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끝났다” vs “그래도 부동산”…‘집 살까 말까’ 고민하는 거주자들

2013-06-17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언제부터인가 지금 집 사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해서 불거져왔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정작 주택 구입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외치는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기 어려운 키워드다. 현재대로라면 이미 부동산 시장이라는 콜로세움에 들어온 참여자들이 베팅 여부를 두고 숙명처럼 헤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정책은 잠시 반짝?바닥 멀었나
전세의 종말오지 않는 한 대세상승 기대도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에 공통적으로 내려앉은 것은 바닥을 모른다는 공포감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가격이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2013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41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거래는 소폭 회복됐으나 정책효과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리영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달 말 취득세 감면 종료를 비롯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등 정책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심리가 크고 여전히 경제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측면에서 거래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대한 믿음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다. 전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뛰면 주변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됐지만 지금은 국지적으로만 조금 들썩일 뿐 잠잠한 모양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 침체의 진앙지인 중대형 주택은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는 등 지역과 주택 크기에 따라 온도차가 큰 불안정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41 대책 발표 직후 지금은 부양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전히 주택 거품을 빼야 할 때라며 거품을 잔뜩 키우는 부양책은 효과도 오래 못 갈 뿐더러 부동산 시장 조정 기간만 길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 양립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매입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세상승론자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의 긍정적 요인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에서 찾고 있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을 들여다보면 동일한 매물의 전세가격이 7년 후에는 매입가만큼 올라 따라잡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가 6억 원인 주택의 현재 전세가가 36000만 원이라면 7년 후에는 같은 주택의 전세가가 6억 원가량으로 치솟는 현상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만 보아도 5년 동안 아파트 매매가는 33.8% 증가했고 전세가는 11.3% 상승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5년 동안 아파트 매매가가 15.9% 상승한 데 반해 전세가는 39.4%가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아파트 시세 통계에 따르면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26년간 우리나라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매년 평균 8.3%에 달한다. 보통 전세계약이 2년 단위인 것을 감안하면 집을 옮길 때마다 16.6%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만 비슷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다. 같은 주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년마다 16.6%의 전세금을 올려 주어야 하는 셈이다.

이를 계산해보면 주택을 구입한 후 그 전세가가 매입가를 추월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대략 7년이 소요된다. 만약 시가 6억 원의 주택을 36000만 원의 전세를 끼고 나머지 24000만 원을 투자해 샀다면 7년 후 전세가는 62907만 원으로 가만히 앉아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셋값 상승세, 하반기 더욱 심화될 것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세 제도가 계속 유지되고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고 가정할 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전세종말론이 나오는 이유는 전세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전세가 상한제까지 언급된 탓이 크다. 전세 제도 자체가 사라지면서 다른 나라와 같이 월세 제도만 남게 된다면 매매가의 상승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전세가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고민하게 만든다. 재야의 고수로 이름을 날린 부동산 전문 칼럼니스트 아기곰(필명)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이 아니라 자금이 매매를 외면하고 임대 시장으로만 쏠린 것이라며 왜곡된 시장 구조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완화될 것이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투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그는 인구가 줄더라도 가구수가 늘면 집값은 올랐고 인구가 정체되더라도 유동성이 늘면 집값이 올랐다면서 대세하락론보다는 대세상승론이 이치에 더 맞는 이야기이며 향후 10년간 부동산 시장은 지금처럼 아파트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뚜렷한 기조로 자리잡은 오래다. 올해 들어서만도 41 대책 이전 매매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가운데 전세가는 무섭게 치솟는 이상현상이 포착됐다. 특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동양파라곤과 서초구 서초4차현대 등 일부 강남권 대형아파트 전세가는 올해 들어 최고 17500만 원 가까이 뛰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요자들이 매매를 외면하고 전세에만 눈을 돌리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비수기에도 오르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이 43000여 가구로 2000년 이후 가장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세가 상승세는 하반기에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