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카 순찰차 정비계약 논란
동네카센터 “골목상권 침해” VS 경찰청 “예산절감 차원”
경찰청이 삼성(회장 이건희)의 계열사 애니카서비스를 통해 경찰차 정비에 관한 모든 제반 사항을 위탁하기로 결정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논란이 일었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찰차 정비를 맡아왔던 동네카센터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일감을 빼앗긴 자동차 정비영세업자들의 단체인 자동차정비사업연합회는 “경찰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골목상권 보호와 동반성장 정책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각에선 전문 업체를 통해 일괄적으로 정비를 하게 될 때 주파수 조작으로 인한 도청의 위험성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일감 잃어 월 300~400만 원 손해
억울하지만 대기업과 정부기관 상대할 자신 없어
자동차정비사업연합회에 따르면 경찰이 삼성애니카와 첫 위탁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월, 당시 열린 공개입찰에서 경찰은 영세 정비업자 단체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삼성애니카와 정비 계약을 성사했다. 이로써 올해 말까지 모든 경찰 차량에 대한 정비는 삼성애니카가 도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동네카센터들이 수리해왔던 경찰차량은 약 1만3000여 대로, 정비 수익 규모가 1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영세업자들의 성토는 날로 높아졌고 때문에 경찰은 일각으로부터 “꼭 영세업자들의 일감을 빼앗았어야 하느냐”는 비판마저 받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경찰청도 원활한 차량점검과 예산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대립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삼성애니카와 함께 공개입찰에 참여했던 자동차정비사업연합회는 “예산절감차원의 정책이라는 것에는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꼭 영세업자들의 목을 조르고 대기업의 손을 들어 줬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밝혔다.
영세업자단체 불만 목소리 높아져
또 “자영업자들이 열심히 영업을 해서 얻은 일감을 왜 마음대로 대기업에 넘겨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예산 10억 원, 20억 원 아끼고자 자영업자들을 죽이는 정책 자체가 문제다.
향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까지 이러한 정비계약이 확대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결국 물리적 대응까지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영세업자들을 보호해주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골목상권 지키기에 도반하는 것 아니냐”면서 “한편으로는 보호해준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정책을 추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감을 빼앗긴 개인 영세업자들은 전면에 나설 수도 없다. 괜히 경찰과 대기업에 반기를 들었다 생업자체를 잃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억울함을 속으로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경찰차 수리를 맡아왔다고 밝힌 한 카센터 점주는 “괜히 이러한 일에 나섰다가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쉽게 입장을 밝히겠느냐”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른 일감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동차정비사업회 관계자 역시 “회원사들에게서 조치를 취해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들이 직접 나서는 것은 꺼려하는 눈치다. 우리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다”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카센터 점주는 “우리 카센터를 이용하던 경찰들도 짜증을 낼 정도로 불만이 많다. 현장 관계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월 30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이르는 수익을 눈앞에서 빼앗긴 꼴이고 경찰 현장 관계자들은 지금보다 못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 세금 아끼려던 경찰도 어리둥절
이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차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국민 세금인 정비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삼성애니카에 차량 정비를 위탁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는 수리비 집행이나 차량 관리를 각 경찰서별 경리계에서 2~3군데 정비업소를 정해놓고 진행해왔다”며 “이럴 경우 정비비용이나 차량 성능, 서비스 등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부터는 본청과 애니카가 모든 관리를 맡게 됐는데 위탁관리 시행으로 예산절감과 효율적 차량 관리, 수리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골목상권침해 논란을 일으킬 만큼 막무가내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공개입찰을 시행한 만큼 투명성도 높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열린 제23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자동차전문정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에 사업 축소와 확장·진입 자제를 권고한 바 있어 이번 논란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골목상권 지키기에 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경찰청의 대응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위기다.
자동차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말까지는 이미 계약이 돼있기 때문에 경찰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골목상권 지키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높아진 만큼 자영업자 및 단체들이 계속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삼성애니카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역시 같은 문제로 이번 계약까지만 진행시키기로 결정된 상태다. 내년부터는 삼성애니카가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