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배짱분양 ‘횡포’

최초분양가 입주자 손해 보는데…도대체 왜

2013-06-17     강휘호 기자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특별할인 정책이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애초에 최초분양가를 터무니없이 책정한 후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빌미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이 최초분양가에 입주한 이들이 많은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대형 건설사들이 책정하는 분양가를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의 할인분양 정책에 대해 [일요서울]이 보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일각 “혜택 아닌 꼼수일 뿐” 지적
밑지고 판다는 건설업계의 진실은?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이 내놓는 특별할인분양은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초분양가에 입주하는 것이 억울해 보일 정도의 할인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초분양가가 논란의 중심에 섰고 기존입주민과 건설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상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할인한 곳에서 모두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대책도 없어 쉽사리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유명브랜드 아파트에 최초분양가로 입주했다고 밝힌 한 주부는 “최초 분양가에 입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분양가가 수 천만 원이나 떨어졌다”며 “불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더 억울하다. 사업을 했어도 이 정도까지 단기간에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텐데 뭔가 보상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천만 원은 기본 수억 원까지 깎아줘

할인분양 아파트를 내놓는 건설사들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들 가운데 미분양 할인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미분양 털기’는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 단지 중 일부에선 전용 59㎡(18평)의 경우 애초 분양가에서 1억1700만~1억3100만 원, 84㎡(25평)는 1억2600만~2억3200만 원, 177㎡(54평)는 6억4200만~8억1300만 원까지 최대 분양가의 41%에 달하는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일부는 잔여분양세대에 대해 30% 플러스알파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할인분양 정책도 진행 중이다.

국내 건설사 시공순위 2위 삼성물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일부 래미안 휴레스트의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해 원분양가의 최대 36%까지 할인율을 적용해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132㎡의 경우 애초 분양가가 7억 원으로 3.3㎡당 1700만 원선이었지만, 할인율을 적용하면 4억4000만~4억7000만 원까지 매입이 가능하다.

동부건설도 이와 같은 행보를 보여주는 데 일부 신봉센트레빌단지 가운데 전용 149㎡의 잔여물량에 한해 최대 30%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평당 분양가가 1200만 원선으로 기존 분양가보다 약 500만 원 가까이 내려갔지만 이 역시도 경기 지역 평균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높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들 중 5년간의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와 취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여타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 전문가 “배짱 가격 도 넘어섰다”

이러한 건설사들의 파격 행보 때문에 “수억 원씩 깎아 줄 수 있었다면 애초에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었나”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특히 이들이 할인분양을 내놓고 있는 단지들은 당초 최초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거세졌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 감시팀 관계자는 “분양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 그리고 토지비로 나눌 수 있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산비 항목”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지정한 기본형건축비는 평당 530만 원 수준으로 여기에 건설사들이 가산비 등을 더하게 되면 평당 평균 600만 원에서 700만 원 사이에서 건축비가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석 결과 기본형건축비 자체도 높다는 판단인데 더 큰 문제는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아파트 건설 구조상 실제 건설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정확히 책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초분양가가 높아진 이유로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하도급업체에 아파트공사를 맡긴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건축비로 평당 300만 원 선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나머지 차액은 모두 건설사가 가져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건설사들은 최초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뒤 이때 팔리면 가장 좋은 것이고 팔리지 않아도 할인 분양으로 팔면 어차피 손해는 안 본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억 단위 할인을 한다고 해도 건설사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선분양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모든 위험요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절대 옳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 매매를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어느 누가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겠냐”면서 “최초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그냥 쉬쉬 하는 것으로 마치 복권 같은 것이다. ‘팔리면 땡 잡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설사가 다반사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시세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 “당당해”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 우수한 입지조건, 고급 자재 사용 등의 이유로 고분양가 책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미분양 촉진책으로써 할인분양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거품 논란과 관련해선 부동산 경기 흐름을 무시한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책정할 때 많은 부분을 고려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분양이 되지 않는 경우는 우리 역시 원하지 않는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 어쩔 수 없이 할인분양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아파트 사업을 해서 큰 이익이 남길 수도 없다”며 “일부러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오히려 마진을 줄이고 또 줄이는 식의 장사”라고 일축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