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7 - SK

그룹 모태 ‘교복사업’ 철수…상생 문화 만들어

2013-06-17     이범희 기자


중소기업과 상생 차원 와인 유통 자회사도 매각
최 회장 구속 이미지 탈피용 지적…사측 “아니다”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SK그룹이다.
 

SK네트웍스가 그룹의 모태였던 교복사업을 42년 만에 접었다. SK그룹의 전신이었던 선경직물이 1970년 원단사업을 시작한 뒤 1991년 뛰어든 ‘스마트(SMART·사진)’ 교복사업을 대리점주 및 제조사들로 구성된 ‘(주)스마트F&D’에 양도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교복사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된 데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스마트 학생복 사업을 스마트F&D에 지난해 5월 30일부로 양도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학생복 사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는 여론과 상생 실천을 강조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스마트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개인 사업자가 많았지만 스마트F&D가 중소 상생의 취지와 부합하고 지난 20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역량이 우수하기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수익성보다 공익 우선

SK네트웍스는 그동안 그룹의 모태 사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교복사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와 경제민주화 이슈 등이 맞물려 이번에 이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또 국내에 와인을 유통하는 자회사 WS통상을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원에서 제3자에 매각했다. 대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와인 유통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WS통상은 2006년 설립된 외국산 주류 수입·판매업체로, 2008년 9월 SK네트웍스에 인수됐다. MRO코리아도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로 전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직접 운영한 첫 시도로 평가 받았다. 행복나래는 사회적 기업들이 생산한 소모성 자재를 구매하고 사회적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제해 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내부 거래를 줄여 중소상권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지난해 SI 계열사인 SK C&C와의 거래규모를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대신 SK C&C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면서 외부 매출액을 높여 가기로 했다.
SK그룹은 경쟁 입찰을 통해 그룹 이미지 광고를 외부업체인 제일기획에 맡겼다. 그간 그룹내 광고회사가 전담했던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SK이노베이션도 TBWA코리아를 추가로 선정, 내부 광고회사와 기업광고를 병행하도록 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경영에 접목하자는 것이 따뜻한 동행 경영”이라며 “단순히 사회공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사나 협력업체와의 관계, 계열사의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 첫 정규직 전환 발표

계열사의 계약직 5800여 명을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통해 상생문화를 실천한다. 이는 SK그룹 내 비정규직의 61%에 해당한다. 이 같은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4대 그룹 가운데 SK가 처음이다.
SK그룹은 최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 회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서비스에이스와 서비스탑, 에프앤유신용정보, SK플래닛의 자회사인 엠앤서비스에서 고객 전화상담 업무를 하는 직원 4300여 명이 포함됐다. SK는 앞으로 상담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의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SK증권의 영업, 마케팅 업무를 맡는 직원 등 1500여 명도 올해 안에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정년이 보장되고 승진 기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비 등 각종 복지혜택도 받는다.
SK그룹은 현재 직원의 12% (9500명) 수준인 계약직 비율을 연내 4%대 후반으로 낮추고 2015년까지는 3%대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고객 상담 업무 종사자의 80%가량이 20대 중후반 여성”이라며 “사회적 관심사항인 여성의 고용 활성화 및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이번 결정은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 가운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 이마트(신세계그룹), 우리은행 등이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SK그룹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결정했지만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이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제공 등 취지를 잘 살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실천하는 ‘따뜻한 동행 경영’을 오랫동안 고민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규직 비중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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