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청와대 주도권 싸움 막후

대통령 ‘당 무시 전략’에 새누리당 ‘코 꿰기’작전

2013-06-17     박형남 기자

정무장관제 부활 놓고 새누리당 ‘완패’ 청와대 ‘완승’
최경환 “참신한 인재 써라” VS 허태열 “원내대표나 잘해”
공기업 인사두고 ‘자기사람 심기’ 신경전까지 치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던 지난 4일 본회의장.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발언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다소 논란이 일었다. 바로 ‘정무장관 부활’이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이정현 전 정무수석(현 홍보수석)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공식석상에서 발언할 경우 그 불똥이 청와대에 튄다며 그저 지켜만 봤다.

최경환 ‘자기정치’에 나선 배경은…

그러나 최 원내대표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저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상의해서 국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야간의 노력과 함께 청와대와 정치권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며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무장관제의 부활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최 원내대표가 정무장관 부활을 언급하기 전, 청와대와 교감해 김무성 의원을 정무장관으로 추천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서청원 고문을 정무수석으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의원은 “어렵게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킨 지 얼마나 됐다고 정무장관 부활 제안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당·청 관계와 대·야관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청와대 정무수석 인선도 되지 않은 마당에 정무장관 얘기를 꺼내는 게 그리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최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주류 시절부터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해온 핵심 측근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 덕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불린다. 더구나 당선 이후 박 대통령과 최 원내대표가 핫라인을 가동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정무장관 부활’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새삼 ‘정무장관 부활’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당·청 주도권 싸움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강한 여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했다. 여기에다 청와대의 정무적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특임장관실을 폐지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정무장관’ 역할을 대신 해왔으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제는 당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초선의원들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몸을 사렸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선언하거나 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다. 눈치 보기도 그만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겨냥,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러한 기류가 표출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는 국회 현실도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화 법으로 인해 사실상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이라는 엄격한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야당과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는 필수적이다.

청와대에서는 일단 최 원내대표의 제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논의된 얘기는 아니다. 현재로선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이 홍보수석은 실현 불가능한 제안으로 일축, 최 원내대표의 얼굴에 면박 아닌 면박을 주기도 했다.

최경환-허태열 전현직 비서실장 ‘설전’

상황이 이렇게 확전일로 치닫는 가운데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 및 공기업 인사를 두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최 원내대표가 최근 공기업 주요 인사와 청와대 대변인 및 이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인선되기 전 언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사실 허 실장은 윤창중 성추문 사건이 벌어지면서 인선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윤창중 사건으로 인사를 하는데 적잖은 타격을 받으면서 그 틈을 타 허 실장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다 보니 인선 문제를 놓고 양측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가 말하는 ‘허태열-최경환 언쟁’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허 실장은 당초 홍보수석으로 김학송, 김병호 전 의원을, 대변인직에 허용범 전 조선일보 특파원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한다. 최 원내대표가 이 소식을 듣고 허 실장에게 ‘윤창중 문제도 있고 한데 좀 더 참신한 인재를 써야할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허 실장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나는 인사실무를 총괄하는 최종 책임자이니 원내대표 일이니 잘하라’는 투로 받아쳤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서도 마찰을 빚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 원내대표는 본인이 대선 때 조직한 친최경환계 인사들을 대거 정부 요직에 중용하려 하고 있다. 허 실장 역시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을 챙기려다 보니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허 실장은 김용환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 친박 원로그룹과 주로 상의하며, 자신의 세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허 실장이 공공기관 인선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던 얘기”라며 “공공기관 인선 과정에서 최 원내대표가 개입하면서 두 사람이 마찰을 빚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을 볼 때 최 원내대표가 ‘강한 여당’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액션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당·청 관계 설정은 물론, 당이 청와대 인선에 개입하는 등 청와대의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최 원내대표가 김무성 의원을 등에 업고 있는 것도 허 실장으로선 큰 불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와 허 실장 다툼 이면에는 김 의원과 허 실장 사이의 악연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부산 맹주 자리를 놓고 김 의원과 다투던 허 실장은 최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등에 업고 간섭하는 것에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 역시 청와대에서 당을 철저히 무시하자, 이제는 청와대와는 선을 긋고 다음 총선을 신경써야 한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초·재선 의원들이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서서히 거리를 두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박 대통령 간판을 들고 선거를 치를 수도 없는 상황에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약발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당·청 간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당이 청와대 힘들게 해”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당이 청와대를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 인사들은 청와대에 대한 불만만 제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작 자신들의 인사들을 중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에서 청와대 인사들을 흔들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물론 이 홍보수석 같은 경우 ‘사퇴론’이 불거져 나왔다”며 “대부분 측근인사를 심거나 자신들이 자리를 꿰차기 위해 청와대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8면 참조]

그러면서도 “최 원내대표와 허 실장의 언쟁은 사실 무근”이라며 “이러한 얘기도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불쾌해 했다. 결국 지금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주도권 싸움을 놓고 전쟁 중이다. 서로 손을 마주잡고 달려야 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주도권 싸움을 벌인 이상, 누군가는 기선제압을 해야 되는 게 정치 논리다. 과연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주도권 싸움 결말이 어떻게 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월 재보선 ‘올드보이 귀환’ 여부 주목
안상수·김성조 전 의원 등 ‘발 동동’

거물급 ‘올드보이’들이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자, 10월 재보선에도 전직 의원들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수선한 정치 환경을 틈타 국회에 입성하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10월 재·보선 지역구가 예상보다 크게 줄고 있는데다 안철수발 ‘새 인물’ 바람까지 불 수 있어 올드보이들이 귀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10월 재보선에 출마 뜻을 굳히고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선거 상황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급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렸던 여야 의원들은 13명에 달한다. 실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6∼8곳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전 대표는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을 내심 노렸지만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피하면서 적잖은 어려움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올드보이’들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인천 서구·강화을에선 새누리당 소속 안상수 전 시장, 경북 구미갑에선 김성조 전 의원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북 포항남·울릉에서는 이춘식 전 새누리당 의원, 경기 평택을에선 이 지역 3선 출신인 정장선 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