에게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과 기대감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안 의원은 성공적이고 깨끗한 기업가의 이미지가 그대로 깨끗한 정치인으로 이어진 게 안철수 현상이다. 하지만 현상은 현상일 뿐, 현상만으로 정치를 지속할 수 없고, 정치권에서 훈련하고 배워가면서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를 아끼질 않았다. 김 의원은 다음날인 12일에는 안철수 의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여해 축하를 하는 등 안 의원과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처럼 김 의원이 보폭이 넓어지면서 긴장하는 쪽은 청와대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이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당권에 도전해 당 대표에 등극, 차기 대권 주자로서 반열에 오를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김 의원은 원내 복귀한 이후 자신을 낙천 시킨 공천 제도와 당내 계파의 문제점,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모두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하는 발언들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마찰을 피해온 친박 황우려 대표와는 격과 파워가 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에선 김 의원의 견제 카드로 원내 인사보다는 원외 인사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청원 새누리당 고문이 고령임에도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서 고문의 경우 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정치적 조언을 해온 많지 않은 측근 중 한명이다. 6선에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 등을 들어 친박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청원, 임명직보다 선출직에 관심
실제로 서 고문 역시 임명직보다는 선출직에 더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고문은 한때 서대문을 정두언 의원 지역구 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김 의원의 광폭행보가 이어지면서 청와대내 기류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70이라는 고령의 나이를 들어 수도권 보다는 서 고문의 고향(충남 천안)이 인접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 출마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의 지역구인데 지난 5월13일 대전 고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당했다. 대법에서 이대로 결정이 날 경우 성 의원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10월 재보선이 개최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서 고문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중앙정치로 복귀가 가능하고 김 의원 역시 서 고문의 등장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서 고문은 김 의원과 함께 박근혜 후보 당선에 숨은 조력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 의원이 서울시당 김을동, 경기도당 노철래 각각 의원에게 출마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 대표 선거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정치권내 돌기도 했다. 서 고문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였다. 서 고문은 당시 홍사덕, 이규택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표를 맡았다. 영남권 위주로 후보를 낸 결과 14석(지역구 6석+비례대표 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 ‘역시 서청원’이라는 말이 돌았다. 서 고문 역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김노식.양정례 전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 고문은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물론 의원직도 상실했다. 당시 서 고문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명백한 정치적 탄압과 잔인한 보복의 결과”라며 옥중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서 고문은 2010년 8월 청와대가 특별사면했고 형기마저 감형했다. 또한 올해 1월말에는 특별복권까지 되면서 공직에 나설 수 있게됐다. 물론 그 배경에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한몫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현재 상임고문으로서 서 고문은 최고위원회 자문 기능을 가진다. 상임고문 회의는 대표 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상임고문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된다. 특히 서 고문은 ‘마당발’로 조직관리에 능하다. 만약 서 고문이 국회에 입성할 경우 그동안 삐걱거리던 당.청관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역할 역시 김 의원과 겹친다는 점에서 청와대 입장에서 김무성 견제 카드로 서 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배경이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